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진보당 사태’ 보도 등 집중점검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민주주의’와 ‘통일’을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표방해왔다. 최근의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문제나 통합진보당 수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개성공단 중단 및 재가동 등의 이슈는 모두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그 뿌리는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와 직접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제5차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포함해서 북한·통일 문제에 대한 한겨레 보도 태도와 관점을 중심으로 토론을 벌였다. 위원들은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제시하며 날카롭게 한겨레 보도를 비평했고, 편집국 간부들은 “정보 비대칭이라는 근본 제약과 한계 속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는 기사로 다루기 매우 힘든 이슈였다”고 털어놓았다.
신인령 위원장의 사회로 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5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윤고은 작가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 ‘이석기 국방자료 요구’ 크게 보도, 진보정당 죽어라?
신인령 최근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인사들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 개성공단 폐쇄 및 재가동 협상 등 북한 관련 이슈들이 한겨레 보도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오늘 회의에서는 한겨레가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를 비롯해 북한 관련 보도에서 어떤 태도와 관점을 보여주고 있고, 사건의 본질을 잘 짚어내고 있는지 토론해보면 좋겠다.
백필규 ‘창조경제, 안철수, 북한 김정은’을 세간에서 3대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또다른 3대 미스터리가 ‘북한, 국정원, 통합진보당’ 같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5월 모임’의 녹취록을 보니까,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북한을 잘 몰라서 그런 모임과 발언이 나오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친북·반북을 넘어, 비록 한정된 정보이긴 해도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에 대한 정보를 한겨레가 최대한 공개하고 잘 정리·소개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제정임 5월 모임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국정원의 근거 없는 부풀리기 수사일 거라고 짐작하다가 녹취록이 나온 뒤에는 대한민국에서 130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 말을 하는 집단이 아직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란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적 결핍, 권력 세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북한을 정치·경제적으로 실패한 사회로 여기고 있는데 녹취록이 진실이라면 북한을 여전히 대안으로 여기는 저 사람들은 누구인지 일반 독자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국정원이 당시 5월 모임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녹취록에 담았는지,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처럼 뭔가 짜깁기하고 과장·왜곡한 대목은 없는지 정확히 검증하되 진짜로 그런 발언과 논의가 오갔다면 그 모임 참석자들의 생각과 지향이 뭔지 그 내부 실상을 정확하고 자세히 알려주는 보도가 필요하다. 모임 참석자들에게 접근, 취재해서 그날 모임의 분위기가 어땠으며 녹취록의 진실은 어디까지인지 좀더 파고드는 기사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40·50대는 NL(엔엘·민족해방파)과 PD(피디·노동해방평등파) 논쟁을 알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80년대의 운동권 논쟁을 잘 모른다. 이번 ‘RO’(아르오·이른바 산악회)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지향과 생각이 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 속에서 어떻게 잉태되고 그 명맥이 이어져왔는지 역사적 배경과 과정까지 설명해주면 독자들이 이번 이슈에 대한 생산적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배 이런 사안일수록 진보언론으로서 한겨레가 어떤 태도와 입장을 보일 것인지가 민주주의 세력 쪽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 즉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부르는 대로 받아쓰거나 추측보도가 난무한 가운데 한겨레는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려 노력한 것 같다. 관련 기사를 3·4·5면 정도에 배치하면서 1면에 지나치게 크게 보도하지 않고, 이번 사태 와중에도 뉴라이트 국사교과서 등 다른 이슈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후지이 다케시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균형 보도를 흔히 얘기하지만 사실 이 둘은 절대적으로 비대칭 관계에 있다. 통합진보당의 내란 시도는 비현실적이고, (진보당이) 그럴 만한 힘도 갖고 있지 않다. 국정원은 몇몇 정보를 흘리고 언론은 그걸 받아쓰고, 한겨레도 거기에 어느 정도 말려든 측면이 있다. 이석기 의원이 국방 관련 자료 여러 건을 국방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을 한겨레가 1면 등에 크게 보도했다.(9월4일치 1·4면) 국방위 소속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는 건 불법행위가 아니다. 한겨레는 이 국방부 자료 요청 사실을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도했는데 결국 내란음모 의도 아래서 이석기 의원이 그런 정보를 요청한 것이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자꾸 지식인 논객들의 입을 빌리거나 칼럼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의회정당’만이 중요하고 존재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진보정당은 죽으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정치의 공간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그야말로 국정원이 바라는 바다. 진보정당은 제도권 의회 진입만을 목표로 내거는 것이 아니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정당을 조직하는 수도 있다.
국정원과 이석기 보도
타언론 비해 균형 유지했지만
국정원 의도에 말려든 느낌도 국정원 개혁, 뒷전 밀리지 않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주길 기대 ■ 국정원 개혁 의제, 단단히 닻 내려야 이남신 이석기 의원 사태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그늘진 치부가 수면 위로 솟구친 사건이다. 민주주의를 압살해온 독버섯인 국정원과 진보를 가장한 의사민주주의 운동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적대적 공생과 충돌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양쪽 다 극복해야 할 낡은 세력이란 점에서 참으로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한겨레는 정보 제약 속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본다. 다만 좀더 심층적인 분석 기사와 국정원의 정략적 의도, 반민주적이고 비정상적인 정치 장악 행태에 대한 끈질긴 기획 기사가 아쉬웠다. 제정임 한겨레는 이번 사태 와중에도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와 국정원 개혁이 중요한 논점이라는 점을 견지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을 보이려 했으나, 국정원 개혁은 좀 지나간 뉴스가 되고 지금 막 터진 따끈한 통합진보당 사태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신문들이 흥분해 이석기 사태를 1면 톱으로 보도할 때 한겨레도 이 경쟁에 휩쓸린 느낌이 있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국정원 개혁 촛불시위가 주로 주말에 열려서 월요일치 신문에 싣기엔 김이 좀 빠질 순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좀 뒷전으로 밀렸다. 휩쓸려가지 않게 단단한 닻을 내리고 정말 중요한 의제는 국정원 개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각인시켜주는 방향에서 편집과 기사 분량을 결정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길 기대한다. 이주원 다른 언론에 비해 한겨레는 이정희 대표 등 통합진보당 내부자 인터뷰를 싣는 방식으로 균형을 갖추고자 하면서,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흐름을 다각도로 검토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관련 기사의 크기와 비중 등에서 국정원 개혁을 은폐·무력화하려는 국정원 의도에 말려든 느낌이 있다. 박종원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게 바람직한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는 정치 지형에서의 논리처럼 국정원 개혁이냐, 종북 범법자 처리냐 하는 양단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고, 다수 언론들이 이런 두 갈래 선택을 요구하는 식의 보도를 했다. 시민들은 연령과 경험, 생각에 따라 이석기 사건을 수많은 다양한 시각에서 판단하고 있다. 나무의 여러 가지들을 보여주지 못한 채 그저 ‘나무 하나의 색깔이 무엇이다’라는 식의 보도는 피해야 한다. 한겨레가 이번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전쟁체험 세대, 직업군, 젊은 세대, 선호 정당 등 다양한 나뭇가지들로 분류해 보여주면 독자들이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윤고은 이번 사태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신문에도 각기 다른 색채가 있고 매체마다 선별하는 의견도 다르다. 그래서 독자들도 매체의 성향을 기준으로 지면에서 분석과 해설기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한겨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담아야 한다. 이번 사태 자체에 대한 의견과 이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세대별로 물어보고 추출하는 방식도 좋다. 신문의 미디어 지면을 통해 지난 몇달간 각 신문이 1면이나 주요 기사로 국정원 관련 기사를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는지 통계를 내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신인령 국정원 프레임에 한겨레가 말려들지 않아야 하지만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행태 역시 냉정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국정원에 당하고 있다는 온정적 시각은 정서상 납득되기 어렵다. 지난해 부정경선 논란 와중의 폭력 행태에 따른 비호감 상태에서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는데, ‘또 내란음모 공안정국이야’보다는 ‘통합진보당 너희들 이번 기회에 한번 혼나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인식도 있다. 내란음모 죄목이 정치적 국면전환용으로 이용돼온 역사가 있지만, 지나치게 그런 역사적 사례를 부각하면 자칫 통합진보당 사람들을 감싸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칼럼과 사설 등에서 이번 사태를 냉철하고 균형감 있게 정리해준 것 같다. 다만 지면에서 이석기 의원 클로즈업 사진을 날마다 싣고 같은 날 앞뒤 지면에 계속 넣어서 짜증나기도 했다. 이미 전날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이 사태의 속보를 다 보고 알게 됐는데 다음날 아침 한겨레에서 같은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건 피하면 좋겠다. ■ 정보 비대칭 한계 속, 오늘은 볶고 굽고 내일은 삶아보기도… 백필규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댓글을 달아 정치개입을 했으니 문제가 많고, 그러한 정치개입과 민주주의를 손상시킨 점이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에 못지않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폭적인 인사 등으로 국정원의 전문성이 크게 약화되고 대북정보 수집 관련 인적 자산이 많이 상실됐다고 한다. 이러한 전문성 약화 측면도 국정원 개혁의 대상으로 언론에서 다뤄야 한다. 박찬수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편집국 쪽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이번에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했는데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이나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는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사람 또는 조직이 민주화 투쟁의 정당성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선,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그런 올가미를 받은 집단이 온전히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 위에 서 있는가 하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국정원 수사 상황을 한겨레가 취재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한 판단을 놓고 편집국 내부에서 고민이 컸을 것이다. 정재권 다루기 쉽지 않은 이슈임에 틀림없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었다. 언론이 해야 할 주요한 일 중 하나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건데 이번 사건은 지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자칫 사실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겠다는 우려와 경계가 있었다.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전체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라 지면을 제작해야 하는데, 정보의 취약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국정원 개혁과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의 실체라는 두 측면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강희철 국정원이 8월28일 통합진보당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사건을 세상에 공표했고, 연이어 녹취록이 나왔다. 국정원은 한겨레와 불편한 관계에 있어서 취재 협조도 거의 안 되고 기본적인 팩트 접근에서부터 난점이 있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부정경선 사태 이후 한겨레가 자기 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제한된 시간 속에 조각들을 맞춰 날마다 내일 아침 지면에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사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공개됐을 때에야 녹취록에 있다고 알려진 내용 상당 부분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5월 모임의 발언이 내란음모에 해당되느냐, 또 국정원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왜 이 시점에 사건을 터뜨렸는지에 대한 의심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파악하는 노력을 했다. 국정원 개혁이란 주제는 이런저런 관점에서 그동안 한겨레가 많이 다뤄왔다. 다만 새로운 계기나 팩트가 없는 상태에서 똑같은 식재료를 이용해 어떤 날은 굽고 볶기도 하고 다른 날은 삶기도 해 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상황도 오게 됐다. ■ 사상의 자유·공존, 헌법적 가치 논의 분석 부족해 후지이 다케시 정보원이 한정되면 다른 정보원을 찾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담론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며,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의문 제기를 가로막고 제약하고 있다. 사실 헌법적 가치는 그동안 개헌으로 몇 번 바뀌었다. 절차가 문제일 뿐이지 헌법적 가치의 변경 그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 헌법적 가치는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열려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다양한 논의를 언론이 짚어줄 필요가 있다. 박창식 이번 사태에서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라는 측면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130명이 모여 나눈 얘기가 윤색됐을 가능성도 있으나 만약 사실이라 해도 그 맥락적 지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의 증좌라고 하지만 그 5월 모임을 자기들끼리 모여 온갖 말을 나누고 떠드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저널리즘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언론기관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언론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통합진보당 모임을 찬성하고 비호하기는 어렵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할 자유는 보호돼야 하며 이들을 시대착오적이니 배제하고 절멸시키라고 요구할지 아니면 시대착오적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이지만 숨 쉬게 내버려둘 것인지, 즉 공존을 허락할지에 대한 측면을 기사로 다뤄주면 좋겠다. 남북관계·북한 보도
‘화해와 통일로 가야 한다’는 식의
전문가 동원한 뻔한 얘긴 안읽혀 남북관계 퇴보로 고통받는 현장
망한 중소기업 등 자세히 짚어야 신인령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도 이석기 의원 쪽에 대해 ‘그들은 북한 관련해선 종교적 신앙 같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공안정국 반대’ 기치 아래 힘을 모을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내부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부 사정을 놓치면서 통합진보당의 5월 모임에 대해 언론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얘기하면 곤란하다. 통합진보당을 비판하고 고민하는 의견도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취재해 보여주면 좋겠다. 이제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포함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 태도와 관점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제정임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 후퇴와 냉각으로 인해 비명소리가 들리는 영역들이 많다. 이산가족들은 희망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고,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현대는 물론이고 금강산 주변 지역상인들까지 몰락하고, 수산물 교역 중단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상인들이 패가망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길들여가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북한 자원을 중국이 퍼가고 있고, 남북한 경제협력이 진전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놓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포함해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잃고 있는 게 아주 많다. 이런 점을 독자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꾸준히 보도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 논객들을 동원해서 ‘우리는 화해와 통일로 가야 한다’고 하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 퇴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장들, 경제적 기회를 잃고 망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상인들, 이러한 여러 저변의 고통과 비용을 자세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신인령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내용과 실체도 창조경제 못지않게 모호한 것 같다. 그 내용을 처음에 만든 사람들이 정작 현 정부 안보팀에서 많이 빠져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를 포함해 신뢰프로세스의 실체를 짚어주면 좋겠다. 후지이 다케시 남북관계를 ‘통일 문제’라는 용어로 자꾸 접근하면 정부 차원의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어렵다. 대신 ‘분단 문제’란 개념으로 말하면 군대에 가야 하는 나 자신의 문제가 된다. 국방부 차기 전투기 도입도 분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분단이 모든 사람의 일상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라는 걸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분단·통일 문제, 정부정책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서 접근해야 이주원 한겨레의 북한 보도는 대부분 정부정책 영역을 다루고 있다. 분단을 가장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20대 젊은 세대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뚜렷한 결정을 잘 못 내리고 있다. 대북 관련 정부정책 외에 분단으로 인해 우리 20대들이 놓치고 있는 기회들은 무엇인지, 20대들의 눈을 통해 통일 문제를 끌어내 보여주는 기사가 아쉽다. 김영배 보수정권이 통일에 위협적인 요소이지만 오히려 대북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공화당에 비해 오히려 외국과의 전쟁과 군사개입을 더 많이 했다. 거기엔 몇 가지 정치적 유인이 개입돼 있을 것이다. 한겨레가 생각하는 민족의 당면과제를 몇 가지 설정한 뒤에 박근혜 정부가 그 과제를 해결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도록 응원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철의 실크로드’를 말했는데 이에 맞춰 북한 철도망 연결 과제 등을 한겨레가 담론으로 설정해봄직도 하겠다. 박종원 통일이란 개념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일상에 내려놓아야 한다. 예컨대 통일을 만지고 볼 수 있는 대상으로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통일하면 북한을 통과해서 중국으로 기차여행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쉽고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이라는 너무 무거운 개념을 털고, 통일이 되면 편리하고 재미있는 일도 많아지고 경제적으로도 굉장한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의 보도 방식을 고려해봄직하겠다.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데 분단이 그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해 지는 서쪽의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에 가보고 싶은데 북한 통과 문제 때문에 제한되고 지척의 금강산도 가보지 못하고 있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극복하는 게 통일이라는 식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단순히 동포형제들이므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조계완 최근 한달간 국방비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진행중인 차기 전투기 사업을 비교적 자세히 조명하는 기사를 종합면에 잇따라 실었다. 그런데 8월30일치 2면 기사에 전투기 도입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 사진 한 컷을 넣었는데 집회 내용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그동안 전투기 도입을 다룬 기사는 주로 전투력 향상 측면에서 어느 기종이 나은지 비교하는 데 중점을 두었을 뿐 이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지, 군사무기 증강 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 등 ‘평화’의 관점에서 사업을 평가한 대목이 보이지 않았다. 김규원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남한 국방 장비가 가진 무력의 크기는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남한은 장비를 더 많이 갖춰서 전쟁시 군인들의 인적 희생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남한의 전투력은 북한과 달리 실전 전투력보다는 더 많은 무기와 장비로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자체를 반대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와 관련해서는 신 위원장께서 지적했듯, 현장 기자들과 데스크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나 독자들에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정리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을 언론매체로서 비판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기사로 다루더라도 현 정부는 소통도, 언론에 의한 견인도 잘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기사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걸 기자들이 감지하고 있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kyewan@hani.co.kr
타언론 비해 균형 유지했지만
국정원 의도에 말려든 느낌도 국정원 개혁, 뒷전 밀리지 않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주길 기대 ■ 국정원 개혁 의제, 단단히 닻 내려야 이남신 이석기 의원 사태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그늘진 치부가 수면 위로 솟구친 사건이다. 민주주의를 압살해온 독버섯인 국정원과 진보를 가장한 의사민주주의 운동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적대적 공생과 충돌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양쪽 다 극복해야 할 낡은 세력이란 점에서 참으로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한겨레는 정보 제약 속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본다. 다만 좀더 심층적인 분석 기사와 국정원의 정략적 의도, 반민주적이고 비정상적인 정치 장악 행태에 대한 끈질긴 기획 기사가 아쉬웠다. 제정임 한겨레는 이번 사태 와중에도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와 국정원 개혁이 중요한 논점이라는 점을 견지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을 보이려 했으나, 국정원 개혁은 좀 지나간 뉴스가 되고 지금 막 터진 따끈한 통합진보당 사태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신문들이 흥분해 이석기 사태를 1면 톱으로 보도할 때 한겨레도 이 경쟁에 휩쓸린 느낌이 있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국정원 개혁 촛불시위가 주로 주말에 열려서 월요일치 신문에 싣기엔 김이 좀 빠질 순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좀 뒷전으로 밀렸다. 휩쓸려가지 않게 단단한 닻을 내리고 정말 중요한 의제는 국정원 개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각인시켜주는 방향에서 편집과 기사 분량을 결정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길 기대한다. 이주원 다른 언론에 비해 한겨레는 이정희 대표 등 통합진보당 내부자 인터뷰를 싣는 방식으로 균형을 갖추고자 하면서,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흐름을 다각도로 검토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관련 기사의 크기와 비중 등에서 국정원 개혁을 은폐·무력화하려는 국정원 의도에 말려든 느낌이 있다. 박종원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게 바람직한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는 정치 지형에서의 논리처럼 국정원 개혁이냐, 종북 범법자 처리냐 하는 양단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고, 다수 언론들이 이런 두 갈래 선택을 요구하는 식의 보도를 했다. 시민들은 연령과 경험, 생각에 따라 이석기 사건을 수많은 다양한 시각에서 판단하고 있다. 나무의 여러 가지들을 보여주지 못한 채 그저 ‘나무 하나의 색깔이 무엇이다’라는 식의 보도는 피해야 한다. 한겨레가 이번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전쟁체험 세대, 직업군, 젊은 세대, 선호 정당 등 다양한 나뭇가지들로 분류해 보여주면 독자들이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윤고은 이번 사태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신문에도 각기 다른 색채가 있고 매체마다 선별하는 의견도 다르다. 그래서 독자들도 매체의 성향을 기준으로 지면에서 분석과 해설기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한겨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담아야 한다. 이번 사태 자체에 대한 의견과 이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세대별로 물어보고 추출하는 방식도 좋다. 신문의 미디어 지면을 통해 지난 몇달간 각 신문이 1면이나 주요 기사로 국정원 관련 기사를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는지 통계를 내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신인령 국정원 프레임에 한겨레가 말려들지 않아야 하지만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행태 역시 냉정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국정원에 당하고 있다는 온정적 시각은 정서상 납득되기 어렵다. 지난해 부정경선 논란 와중의 폭력 행태에 따른 비호감 상태에서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는데, ‘또 내란음모 공안정국이야’보다는 ‘통합진보당 너희들 이번 기회에 한번 혼나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인식도 있다. 내란음모 죄목이 정치적 국면전환용으로 이용돼온 역사가 있지만, 지나치게 그런 역사적 사례를 부각하면 자칫 통합진보당 사람들을 감싸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칼럼과 사설 등에서 이번 사태를 냉철하고 균형감 있게 정리해준 것 같다. 다만 지면에서 이석기 의원 클로즈업 사진을 날마다 싣고 같은 날 앞뒤 지면에 계속 넣어서 짜증나기도 했다. 이미 전날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이 사태의 속보를 다 보고 알게 됐는데 다음날 아침 한겨레에서 같은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건 피하면 좋겠다. ■ 정보 비대칭 한계 속, 오늘은 볶고 굽고 내일은 삶아보기도… 백필규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댓글을 달아 정치개입을 했으니 문제가 많고, 그러한 정치개입과 민주주의를 손상시킨 점이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에 못지않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폭적인 인사 등으로 국정원의 전문성이 크게 약화되고 대북정보 수집 관련 인적 자산이 많이 상실됐다고 한다. 이러한 전문성 약화 측면도 국정원 개혁의 대상으로 언론에서 다뤄야 한다. 박찬수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편집국 쪽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이번에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했는데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이나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는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사람 또는 조직이 민주화 투쟁의 정당성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선,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그런 올가미를 받은 집단이 온전히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 위에 서 있는가 하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국정원 수사 상황을 한겨레가 취재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한 판단을 놓고 편집국 내부에서 고민이 컸을 것이다. 정재권 다루기 쉽지 않은 이슈임에 틀림없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었다. 언론이 해야 할 주요한 일 중 하나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건데 이번 사건은 지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자칫 사실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겠다는 우려와 경계가 있었다.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전체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라 지면을 제작해야 하는데, 정보의 취약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국정원 개혁과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의 실체라는 두 측면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강희철 국정원이 8월28일 통합진보당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사건을 세상에 공표했고, 연이어 녹취록이 나왔다. 국정원은 한겨레와 불편한 관계에 있어서 취재 협조도 거의 안 되고 기본적인 팩트 접근에서부터 난점이 있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부정경선 사태 이후 한겨레가 자기 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제한된 시간 속에 조각들을 맞춰 날마다 내일 아침 지면에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사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공개됐을 때에야 녹취록에 있다고 알려진 내용 상당 부분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5월 모임의 발언이 내란음모에 해당되느냐, 또 국정원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왜 이 시점에 사건을 터뜨렸는지에 대한 의심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파악하는 노력을 했다. 국정원 개혁이란 주제는 이런저런 관점에서 그동안 한겨레가 많이 다뤄왔다. 다만 새로운 계기나 팩트가 없는 상태에서 똑같은 식재료를 이용해 어떤 날은 굽고 볶기도 하고 다른 날은 삶기도 해 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상황도 오게 됐다. ■ 사상의 자유·공존, 헌법적 가치 논의 분석 부족해 후지이 다케시 정보원이 한정되면 다른 정보원을 찾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담론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며,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의문 제기를 가로막고 제약하고 있다. 사실 헌법적 가치는 그동안 개헌으로 몇 번 바뀌었다. 절차가 문제일 뿐이지 헌법적 가치의 변경 그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 헌법적 가치는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열려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다양한 논의를 언론이 짚어줄 필요가 있다. 박창식 이번 사태에서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라는 측면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130명이 모여 나눈 얘기가 윤색됐을 가능성도 있으나 만약 사실이라 해도 그 맥락적 지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의 증좌라고 하지만 그 5월 모임을 자기들끼리 모여 온갖 말을 나누고 떠드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저널리즘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언론기관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언론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통합진보당 모임을 찬성하고 비호하기는 어렵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할 자유는 보호돼야 하며 이들을 시대착오적이니 배제하고 절멸시키라고 요구할지 아니면 시대착오적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이지만 숨 쉬게 내버려둘 것인지, 즉 공존을 허락할지에 대한 측면을 기사로 다뤄주면 좋겠다. 남북관계·북한 보도
‘화해와 통일로 가야 한다’는 식의
전문가 동원한 뻔한 얘긴 안읽혀 남북관계 퇴보로 고통받는 현장
망한 중소기업 등 자세히 짚어야 신인령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도 이석기 의원 쪽에 대해 ‘그들은 북한 관련해선 종교적 신앙 같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공안정국 반대’ 기치 아래 힘을 모을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내부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부 사정을 놓치면서 통합진보당의 5월 모임에 대해 언론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얘기하면 곤란하다. 통합진보당을 비판하고 고민하는 의견도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취재해 보여주면 좋겠다. 이제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포함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 태도와 관점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제정임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 후퇴와 냉각으로 인해 비명소리가 들리는 영역들이 많다. 이산가족들은 희망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고,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현대는 물론이고 금강산 주변 지역상인들까지 몰락하고, 수산물 교역 중단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상인들이 패가망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길들여가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북한 자원을 중국이 퍼가고 있고, 남북한 경제협력이 진전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놓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포함해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잃고 있는 게 아주 많다. 이런 점을 독자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꾸준히 보도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 논객들을 동원해서 ‘우리는 화해와 통일로 가야 한다’고 하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 퇴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장들, 경제적 기회를 잃고 망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상인들, 이러한 여러 저변의 고통과 비용을 자세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신인령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내용과 실체도 창조경제 못지않게 모호한 것 같다. 그 내용을 처음에 만든 사람들이 정작 현 정부 안보팀에서 많이 빠져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를 포함해 신뢰프로세스의 실체를 짚어주면 좋겠다. 후지이 다케시 남북관계를 ‘통일 문제’라는 용어로 자꾸 접근하면 정부 차원의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어렵다. 대신 ‘분단 문제’란 개념으로 말하면 군대에 가야 하는 나 자신의 문제가 된다. 국방부 차기 전투기 도입도 분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분단이 모든 사람의 일상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라는 걸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분단·통일 문제, 정부정책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서 접근해야 이주원 한겨레의 북한 보도는 대부분 정부정책 영역을 다루고 있다. 분단을 가장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20대 젊은 세대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뚜렷한 결정을 잘 못 내리고 있다. 대북 관련 정부정책 외에 분단으로 인해 우리 20대들이 놓치고 있는 기회들은 무엇인지, 20대들의 눈을 통해 통일 문제를 끌어내 보여주는 기사가 아쉽다. 김영배 보수정권이 통일에 위협적인 요소이지만 오히려 대북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공화당에 비해 오히려 외국과의 전쟁과 군사개입을 더 많이 했다. 거기엔 몇 가지 정치적 유인이 개입돼 있을 것이다. 한겨레가 생각하는 민족의 당면과제를 몇 가지 설정한 뒤에 박근혜 정부가 그 과제를 해결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도록 응원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철의 실크로드’를 말했는데 이에 맞춰 북한 철도망 연결 과제 등을 한겨레가 담론으로 설정해봄직도 하겠다. 박종원 통일이란 개념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일상에 내려놓아야 한다. 예컨대 통일을 만지고 볼 수 있는 대상으로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통일하면 북한을 통과해서 중국으로 기차여행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쉽고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이라는 너무 무거운 개념을 털고, 통일이 되면 편리하고 재미있는 일도 많아지고 경제적으로도 굉장한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의 보도 방식을 고려해봄직하겠다.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데 분단이 그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해 지는 서쪽의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에 가보고 싶은데 북한 통과 문제 때문에 제한되고 지척의 금강산도 가보지 못하고 있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극복하는 게 통일이라는 식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단순히 동포형제들이므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조계완 최근 한달간 국방비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진행중인 차기 전투기 사업을 비교적 자세히 조명하는 기사를 종합면에 잇따라 실었다. 그런데 8월30일치 2면 기사에 전투기 도입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 사진 한 컷을 넣었는데 집회 내용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그동안 전투기 도입을 다룬 기사는 주로 전투력 향상 측면에서 어느 기종이 나은지 비교하는 데 중점을 두었을 뿐 이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지, 군사무기 증강 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 등 ‘평화’의 관점에서 사업을 평가한 대목이 보이지 않았다. 김규원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남한 국방 장비가 가진 무력의 크기는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남한은 장비를 더 많이 갖춰서 전쟁시 군인들의 인적 희생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남한의 전투력은 북한과 달리 실전 전투력보다는 더 많은 무기와 장비로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자체를 반대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와 관련해서는 신 위원장께서 지적했듯, 현장 기자들과 데스크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나 독자들에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정리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을 언론매체로서 비판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기사로 다루더라도 현 정부는 소통도, 언론에 의한 견인도 잘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기사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걸 기자들이 감지하고 있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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