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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민 반발에 막힌 주택 공급, 일을 왜 이런 식으로 하나

등록 2021-06-06 18:56수정 2021-06-07 07:29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터. 청와대사진기자단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터.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밀려 정부과천청사 터에 주택 4천호를 짓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도심 주택 공급 계획이 출발부터 흔들리게 됐다.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어 집값 불안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당정협의를 열어 정부과천청사 대신 인근 과천지구의 자족용지 등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3천호를 짓고 과천 지역의 자투리땅을 신규 택지로 확보해 1300호를 지어 총 43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천시가 제시한 수정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 공급 대책’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 부지 중 정부과천청사 터를 비롯해 24곳을 공공택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과천 주민들은 8·4 대책이 발표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계획도시인 과천은 현재 조성된 주택 규모에 맞게 기반시설이 정비된 상태여서 주택을 추가로 공급해서는 안 되며 공원 등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운동에 들어갔고 소환투표 실시가 확실해지자 정부 여당이 굴복한 것이다. 국토부는 “양호한 입지, 기존 정부 계획을 초과하는 대체 물량, 지자체의 공급 대책 이행 적극 협조 등 3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대안 검토가 가능하다는 원칙에 따라 과천시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정부 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규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집값 안정이 국가적 과제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집값 하락 등을 걱정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주택 공급은 반대하는 것은 ‘님비’다. 주민소환투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민 단체는 아예 주택 추가 공급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과천청사 주택사업 부지 계획 변경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박 의장, 김종천 과천시장. 공동취재사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과천청사 주택사업 부지 계획 변경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박 의장, 김종천 과천시장.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사전에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한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땅이어서 밀어붙일 수 있다고 쉽게 판단했던 것 같다. 치밀한 검토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주택 공급 물량만 그럴듯하게 발표해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일단 정책을 발표한 이상 주민들에게 사업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불만을 해소할 보완 대책을 제시해 동의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이미 발표한 주요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과천은 정부 여당이 수정안을 받아들인 이상 또다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대체 지역의 구체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해 사업을 진행하는 게 지금으로선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지역들이다. 과천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터(3500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터(1천호) 등도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과천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의 믿음을 잃게 되고 집값 안정은 물건너가게 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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