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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문제 열심히 다뤘지만…에너지정책 더 파고들어야”

등록 2013-06-19 19:48수정 2013-06-20 17:39

신인령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넷째·전 이화여대 총장) 등 열린편집위 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인령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넷째·전 이화여대 총장) 등 열린편집위 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신문 제2차 열린편집위원회 지상중계
한겨레가 창간 25돌을 맞아 지난 5월 발족한 제1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제2차 회의가 13일 열렸다. 이번 회의에선 5월20일 지면개편 이후 새로 선보인 여러 기획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사설 속으로’ ‘전두환 재산찾기 크라우드소싱’ ‘진주녀’ 기획에 대한 외부 열린편집위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신인령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2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전체 토론내용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서 볼 수 있다.

■ 한겨레 편집국장, 민주노총 방문

박찬수 우선 지난 5월9일 1차 회의에서 사외 열린편집위원들이 지적했던 내용 중 편집국에서 반영한 대목들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좋겠다. 5월2일치 1면에 실린 ‘비정규직 내치는 민주노총’ 기사에 대해 이남신 위원이 비판적인 지적을 했고, 제정임 위원이 경제부 기사에서 심층·탐사 보도 비중을 늘리라는 제안을 했다.

정재권 한겨레가 노동 관련 기사들을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비중 있게 생각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신문사 바깥에 있는 분들에게 그 기사(5월2일치 1면 기사)가 지적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 후 유강문 편집국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났고, 노동계 현안과 한겨레의 노동 관련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7월께 의미 있는 비정규직 기획 기사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계와 한겨레의 접점을 늘리고,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

김영배(경제부장) 10년차 넘은 경제부 기자 한명이 지금 고정된 출입처 없이 따로 심층 기획물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로 치면 리베로 역할인데 혼자하다가 벅차면 다른 동료 기자들과 협력해 취재하고 있다. 그 첫 작품이 ‘통계와 권력’을 주제로 한 시리즈 기사(6월18일치 1면)다. 현장 기사를 쓸 때면 통계와 현실이 잘 부합하지 않는 일이 간혹 있다. 통계 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계청장이 청와대에 불려다니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심층·탐사 보도에서 걱정되는 측면은, 한국사회가 역동적이라 현안이 많아서 기획기사의 지면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 ‘진주녀’, 명칭과 낭만 그리고 현실

신인령 그럼 지난 한달 동안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기사들에 대한 의견과 제언을 말씀해 달라. 이른바 ‘진주녀’ 기사가 눈에 띄고 논란도 많이 되었는데….

박종원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20대 여성의 삶에 대한 저널리즘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도가 좋았다. 그러나 ‘진주녀’라고 명명을 먼저 하고 사례를 끼워 맞춘 듯하다. 대안적 삶이라는 것이 이 시대에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을 먼저 폭넓게 한 뒤에 사례별로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 이 기사는 대상을 범주화하고 구분짓고 개념화하고 있는데, 이런 틀은 요즘 시대에 맞는 접근 방식이 아니다.

윤고은 ‘진주녀’라는 모험적인 명명이 애매하고 피상적인 느낌이다. 진주녀에 해당하는 요건을 가진 여성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그렇지 못한 여성 역시 진주녀의 삶을 너무 낭만적이고 추상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진주녀가 하나의 지향점이 되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다. 사실 명함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은 그가 자유롭고 능력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고정된 뭔가를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진주녀’ 기사 대상 범주화 논란
새롭고 대안적인 삶 소개 넘어
현실의 애환 함께 보여줄 필요

이남신 요즘 20대는 88만원 세대 담론에 갇혀 있는 암울한 세대라고 흔히 지칭돼 왔다. 청년 세대를 암울하게 보는 인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20대 중에서 특히 주목하지 못했던 여성에 현미경을 들이대 일상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대 여성을 의미 있는 세대로 드러낸 기획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진주녀에 ‘빛나는 보석’이란 의미가 있었던 듯하지만 작명이 취지와 달리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었다. 우리가 성당 종탑에 올라가 농성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을 ‘종탑녀’라고 호칭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웃음)

신인령 작명 얘기와 별도로 그 내용에 있어선 새로운 삶에 대한 여러 모습을 소개하려는 취지가 좋았고, 상당히 섬세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명에 대한 지적 등을 감안하면서 2차, 3차에 걸쳐 나눠 정리해볼 필요도 있겠다. 개인으로 자유로우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런 새로운 세대에 대해 우리가 놀라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요새 젊은이들이 별 생각 없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고들 하는데, 어느 시대든 이런 창조적 소수들이 있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태호 단지 새로운 삶에 대한 시도나 대안적인 삶을 보여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런 시도를 할 때 맞부닥치는 애환들을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진주녀들이라고 지칭된 사람들이 사실 그런 삶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진짜 문제는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진주녀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면 이미 비정규직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비정규직은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처럼 이미 주어진 보편적 환경이 되어버려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나 복지 문제 등을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재구성해 다시 정리해 볼 필요도 있다.

김영희 진주녀는 긍정적인 취지에 의미를 뒀지, 명명 자체가 이 정도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편집국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언론이 어떤 현상을 범주화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사실 범주화가 언론 속성일 수도 있고…. 자유롭게 보여주되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젊은 여성들의 특성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와 ‘사설’ 비교 지면
평면적 분석에 그치는 느낌
논술 틀에만 묶지 말았으면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 원자력, 근본 문제 짚어주길

제정임 <한겨레>가 원전 비리와 밀양 송전탑 갈등, 전력난 등을 다른 언론보다 열심히 다루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도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2030년까지 60%로 올리는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 방향을 그대로 펴고 있는데, 과연 이대로 좋은가? 지금까지 <한겨레> 기사와 사설에서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더 근본적이고 강하게 원전 중심 에너지 구조를 고민해 보자. 원전은 국민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다. 찬반 의견을 충분히 지면에 반영하되 사례 연구 등을 토대로 어느 쪽이 진실이란 것까지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독일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전국민적인 토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마라톤 회의를 통해 탈원전으로 나아간 것처럼, 우리도 토론회를 조직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 토론을 거쳐 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한겨레가 주도하면 어떨까. 에너지 문제를 비판하는 몇몇 다른 언론매체들과 함께 연합해서 캠페인 보도도 하고 공동토론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인령 엔지오 차원에선 원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언론은 사건 중심이다보니 그런 얘기는 잘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제부턴 핵무기 못지 않게 원전이 위험하다는 대목을 적나라하게 비교해 보여주는 게 좋겠다. 우리는 핵무기만 심각하다고 말하고 원전의 심각성에 대해선 깨끗한 전기만 생각했을 뿐 그 위험성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핵도 터지기 전엔 위험하지 않다. 똑같은 상황이란 걸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신문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 ‘사설 속으로’ 파격과 논쟁

박찬수 5월에 지면개편을 단행하면서 <중앙일보>와 함께 ‘사설 속으로’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화제와 논란이 동시에 됐다.

백필규 ‘사설 속으로’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 해설해 주는 건 ‘왜 내가 지도를 받느냐’며 싫어한다. 두 신문의 사설을 같이 싣는 건 좋은데 굳이 거기에 해설을 다는 건 피하는 게 낫겠다. 다양한 시선을 있는 그대로 날것으로 제시하는 게 좋겠다.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자기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게 훨씬 관심을 끌 것 같다.

박찬수 ‘사설 속으로’의 취지는,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읽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줘,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사설에 대한 평가를 학교의 논술 지도교사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신문의 사설을 한 지면에 싣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일부에선 이번 시도를 ‘진보와 보수의 시각을 균형잡는 시도’라고 하는데, 균형을 잡는다기보다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기획으로 한겨레 사설의 논조나 색깔이 퇴색하는 건 아니다.

김영배(구청장) 우리 사회는 적대적이고, 공생을 하지 않으려는 프레임이나 인식의 틀 속에 갇혀 있다.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언론과는 서로 상대하지 않으려는 적대적 환경 속에서, 공생 프레임을 짜려는 한겨레의 이번 시도는 좋다. 제3의 무언가로 균형을 찾기보다는 서로 공존하는 가운데 진보적 시각이 오히려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정임 그동안 우리나라 신문 사설이란 게 강력한 반론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였던 측면이 크다. 만약 제3자가 논리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하게 되면 글을 쓰는 논설위원도 긴장을 하게 마련이고 더 탄탄한 논리로 쓸 것이다. 어느 쪽에 유리하냐는 얘기를 하는데, 예컨대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설을 비교한다면 논리적 일관성 등에서 한겨레가 밀릴 것 같지 않다. 그런 점을 외부의 제3자가 날카롭게 지적해 주면, 그동안 한쪽 이야기만 들었던 중앙일보 독자들이 이젠 한겨레 이야기를 보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몇회 실린 것을 보면 이런 점은 비슷하고, 또 이런 점은 다르다는 정도의 평면적 분석에 그치지 않았나 싶다. 논술 틀에만 묶지 말고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비평을 맡겨 비교 평가하도록 한다면 좀더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시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 재산찾기 성과 쉽진 않아
크라우드 소싱 두번째 기획으론
독자참여 좀더 쉬운 소재로 준비

박창식 한겨레를 오래 전부터 열독해온 분들 중에서 ‘사설 속으로’ 지면에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겨레가 개방이나 공유 등 여러 관점을 반영해 최종 관점과 의견을 형성하는 건 당연한데, 그러나 ‘그럼 (사설에서 다룬) 이슈에 대한 한겨레의 의견은 뭐냐’는 질문을 한다. 자기 관점을 세우는 노력에 좀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지이 다케시 단순 비교했을 때 중앙일보에 대안이 있고 한겨레에 대안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항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할 때 대안이 없을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공론화해서 열어 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언론의 근본 역할이기도 하다. 꼭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로 비판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재권 이 코너는 편집진에서 특히 더 신경쓰고 고민하면서 제작하는 지면이다. 다양한 시선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제작하는 경험이 한겨레 구성원들한테 도움이 될 것이다. 포맷과 형식 때문에 분석이 평면적으로 흐를 수 있고, 비교 평가자가 ‘어차피 양쪽 신문의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설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도피할 수도 있다. 이를 경계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이 코너 필진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박종원 내가 가진 생각을 스스로 잘 알면서 동시에 남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창의성과 창발성이 나온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보여주는 협소한 의미에 그치지 않고, 또다른 시각들이 있다는 ‘각기 다름’을 이해하는 작업으로 ‘사설 속으로’가 정착되면 좋겠다.

 

■ ‘전두환 재산찾기’, 크라우드 소싱에 적절한가?

윤고은 새로운 코너 중에서 ‘말거는 한겨레’와 관련된 기획물들이 좋았다. 가령 ‘전두환 재산찾기 크라우드 소싱’ 같은 것이 그렇다. 25년 전에 모두가 주주인 신문사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필자이고 기자라는 쪽으로 확장시켜 봄직하다.

제정임 ‘전두환 재산찾기’ 기사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맡기기엔 좀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다만 ‘위키노믹스 시대’라고 해서 다수가 참여하는 협력취재를 외국 언론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한겨레의 시도가 위키 방식 협업을 국내 언론사들이 활용하는 계기로 작용하면 좋겠다. 한겨레처럼 상대적으로 내부 자원이 작은 언론에선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게 좋다. 다만 위키 방식 협력에 적합한 방식과 주제를 잘 선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

정재권 사실 전두환 재산찾기 크라우드 소싱의 경우 공분을 일으키긴 쉽지만 결과를 맺는 건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숨은 재산의 단초를 선의로 제공할 사람들이 있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데 그런 정보나 출발점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편집국 태스크 포스팀에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크라우드 소싱의 두번째 기획으론 좀더 독자들의 참여가 쉬운 소재를 준비하고 있다.

후지이 다케시 한국에서 전두환이란 사람의 존재가 하는 역할이, 일본에서 천왕이 하고 있는 역할이나 문제와 비슷하다. 한국에서 ‘일베’ 문제 때문에 넷우익에 주목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보면 일본 사회에서 천왕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최고 책임자인데 그 자신부터 반성하지 않았기에 일본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위안부 관련 등) 망언을 하고 일본 넷우익이 재생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학살을 통해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서 일베 현상이 나타나는 점이 있다. 전두환 재산뿐만 아니라 전두환이란 존재가 한국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좋겠다.  

백필규 한겨레에서 관료공화국을 전관예우 문제 등을 포함해 다뤄주면 좋겠다. 전두환 재산찾기처럼 크라우드 소싱으로 해서 관료공화국의 실체를 밝혀보는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또 하나는 창업인데, 한겨레가 창업을 통한 취업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1970~80년대 학생들이 사회운동을 했듯이 지금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제2의 창업 사회운동에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도록 한겨레가 주도적으로 나서면 훨씬 더 진취적인 이미지를 줄 것 같다.  

이태호 진주의료원 기사는 어떤 경우는 너무 감정적으로 다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미국 정보기관 내부고발자 기사를 지면에 비중있게 다뤘는데 국내에서 국가의 개인 통제에 대해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 지하철 안에 ‘좌익사범 신고’ 문구가 버젓이 붙어 있는데 좌익사범이 법률용어는 아니다. 보수언론은 진보를 곧 ‘좌’로 본다. 그러나 ‘좌’는 단지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그런 ‘좌’를 국가기관에 신고하라고 돈 들여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요판 기륭전자 해고자 얘기 감동
통상임금 둘러싼 ‘연대기금’ 이슈는
폭발력에 비해 크게 다뤄지지 않아

   

■ 통상임금, ‘연대기금’ 공론화

이남신 토요판에서 다룬 기륭전자 해고자 얘기는 잘 다룬 기사였다. 심층보도의 의미도 있지만 개개인의 구체적인 눈높이에서 다뤘고, ‘행복하다’는 톤의 기사 표현도 감동적이었다. 다만, 요즘 통상임금 문제가 그것의 폭발력에 비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가 ‘연대기금’이다. 쟁점의 폭발력은 큰데도 이 의제를 주도할 주체가 없다. 양대노총도 정면돌파하기 쉽지 않은 이슈이고, 사용자 집단은 묵살하고 있다. 이런 이슈야말로 합리적 공론의 장에서 다뤄야 한다. 통상임금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 등을 객관화시켜 여러 층위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신인령 통상임금의 연대기금 논쟁과 관련해 좋은 사례로 살펴볼 만한 게 70년대 대표적인 민주노조였던 원풍모방 노조이다. 원풍노조 지부장 출신 가운데 대표적인 분이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방용석씨다. 1980년 초 계엄령 하에서 군인들이 원풍모방에 가서 강제로 조합원들의 사표를 받았는데, (노조가 해체되자 조합원들이) 당시 모아둔 조합비를 꺼내서 뭘 하고 싶은데 법적으로 곤란했다. 그래서 그 기금을 조합원들에게 다 나눠주고 다시 조합원들이 기부하는 방식으로 1983년 무렵에 노동 엔지오로 노동자협의회를 만들었다. 당시 사무실로 조그만 연립주택 방 하나를 샀는데 그런 지혜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조계완 지면개편에서 선보인 ‘사회쏙’ ‘경제쏙’ 등 ‘쏙’ 기사들의 경우 자세하고 흥미롭게 사안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통찰력을 담아주면 더 좋겠다. 이미 보도된 사건이나 현상을 단순히 지면을 더 늘려 자세히 분석하는데서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자료나 사실관계 등 무릎을 칠만한 대목들을 던져주면 더 돋보이겠다. 어떤 현상의 중심만 보지 않고 그 주변까지 잘 응시하면서 깊게 보여주면 사안의 본질이 더욱 날카롭게 드러날 수도 있다.

박종원 문화 지면 중에 6월3일치와 10일치를 보면 영화 이야기 중심이다. 영화를 심층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건 좋은데, 문화 영역을 대중문화나 문화산업 등으로만 좁혀 생각하는데서 탈피해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문화는 요즘 세대가 사고와 몸을 갖고 움직이고, 즐거움과 자기 표현을 추구하는 것을 포괄하는 것이다. 단지 영화 등으로 좁히는 오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측면을 문화적으로 짚어보는 기사가 필요하다.

신인령 한홍구 교수의 토요판 연재물(‘유신과 오늘’)이 끝났는데 아쉽다. 거기에 준하는, 현대사를 다루는 기획물을 만들면 좋겠다.

정리/박보미 기자, 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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