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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판, 당 안팎 코멘트 전달에 그친 경우 많아”

등록 2013-08-14 19:27수정 2013-08-14 21:04

박찬수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열린편집위 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4차 열린편집위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찬수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열린편집위 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4차 열린편집위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차 열린편집위 ‘야당 보도’ 집중점검
<한겨레>와 민주당. 전통적으로 한겨레는 정부여당에 비해 민주당 비판을 덜하는 신문이라는 평이 흔히 있어왔다. 민주당이라는 특정 정치집단에 대해, 진보언론으로서 한겨레는 어떠한 보도 태도와 관점을 갖는 게 바람직할까? 한겨레는 요즘 몇달간 국가정보원 사태 국정조사, ‘귀태’ 발언 논란, 원외 천막투쟁, 세금폭탄론 제기 등 민주당 관련 기사를 주요 기사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는 한겨레의 민주당 관련 보도 내용과 시각을 중심으로 토론을 벌였다. 한겨레가 정치적 편향을 보였는지, 또 편향 여부를 떠나 민주당 관련 보도에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둘러싸고 위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뜻밖에도, 위원들은 대체로 “한겨레가 민주당을 (옹호하기보다는)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안 제시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찬수 부위원장의 사회로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제4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 민주당 비판, 쓴소리 나열 넘어서야

박찬수
오늘 신인령 위원장이 갑작스런 목감기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제가 대신 진행하게 됐다. 지난 한달간 국정원 국정조사와 장외투쟁, 귀태 발언 등 민주당과 관련해 여러 정치적 현안들이 많았다. 오늘 회의는 민주당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 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제정임 이와 관련해 그동안 한겨레 안팎에서 어떤 논란이나 지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찬수 한겨레가 정부·여당은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을 덜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른 한편에선, 요즘의 민주당이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야당임에도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겨레가 그런 야당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한겨레뿐 아니라 모든 신문에 해당하는 얘기이긴 한데 정치 기사에 대한 젊은 독자들의 관심이 떨어져서 그런지, 장막에 가려진 정치의 이면을 드러내는 심층 분석기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윤고은 민주당 관련 기사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한 뒤에 끝 부분에 민주당 내부의 다른 의견을 보여주거나 ‘이는 이러저러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경향이 보인다. 민주당도 관여하는 국정원 규탄·개혁 촛불집회도 ‘그래서 이는 이렇게 해석된다’ 정도로 마무리짓는, 상황 중계에 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얘기, 나아가 촛불집회에 대한 외부의 시각도 다채롭게 엮어 다뤄주면 좋겠다.

제정임 내가 보기에도 단순히 현상을 중계하고 관측 정도를 붙여주는 피상적인 기사들이 많아 보인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이런저런 당 안팎의 비판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많은데 그런 비판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듯하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건설적인 대안이 무엇이냐다. 민주당을 둘러싼 다양한 쓴소리를 누구는 이랬고 누구는 저랬고 식으로 짤막하게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민주당의 진로를 짚어주는 깊이 있는 지면이 아쉽다. 민주당과 한국 정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한두 마디 코멘트 전달을 넘어, 더 근본적인 해법을 지적해주면 좋겠다.

이태호 한겨레의 야당 및 민주당 보도는, 그것이 비판적인 보도라 하더라도 종종 ‘취재원과 언론’이라는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어떤 경계를 넘어서곤 한다. 그래서 비판적인 보도라기보다는 일종의 같은 진영에 속한 내부자로서 훈수를 두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공개 논란의 초기 국면 보도가 특히 그랬다. 논조는 신랄하고 관점도 대체로 올바르지만 포지션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영의 내부자적 입장에서 비판을 하다 보면, 더 엄정히 비판해야 할 때 기사 비중을 작게 하거나 날 선 비판을 못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의 사실상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기사(<“처녀가 임신…” 민주당 또 설화>, 7월18일치 6면)는 성희롱이라는 것인지 아닌지 입장을 모호하게 한 채로 사실상 ‘큰일날 뻔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 ‘한겨레 편향’ 속에서 민주당 보도해야

김영배 이 자리에서 정당 소속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모두 웃음) 나는 민주당원이다. 다만 기초자치단체에서 일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정치 현안의 한복판에 있는 건 아니다. 본질적으로 정치는 ‘편향’을 ‘동원’하는 것이다. 사회에 형성된 이해관계나 통념, 논쟁 등과 관련해 여러 편향구조를 잘 동원해 응집시켜 정치적으로 힘을 형성하는 게 정치가 갖는 힘이고 동원력이다. 편향은 선호라고 볼 수도 있다. 바라보는 어떤 창(윈도)이 (편향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피할 필요도 없고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문제는 그 편향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때 편향적 결과를 가져와서 사회 전체가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아니면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냐는 데 있다. 한겨레는, 우리 사회 언론시장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할 때 편향을 가져야 한다. 다만 민주당 보도에서의 편향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엔엘엘과 국정조사 등 이슈에서 한겨레가 사설이나 기사 제목에서 ‘야성을 잃었다’, ‘여당에 휘둘린다’는 등 선명한 제목을 뽑아 따끔하게 지적했다. 민주당이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표현의 기사 제목이 여러 차례 뽑혔다. 이런 지적이 민주당이 자성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한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아쉬운 건 민주당 지도부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며, 본질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고 풀어갈 방향이 뭔지를 제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세금폭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이 싸움을 보도할 때도 이것이 당의 진로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주면 좋겠다.

민주당의 본질적 문제 짚고
풀어갈 방향 뭔지 제시해야

정치면 ‘새누리-민주당’ 중심
정치공방 될수록 재미없어져

이주원 이번 세제개편 관련 기사에서 한겨레는 세금폭탄이라는 민주당 프레임을 바탕에 깔고서, 민주당의 입장을 중계하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당이 사실을 왜곡해 ‘세금폭탄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편에 있는데, 한겨레 보도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나 단순한 조장이 아니라고 말하는 따위의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산층 보호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야당이니까 반발하는 것 같다. 한겨레가 민주당의 세금폭탄론에 단순히 동조하기보다는 중산층에게 세금 부담을 돌리는 정부 행태에 대한 지적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

제정임 한겨레가 오늘(12일)치 6면 기사에서 민주당의 ‘중산층 세금폭탄 저지’ 운동 돌입을 기사로 실었는데,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세금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공격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의 이런 프레임에 따라 세금폭탄이라는 데 경도되어 월급쟁이의 분노를 자극하는 보도가 여러 언론에서 지배적인 것 같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 세금폭탄이라는 대중의 분노에 성급하게 편승하는 보도를 하면 안 된다. 중산층의 세금을 올리는 건 방향으로서 맞다. 복지를 하려면 재원을 늘려야 하는데 월급쟁이도 어느 정도 세금 오르는 걸 각오해야 한다. 한겨레가 명확하게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보도의 관점과 태도를 정리하지 않으면 함께 쓸려갈 수 있다.

후지이 다케시 민주당에 대한 심층보도 부재라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생각해보자. 한겨레가 민주당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건 명확하다. 그런데 야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다. 여당 견제를 기본적인 민주당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어서 여당 및 정부 비판이라는 대립구도 속에서만 민주당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한겨레가 갖고 있지 못한 채 여당·정부를 잘 비판하라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민주당에 대한 한겨레의 방향성이 불분명해진 것 같다.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입장이 많이 흔들렸고, 그런 뒤에 보수가 다시 집권하게 되면서 공격 대상을 쉽게 설정한 것 같다. 이런 경우 한겨레가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만 민주당이 나중에 다시 집권하게 된다면, 한겨레는 또 보도에서 흔들리는 걸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한겨레 나름의 확실한 편향, 민주당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집권여당과 정부 비판은 그 자체로는 편향이 아니다. 한겨레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과 이에 따른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편향을 가질 필요가 있고 그런 관점과 입장 아래서 민주당을 보도할 필요가 있다.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 ‘막말’ 정치공방에 한겨레도 휩쓸렸나?

임석규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날 편집국 편집위원회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기본 방향은 옳다는 시각을 편집회의에서 공유했다. 다만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는 틀을 정해놓고 세금을 늘리려다 보니 대기업이나 담세 능력이 큰 쪽은 상대적으로 부담을 적게 하고 월급쟁이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는 쪽으로 보도 방향을 잡자고 의견이 모였다. 대기업 감세 부분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그래야 월급쟁이도 정서적으로 증세를 수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차분하게 보도하려 했다. 전통적으로 한겨레의 민주당 보도에 대해선, 한겨레가 왜 민주당 편을 드느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선 그런 비판이 적은 것 같다. 오히려 한겨레가 민주당을 가혹하게 채찍질해서 바람직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민주당 비판 기사에서 정당 내부자의 코멘트 몇 개로 처리하는 기사가 더러 있는데 그런 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정치적 현상과 사건의 발단·경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기에 내포된 함의와 배경 등을 좀더 치밀하고 깊이 있게 분석하도록 노력하겠다. 야권에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야당들도 있고 안철수 세력이라는 다른 정파도 있는데, 한겨레가 민주당에 쏠리지 않고 균형적 보도를 하고 있는지에도 항상 신경 쓰고 있다.

김영배 ‘귀태 발언’에 대해 여러 언론이 막말이란 딱지를 붙이면서 ‘막말정치’라는 용어를 앞세워 국민들이 편향성을 갖게 하고, 결국 특정 정치권의 이익을 구조하려는 양상이 보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 한겨레 토요판의 강상중 교수 인터뷰를 읽고, 역사적으로 만주국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귀태’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좀더 잘 알 수 있었다.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민주당이 귀태 발언 이후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이에 대해 한겨레가 ‘야성을 잃었다’는 식으로 지적한 건 정확했다고 본다.

박창식 귀태 발언을 보면 집권여당의 막말, 집권당을 비판하는 야당의 막말 이런 식으로 막말만 주고받는 프레임이었다. 귀태라고 말한 쪽이나 그걸 비판한 쪽이나 50 대 50의 막말 프레임이 되면서 그 국면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정상회의 회의록 유출 등 핵심 쟁점은 숨겨져 버렸다. 양비론과 공방론의 문제를 보여주는 건데 모든 것을 단순히 ‘공방’으로 몰아가 해당 국면의 주요 논점이 사라지게 하는 프레임에 한겨레도 휩쓸려가버린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자로 재서 보여주는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강상중 교수 인터뷰로 뒤늦게 바로잡으려 했으나 때를 놓친 감이 있다.

제정임 민주당 보도에서 편파성 시비를 우려해 일부러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정원 얘기가 나오면 정부·여당은 엔엘엘로 덮으려 하고, 새로운 이슈를 던져서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가 뻔한데도 균형 잡힌 보도라는 명분 때문에 이런 여당의 공세를 한겨레가 함께 비중 있게 보도해온 측면도 보인다. 좀더 냉정하게, 국정원 대선개입을 덮으려는 공세라는 점에서 여당의 엔엘엘 발언 관련 기사 비중을 크게 줄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시하면서 팩트만 간단히 다뤄주는 태도도 필요하다.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국정원 문제에 대한 집요함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언론이 정파성을 갖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잘못이고 누가 옳다는 판단에 있어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파성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팩트를 왜곡해 자기네가 옳은 것처럼 반칙을 쓰면 안 되겠지만 옳은 것을 옳다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일을 한겨레가 더 집요하게 해야 한다. 혹시 한겨레가 ‘너희는 너무 민주당을 편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해 그런 집요함과 정파성에서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균형강박 벗고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조계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거대 정치집단이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하나의 정치집단으로서 민주당을 주로 다루고 있을 뿐, 사회경제적 혹은 민생이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언론으로서의 비판적 관심이 덜해 보인다. 예컨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세금폭탄’, ‘부자감세 철회’라는 민주당 주장과 관련해 연간 3450만원 이상 혹은 7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을 민주당은 사회복지 대상자로 설정하고 있는지, 반대로 사회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계층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금이나 통상임금,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와 입장이 뭔지 분석하는 기사가 아쉽다. 민주당 천막투쟁의 경우 대국민운동이라기보다는 민주당 내부자들의 지지·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강할 수 있는데 민주당의 정치적 행동에 이런 상징적 효과를 노린 대목이 있다는 점, 특히 민주당 보도의 비중은 소수파 다른 진보정당들의 보도 기회 축소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기사의 비중과 방향을 판단하면 더욱 좋겠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파열음을 내며 공방을 벌이지만 기득권과 특권적 지위를 온존하기 위해 서로 적대적 상호 의존을 하고 있다는 어느 정치학자의 지적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세금폭탄론 등 민주당 주장
자세하게 따져봤어야

‘누가 비정규직일까’ 기획 눈길
정치권 중요의제로 부각되길

신인령 현재 한국의 보수적 언론시장 환경과 지배질서 구조를 고려할 때 한겨레가 민주당에 대한 기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취급하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전보다 심층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했는데 일반 기사에선 그런 점이 보이지만 칼럼이나 사설에선 짧은 지면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비판적 지적과 조언, 나름의 대안 제시를 하고 있다고 본다. 몸집은 크지만 안타깝게도 약체인 제1야당에 대한 애정 있는 지적과 비판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자칫 독자들을 정치 허무주의에 빠지게 하는 데 일조하는 보도가 될 염려도 고려해야 한다. 가치 측면의 판단과 팩트의 정확성에서 문제가 없다면 굳이 ‘균형보도 강박증’에 너무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임석규 한겨레가 민주당 문제에서는 거의 강박적일 정도로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의식하는 게 사실이다. 귀태 발언을 둘러싼 막말 공방에 한겨레가 휩쓸리지 않았느냐고 했는데, 막말이라는 게 논리나 가치의 차원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하는 문제라서 논리로 반박하거나 짚어내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고 곤혹스러웠다. 원내 소수세력이라서 민주당이 내놓는 (사회경제적 분야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사에서 여당이나 정부의 정책과 동일한 크기로 취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최근엔 국정원, 엔엘엘 등 정치적 이슈가 많아서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주요한 쟁점이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민주당의 역할을 조명하기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 야당 보도, 의석수보다 자료·사실에 기반해야

제정임
민주당에 비해 군소 정당이나 새로운 정당에 충분한 지면을 할애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루한 공방보다 정의당이 뭘 어떻게 하는지, 안철수 세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쪽은 새로운 대안과 목소리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윤고은 사람들이 안철수에 공감했던 건 (기존 정당과) 겹치는 게 있더라도 이쪽저쪽에 소속되지 않고 열린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이슈가 된 기사들을 보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두 정당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슈든지, 민주당을 두둔하느냐 아니냐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사실적 근거나 주장의 올바름에 기초해 기사를 판단하는 게 좋겠다. 민주당이든 다른 군소 야당이든, 의석수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또 어느 정당이라서 다뤄주는 것이 아니라 자료와 발언의 가치에 따라 지면에서 비중을 달리해 보도했으면 한다. 정치 지면의 보도 역시 (세력의 크기보다는) 사실에 기반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후지이 다케시 진보정당에 대한 한겨레 보도에서 정치면과 사회면 사이의 괴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면은 소수 진보정당 등 다양한 목소리를 얘기하려는 듯한데 정치면은 새누리와 민주당 두 정당 중심이다. 그렇게 될수록 정치면은 재미가 없어진다. 어차피 정치공방이 되고 그래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생겨나는 것 같다. 여러 진보정당도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사회 지면과 정치 지면을 연계하면서 보도하면 정치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평화 대신 ‘이적행위’ 톱으로 뽑아야 했나?

박찬수
이제, 민주당 외에 개성공단 문제 등 한겨레의 다른 보도와 관련해 이야기를 해보자.

제정임 개성공단 중단은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가장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 불안도 증폭됐고 경제적 기회라는 면에서 잃은 것도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겨레도 그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다른 문제는 제기하지 않은 채 현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 자세를 보여줘서 그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면적으로 보도했다. 진보언론으로서 포용정책이 우리가 살길이라고 열심히 보도는 하고 있지만 여론의 왜곡된 면을 바꾸기엔 충분하지도 그다지 인상 깊은 기사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한겨레가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보도에서 좀더 크게 분발했으면 한다. ‘북한과 타협하지 않고 원칙 있게 대응하니 결국 북한이 고개를 숙이더라’라는 식의 현 정부 기조는 매우 위험할 수 있고 북한과의 타협 여지를 좁히는 것인데, 이런 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 남북관계 경색과 안보 불안 증가로 우리가 치르는 비용이 무엇인지를 현장성 있게 디테일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회를 잃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보도해야 한다. 정부·여당 내에도 합리적 타협론자가 있고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권여당 안에서도 합리적인 사람들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또 비타협론자들이 압박을 느낄 수 있도록 한겨레가 보도해달라.

후지이 다케시 7월27일은 정전 60주년이 되는 날인데, 그날 한겨레(토요판) 1면의 톱기사가 ‘NLL, 남재준의 이적행위’였다. 하필 정전 60주년에 그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뽑아야 했을까? 이적행위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군사적 대치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한겨레가 가진 평화에 대한 관점이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영배 한겨레가 최근 ‘누가 비정규직일까’를 묻는 ‘우리 안의 비정규직’ 기획 사진을 1면에 계속 싣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비정규직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정치권에서 사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다. 소수 진보정당은 힘은 쓰는데 부각이 안 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임금 문제를 정치면과 연결하면 군소 진보정당들이 중요한 의제로 내세워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점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겠다.

정리/김효실 기자, 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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