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종대가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입시 커뮤니티 카페와 포털 지식 게시판 등에 자기 학교에 유리하게 홍보성 댓글을 달도록 해왔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댓글 수가 2015년부터 한해 최다 수천건에 이른다고 한다. 조직적인 홍보성 댓글 달기는 사기업이 해도 시장 질서를 교란한 행위로 크게 문제 삼아야 할 일인데, 명색이 진리를 가르친다는 대학이, 그것도 학생들에게 돈을 줘가며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고 하니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세종대는 분기별로 ‘홍보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집 공고를 내서 10명 안팎의 학생을 뽑았다고 한다. 최저임금에 맞춰 댓글 1건당 0.5시간에 해당하는 근로장학금을 책정했고, 1인당 월 40건(20시간)까지 할당했다. 포털이 홍보성 댓글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2~3개 계정을 번갈아 사용하게 하고, 댓글의 말투와 메시지에 포함할 내용까지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댓글 실적표에는 최근 1년1개월 동안에도 4200여개가 작성된 걸로 돼 있다고 한다.
세종대의 이런 계획과 실행은 아마추어 솜씨를 넘어선다. 유명 입시전문기업인 유웨이의 컨설팅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업체가 2015년 세종대의 의뢰를 받아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유웨이 문건을 보면 세종대의 실제 시행 내용과 대동소이할뿐더러 일 단위, 월 단위 실적과 답변 내용 등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유문서를 작성하라는 제안도 들어 있다고 한다. 학교 쪽은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은 댓글 다는 일인 줄 모르고 지원했거나 장학금과 연계돼 압박감이 매우 컸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일부 신문에서 보도하는 대학 순위나 각종 실적 지표를 댓글 작성에 적극 반영하라고 주문했다고도 털어놨다. 세종대가 외부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학생들을 돈으로 끌어들여 부적절한 일을 하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대학 줄세우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학 서열주의와 시장화 앞에서 대학이 얼마나 본연의 존재 이유를 쉽게 망각하는지 일깨우는 생생한 사례인 셈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은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종대 쪽도 “같은 취지로 기자단을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 파악을 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 3월23일자 <장학금 미끼로…세종대, 학생들에게 ‘홍보 댓글’ 쓰게 했다> 등 기사에서 세종대학교가 온라인 홍보기자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빌미로 홍보성 댓글을 작성하도록 압박하고, 구체적인 댓글 작성 지침을 제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홍보 댓글을 작성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세종대학교 측은 “온라인 홍보기자의 주된 활동은 온라인 채널 운영 및 콘텐츠 제작 등으로 입시정보 소개 목적의 답글 작성은 전체 활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학생들에게 온라인 답글 작성을 강요하거나 작성 여부에 따라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