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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를 읽고] 조선학교는 ‘총련학교’가 아니다 / 윤병국

등록 2010-01-06 19:01





대한민국 정부가 북 지원 아래 방치
한국에서 잘못 붙인 명칭이 총련학교
대한민국적을 일컫는 ‘재일동포’도
새로운 명칭 고민해봐야

지난해 말 교토의 조선제1초급학교에서 발생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의 행패에 대해 <한겨레>는 12월19일과 30일 두 차례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에 ‘총련학교’로 표현했다. 19일치 기사 제목은 ‘일 극우단체, 총련학교서 욕설 소동’이었고, 30일치 기사 제목은 ‘총련학교로 날아든 ‘사죄의 편지’였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 광복 65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민족차별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알려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조선학교’를 ‘총련학교’로 칭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조선학교는 해방 후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민족교육을 지속하기 위해 만든 학교이다. 학교 이름의 조선은 대한제국 이전의 우리 민족국가 이름인 조선에서 유래했으며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이나 우리 스스로가 우리 민족을 조선인이라고 한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한반도 분단 이전부터 조선학교로 불러왔기 때문에 북한의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선과도 무관하다.

일본은 초창기부터 조선학교를 탄압해왔으며 아직까지도 정식 학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선학교는 차별과 맞선 재일코리안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이런 조선학교에 대해 북한 정부는 인적, 물적 지원을 해왔으나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외면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춰 탄압을 하기도 했는데, 일본에 가서 조선학교와 관련된 사람만 만나도 재일유학생 간첩단으로 연루되던 시절이 바로 그런 때이다. 이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 조선학교를 일컫던 명칭이 바로 ‘총련학교’인데 <한겨레>마저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조선학교를 조선총련과 북한의 지원 아래 방치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이며, 정부의 일방적 선전에 따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조선학교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선학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고 조선학교를 돕는 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조선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가 그 시발점이었으며, 조선학교 출신의 축구스타 정대세 붐도 한몫을 했다. 몇 년 전에는 도쿄도지사가 조선학교에 대해 부당하게 부지 반환을 요구함으로써 촉발된 에다가와 조선학교 돕기를 통해 조선학교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고 많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 조선학교들도 눈에 보이지 않게 변해가고 있다. 닫아걸었던 빗장이 조금씩 열리고 마음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번 교토 조선학교에 대한 행패를 두고서도 먼저 나서서 남한 사회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조선학교를 통해 재일코리안 사회의 화합, 민족 화해의 실마리를 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로의 마음이 열릴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편견이 담긴 ‘총련학교’라는 용어는 그래서 부적절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일동포’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이미 재일코리안 사회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 외에도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분류한 ‘조선’적, 그리고 일본 국적을 취득한 2, 3세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만을 일컫던 재일동포라는 용어로는 다양한 재일코리안들의 삶을 수용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재일코리안’ 혹은 재일(在日)을 일본식으로 읽은 ‘자이니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공식용어를 찾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윤병국 부천-가와사키 시민교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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