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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화기 동원한 ‘미얀마 학살’,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등록 2021-04-11 18:14수정 2021-04-12 02:07

지난 8,9일 미얀마 군경이 바고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를 중화기로 공격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갈무리
지난 8,9일 미얀마 군경이 바고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를 중화기로 공격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군경이 지난 8일(현지시각) 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박격포까지 쏘며 진압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과 인권단체를 인용한 외신 보도를 보면, 8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수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공격해 8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군경이 박격포, 유탄발사기 등 살상력이 높은 공용화기를 시위대에 무차별 발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용화기는 군대가 전투 상황에서 소총보다 더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려고 쓰는 무기다. 이런 무기를 시위대에 겨눴다는 증언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시위대는 당시 군경이 움직이는 대상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군경이 중화기를 직접 사용하는 장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화기 공격을 받아 무너졌다는 바리케이드, 불발 포탄 사진 등을 증거로 올렸다. 이 주장이 맞다면, 미얀마 군부는 비무장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집단학살 의혹을 부인했지만, 시민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막말을 했다.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군경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시간 내에 500명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부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시민들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민주화 시위를 협박하는 미얀마 군부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전두환씨를 연상시킨다.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했다면 군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한 것과 다르지 않아, 전씨 등이 주장해온 자위권 발동 논리는 허물어진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가 지난해 11월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무한정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시민들이 진압 군인을 공격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경찰서를 습격하는 등 미얀마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2월 쿠데타 이후 지난 10일까지 618명이 숨진 것으로 미얀마 인권단체가 집계했다. 국제사회가 외교 압박, 경제 제재뿐 아니라 더 강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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