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허위 증언 강요’ 의혹을 조사해온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허위 증언 강요’ 의혹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해 공소시효 만료일인 22일까지 결정하기 바란다”고 수사지휘를 내렸다. 지난 5일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허위 증언 강요 의혹 사건을 조사해온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을 배제하고 서둘러 무혐의 처리했다. 박 장관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정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최대한 자제되는 게 바람직하나, 사안의 심각성과 검찰의 부적절한 처리 과정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처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유죄판결과 별개로, 무리한 수사 방식이 문제가 돼 대법원 판결문에까지 지적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재소자들에게 연습을 시켜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형사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검찰은 의혹을 엄정히 조사하기보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로 일관했다. 조사 의지를 보인 대검 감찰부를 배제하려고 했고, 임 연구관이 수사 개시를 보고하자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넘긴 뒤 조사에 참여한 적 없는 연구관들끼리 회의를 거쳐 사흘 만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무혐의 처리를 하면서 구체적 이유와 근거도 설명하지 않았다.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검 부장회의가 감찰부장 등의 충분한 설명과 의견을 듣고 숙의를 거쳐 사건 처리 방향을 재결정하도록 한 이번 수사지휘는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이번 수사지휘를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 재연’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과거 수사 방식의 적절성을 대검 안에서 다시 따져보라는 합리적 지시를 갈등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건 온당치 않다. 정치적 의도마저 의심하게 한다.
박 장관이 이번 수사지휘에서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박 장관은 당시의 위법, 부당한 수사 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와 개선 방안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수사 관계자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에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 검찰은 자신을 향해 더 엄격한 태도를 보여야 다른 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