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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베트남전 등 기획물 혼재…새해 주제 읽기 어려웠다”

등록 2014-01-15 19:30수정 2014-01-16 10:38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새해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새해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열린편집위원회]
새해 첫 회의 ‘신년기획 분석’


한겨레는 1월1~3일 지면에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박태균의 베트남 전쟁’ 등 신년 기획 및 연중 기획물을 집중 선보였다. 이번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토론에선 신년기획을 중심으로 한겨레가 올해 지면 제작과정에서 고민하고 추구해야 할 지점을 논의했다.

열린편집위원들은 한겨레가 신년기획을 풍성하게 선보였으나 어디에 역점을 두었는지가 딱히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은 한겨레 신년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매년 실음으로써, ‘한겨레 전통’으로 구축해보자고 제안했다. 창간 25년을 넘기면서 어느덧 40, 50대가 주요 독자층인 신문으로 바뀌고 있으며, 20대와 30대에게 좀더 파고드는 ‘젊은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젊은층에 다가서는 한겨레를 지향할 필요는 있으나 다소 무겁더라도 정론지로서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1월13일 신인령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2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제3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 제2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 (참석자)
위원장 :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사외 위원 :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오지연 숙명여대 학보 편집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윤고은 작가(소설가),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사내 위원 : 박찬수 <한겨레> 콘텐츠본부장(부위원장), 임석규 편집국 정치·사회에디터, 김도형 편집국 경제·국제에디터, 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 ‘채현국 이사장’ 기사 화제…독자와 소통 한발 더 나아가진 못해

신인령 위원장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회의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2014년 첫 회의다. 오늘은 <한겨레>가 1월1일부터 선보인 신년 기획물을 중심으로 한겨레 지면 개선방향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으면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토요판에 실린 채현국 선생(효암학원 이사장) 기사(<한겨레> 1월4일치 20면)가 근래 보기 드물게 큰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에 올린 기사에 댓글이 매우 많았고 채 선생이 인터뷰에서 한 말에 대한 인용도 많이 됐다. 한겨레에 이처럼 읽을 만한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오히려 마케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공감한 독자들이 많았으니 그런 열띤 독자 반응을 지면에서 다시 한번 다뤄볼만도 했는데, 한겨레는 정론지 프레임에 갇혀서 그런지 지나치게 점잖아 보인다.

임석규 정치·사회에디터 클릭 수에서 1월 들어 가장 많이 본 기사였다. 다만, 온라인 등에서 이미 많이 소비됐는데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포맷으로 다시 다루긴 쉽지 않다. 단순히 리뷰 형식으로 기사를 또 쓰기는 어렵지만 고민해볼 필요는 있었겠다. 재포장해 지면에서 다시 다뤄볼 생각은 미처 못했다.

김도형 경제·국제에디터 많은 독자들이 채 선생의 말을 자기 삶을 성찰하고 고민하는 계기로 삼으면서 큰 화제를 모은 듯하다. 편집국과 독자들 간의 피드백 과정도 중요한데, 우리가 정론지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무겁게 취하다 보니 독자들과의 소통에 소홀한 지점이 있는지 고민해볼 대목을 오 위원께서 지적해주셨다.

신인령 독자들과 공감한 부분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에서 채 선생 인터뷰 관련 후속 기사를 다뤄봄직 했겠다. 그 뜨거운 반응의 기반과 관련해, 종이신문을 읽은 독자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그 기사를 본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종이신문이 재미가 없어서 보지 않는다기보다는 신문 펴놓고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더 많이 읽도록 제목 따위를 입맛 당기게 뽑을 필요가 있다. ‘이진순의 열림’ 코너에서 최근에 다룬 월간 <잉여> 편집장도 쉽고 재미있었다. 기획기사에서 관심 끌만 한 사람을 잘 찾아내고 있다. 단순히 종이신문이 요즘 안 읽힌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신년기획 풍성했지만 뜬끔없어 보여
철도파업 등 현안 끊겨진 느낌도 들어
채현국 이사장 인터뷰는 큰 반향
독자와 공감 나눌 후속물 있었으면”


오지연 숙대학보 편집장 독자와의 공감을 젊은층에 국한해 말해보면, 학교 캠퍼스에서 종이신문 읽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보면 꽤 있다. 다만 ‘조중동’이나 경제신문을 주로 본다. <한겨레21>에서 대학생 취업이 어렵다는 기획물을 연재한 적 있는데, 그 원인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그걸 읽고 나면 암울하다는 생각만 더 든다. 젊은 대학생들한테 물어보면 빽빽한 기사를 읽으면서까지 암울한 현실을 또 보고 싶진 않다고 한다. 기자들이 20대들이 사는 현장에 들어가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또 관심이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는 대학 학보사 내부를 취재해 학내 이슈가 뭔지 파악하고 학보사 편집장 간담회를 열어 요즘의 대학생 이슈를 빼내 기사화하기도 한다. 한겨레한테서는 그런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저도 최근 대학 학보사 기자 여섯명과 우리 구청의 소식지를 편집하는 기자들(주로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해봤다. 학보사 대학생들은 한겨레가 조중동에 견줘 지면 편집이나 색감, 디자인 면에서 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의 베트남 전쟁 신년기획물은 좀 뜬금없었던 반면, <조선일보>가 1월1일부터 선보인 신년기획 ‘통일이 미래다’는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혼여성들은 한겨레 지면에서 생활과 밀착한 경제기사가 부족하고 정치적 이슈를 지나치게 많이 다루는 인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신뢰도에서도 한겨레에 의문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쪽의 주장을 전달하는 신문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한다. 상대방의 의견에도 지면을 할애하는 식으로 신문이 열려있으면 좋겠다는 지적이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대목도 있긴 하나 독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 새해 첫날 지면, 한겨레의 2014 화두 읽어내기 어려워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신년호를 보고 좀 뜻밖이었던 점은, 연말까지 철도파업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해가 바뀌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신년 특집 지면이 배치됐다. 세밑에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남성의 경우 ‘국정원 특검 실시’와 ‘박근혜 사퇴’ 둘 다 외쳤는데 왜 사퇴 주장보다는 특검 실시를 부각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1월1일치 사회면에 “새해에도 ‘한반도 이상무’”란 제목 아래 공군이 제공한 전투기 편대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왜 새해 벽두부터 이런 전투기 사진을 한겨레에서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사진 얘기가 나왔고 학보사 대학생들이 한겨레 색감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는데 1월8일치 29면 문화면에 조선시대의 대형 석가삼존도 그림이 100년만에 귀환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텍스트 기사와 함께 흑백사진으로 실렸는데 다른 신문은 대부분 1, 2면에 컬러로 크게 실었다. 한겨레도 2면에 컬러로 싣고 텍스트 기사는 문화면에 붙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독자 친화적인 신문 제작이란 관점에서 아쉬운 배치였다.

윤고은 작가 젊은층에 다가서는 한겨레가 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신문을 읽는 젊은층도 상당수는 신문사 웹사이트보다는 포털에 올려진 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젊은층이 원하는 기사를 지면에 많이 다뤄주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젊은층 내부에서도 취향과 요구,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젊은층에 맞는 아이템이 무엇이냐 자체도 모호한 설정이고, 대학생들의 현실을 다룬다고 해서 젊은층에 친화적인 신문이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신문은 젊은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옆에서 누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어도 관심 없는 젊은이가 많다. 그런 태도를 비판할 필요도 있다. ‘분쟁의 땅, 희망의 교실’ 등 신년기획물 상차림은 풍성했다. 다만,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는 재미있긴 하나 신년기획으로 꼭 1면에 배치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말을 뒤흔든 철도 파업이나 교과서 채택 문제 등 이슈 흐름이 중간에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신인령 철도노조 간부 가운데 단 한 명에게도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건 한겨레가 집요하게 철도파업을 다뤄서 법원이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철도파업 때마다 불편을 호소하며 반대해온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도 한겨레 보도가 가져온 한 성과일 수 있다. 한겨레가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쪽으로만 지향하다 보면 정말 한겨레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은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심을 붙잡아야 하고, 젊은이들에게도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뭔가 방향성을 던져주는 게 필요하다.


“화제 모은 채현국 선생 관련 후속기사 없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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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규 1월1일치 지면을 짜면서 편집국 편집회의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렇게 지면을 짜면 새해가 되면서 갑자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되지 않나, 고민했다. 공교롭게도 연말을 거치면서 국회 일정,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철도 파업 등이 모두 일단락됐다. 다만, 철도파업은 편집국에서 의식적으로 8일 연속 1면 톱으로 집중 보도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교과서 문제 역시 일각에서는 과도했다고 여길 정도로 지면을 많이 할애해서 집중했다. 전투기 사진은 다른 신문들도 1일치에 크게 실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나 새로운 무기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와 관심이 있다. 무기 사진은 직접 취재하기 어렵고 주로 군에서 제공받아 게재한다. 올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려 한 것인데 지나치게 크게 실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석가삼존도 그림은 2면 컬러 지면에 배치하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지적이 다음날 편집국 안에서도 나왔다.

고윤덕 변호사 신년 지면에 여러 아이템이 혼재되면서 한겨레가 올해 무엇에 역점을 두고 지면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 구상이나 의지를 읽어내기 어려웠다. 아프가니스탄 호숫가의 말 사진이나 ‘분쟁의 땅, 희망의 교실’ 기획을 보면, 올해 한겨레 화두가 평화와 공존인가보다 했는데, 같은 1면에서 ‘국정원 개혁 첫발 내디뎠다’는 현안, 그리고 ‘디지털 스마트폰’ 기획을 함께 배치했다. 오히려 신년 느낌을 주는 6면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기사(“절망과 희망의 아우성 속에 움뜨는 변화의 씨앗”)를 앞으로 빼서 내세우고, 현안은 뒤에서 소화하는 게 좋았을 듯하다.


■ 한겨레만의 특색 있는 신년호 지면을…좌담이든 미술작품이든

오창익 신년호 신문에 대한 독자의 기대가 있다면 특별좌담이든 어떤 것이든 한겨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을 가진 뭔가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연말에 흔히 싣는 올해의 책을 거꾸로 신년에 실어 올해 이런 책을 읽자고 제안할 수도 있겠다. <교수신문>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그 한 모델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무엇이 꼽힐지 기대감도 있다. 한겨레 신년호엔 언제든지 미술 등 문화작품이 실린다는 식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지면에서 신년 선물로 주는 것으로, 올해는 어떤 작가가 한겨레 1면을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일 수 있다. 인물로 새해를 열 수도 있다. 한겨레 신년호의 특색을 좌담으로 잡는다면 그 좌담 인물을 누구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몇 달, 또는 1년에 걸쳐 찾고 준비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좌담 전통이 쌓이면 한겨레 신년 인터뷰를 보면 그해 한국과 세계가 보인다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김도형 좋은 제안이다. 우리나라 신문은 신년 특집을 대부분 내보낸다. 한겨레도 12월 초에 전체 기자들을 상대로 신년 기획 아이템을 공모했다. 제출된 50여건의 아이디어 중 몇 가지를 추린 뒤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다. 베트남 전쟁 기획 등이 그렇게 선정됐다.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기획은 세 명의 기자로 취재팀을 꾸려 두 달 전부터 2014년 연중기획으로 잡고 해외취재 등에 나섰다. 여러 위원들이 지적하듯이 신년 상차림은 많았는데 일관되게 관통하는 기획들로 묶이진 못했다는 느낌이 있다.

오지연 신년 디지털 관련 기획에 기대를 가졌는데 막상 보니 ‘스마트폰, 위험한 장난감’, ‘어른들의 세상에 빠져든 초등생’ 등 지나치게 디지털 세대의 문제점만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접근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어떤 이슈나 현상을 지나치게 ‘분석’하려 드는 경향을 보인다. 좀 가르치려 든다는 얘기다. 토요판 ‘연애’ 코너에서 다룬 소개팅 잔혹사(<한겨레> 12월14일치 17면)의 경우 젊은층이 관심을 가질만한데 비정규직과 소개팅을 너무 원론적으로 연결하고 노동자 관점에 과도하게 쏠려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 디지털 기획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 초등학교 사례를 다룬 기사(<한겨레> 1월2일치 9면)는 그런 실험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평면적 보도에 그친 듯하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에 대해 좀더 깊은 분석과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고민해본 뒤에 그 학교를 선정해 해외취재에 나선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었다.

윤고은 미국의 아이패드 활용 사례가 나온 김에 덧붙이면, 요즘 (유로존 경제 위기를 겪은) 이탈리아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나마 신입사원 공채라도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에 각국 청년 사례를 다루는 이런저런 기사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도 우리 대학생처럼 평범하게 취직 걱정하고 고민한다. 외국이라고 해서 꼭 어디는 제도가 좋고 롤모델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 우리보다 더 비참한 사례도, 비슷한 사례도 많다. 그런 현실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기사도 필요하다. 나는 신문 만평을 눈여겨보는 편인데, 전통적 방식의 만평 외에 요즘 유행하는 웹튠 등을 활용하는 현대적 버전의 만평을 시도해봄직 하겠다.

김도형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게 읽힐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한겨레가 창간 때는 젊은 신문이었고 외국에 소개할 때도 젊은 신문을 특징으로 꼽곤 했는데 어느덧 독자 구성에서 늙은 신문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디지털 연중 기획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문제점뿐 아니라 활용이란 측면도 충분히 조명할 예정이다.

김영배 한겨레가 지면에서 주장하는 건 대부분 옳은 것들이긴 하나 친절하지 않고 가르치려 든다고 대학 학보사 기자들이 지적하더라. 베트남 전쟁 기획(토요판 격주 연재 중)은 파병 50돌인데 박정희 시대나 베트남 전쟁 개입의 잘잘못에 대한 지적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이 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풀어주고 한반도 미래상과 관련해 접근해 주길 기대한다. 학보사 기자들은 ‘통일이 미래다’라는 조선일보 올해 신년 기획이 좋았다고 하더라.

신인령 조선일보에서 뜻밖에도 통일 기획을 다뤘으니 눈에 띄었지, 한겨레에서 기획했더라면 “또 통일 얘기냐”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웃음)


“정치 편중 생활밀착형 기사 부족
지역 에너지운동 등 심층보도 했으면
젊은 독자층에 다가가는 노력 필요
성찰 이끌 수 있게 방향도 제시를”


■ 교학사 교과서 채택 보도, 지나치게 압박해 부담스러워

후지이 다케시 베트남 전쟁은 좋은 기획물이다. 다만 연재하면서 베트남에 가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이나 외화벌이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식의 영웅화하는 관점보다는 베트남 전쟁 경험과 현장, 참전자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쪽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신인령 1960, 70년대 리영희 선생의 글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접했는데 그로부터 50여년 지난 이후에 한겨레에서 이 전쟁을 기획으로 다루고, 내용도 단단한 팩트에 기반해 진실을 캐고 있어서 신선하고 반갑다. 당시 전쟁 관련 인물들을 찾아내 생생하게 그 응어리를 드러내주면 좋겠다. 참전해 젊은 시절을 희생하고 고엽제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도 부각해주고, 과거에 수립된 피해 보상대책을 언급할 때는 노무현 정권 시절이라고 표현해 괜한 정치적 선입견을 갖게 하지 말고 그냥 몇년도에 대책이 나왔다는 식으로 전달해주면 좋겠다. 표현과 관련해 덧붙이면, 최초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주현우씨 인터뷰 기사(<한겨레> 12월16일치 6면)의 맨 끝 문장이 “주씨는 진보신당이 이름을 바꾼 노동당 당원이다”라고 돼 있다. 굳이 노동당 당원임을 밝혀야 했나? 대학생이라고 하면 될 것인데 성향을 암시해서 뭔가 보이지 않는 뒷배경이 있는 듯이 비칠 수 있다. 임석규 주말을 거치면서 인터넷에 주씨가 노동당 당원이란 사실이 다 나왔다. 다른 신문들도 그 사실을 다 썼다. 한겨레가 안 쓴다면 오히려 당원이란 사실에 일부러 눈감고 자기 쓰고싶은 것만 쓴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신인령 보도를 보면 몇해 동안 ‘대학생이 가장 신뢰하는 신문’ 1위로 계속 한겨레가 꼽히고 있다. 대학생이 한겨레를 잘 안 본다면 인기도 그렇고, 신뢰하는 신문으로 매년 꼽히기 어려울 듯한데 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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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콘텐츠본부장 각종 조사에서 여전히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고, 신뢰하는 신문은 한겨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종이신문 구독률이나 열독률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고 있고, 그런 추세에서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다. 한겨레 전체 독자의 약 70%가 40, 50대 연령층이다. 20대는 10% 아래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창간 당시 20, 30대였던 독자들이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 한겨레의 주요 구독층이 되고 있다. 이는 한겨레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종이신문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종이신문 열독률이 구조적인 하락 추세인데 어떻게 20, 30대 독자를 늘릴 수 있을까 하는 복합적인 고민이 있다. 물론 젊은층으로 신문의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한 채 주력 독자층이 노년층으로 옮겨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젊은층으로의 영향력 확대는 ‘종이신문’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보형 한겨레 콘텐츠가 재미있고 내용의 깊이나 신뢰도도 높지만 한겨레만 재미있는 건 아니다. 인터넷 들어가면 다양한 읽을거리와 재밌는 것들이 있다. 다만 (종이신문인) 한겨레는 이슈가 있을 때 다른 시각이나 여러 각도의 접근을 해주면 좋겠다. 요즘 연일 다루고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보도의 경우 팩트를 매일 전달해주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압박 보도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이 학교까지 교학사 선정을 취소하면 드디어 채택률 제로(0)가 된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보였다. 채택률을 낮게 만드는 건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인데, 언론에서 앞에 나서 압박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건 부담스럽다.

고윤덕 이번 열린편집위원회에 나오기 전에 지인들에게 한겨레에 대한 생각과 평가를 물어봤다. 대다수의 대답이 “그래도 한겨레는 돈 주고 사볼 만한 신문”이라는 것이었다. 한겨레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다고 본다. 다만 한 친구가 한겨레의 오랜 독자였다가 최근에 경향신문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겨레에는 일정한 방향성과 논조가 있는데 그게 조금씩 걸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계속 이 신문만 보면 세상의 다양한 측면을 잘 모르게 될 것 같아서’ 바꿨다고 한다. 신문을 읽다 보면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란 측면에서) 자신의 처지와 삶이 오히려 더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런 성찰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면 젊은 세대의 독자들로부터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너지 자립 마을운동 실험, 의제 삼아 보도해달라

오창익 한겨레를 볼 것인지 여부는 아직 독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몫이지만 이 신문을 봐야 한다는 판단 근거를 그들에게 주는 건 역시 한겨레 스스로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 언론시장에서 한겨레가 구축하고 있는 지형이라는 게 있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한겨레는 구독료를 더 올려도 기꺼이 내겠다는 탄탄한 독자층이 있다. 아침에 한겨레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자학적인 분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영배 정론지의 개념을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쪽으로 더 확장하면 좋겠다. 신문의 영향력이 생활에 뿌리내리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치담론이나 국가적 의제도 필요하지만 시민 개인의 생활은 그런 의제와 서로 별개가 아니라 혼재된 상태로 연결돼 있다. 예컨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얘기가 간혹 나오는데 하야오 인터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기사 같은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인령 한겨레가 앞으로 본격 다뤄볼 의제로, 탈핵과 지역 에너지 자립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밀양 사태에서 보듯이 원전 핵에너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달리 강원도와 전라도 일부 몇 곳에서 에너지 독립마을을 추구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탈핵 탈원전은 현재 당면한 문제일뿐 아니라 우리와 지구촌의 미래가 걸린 매우 중요한 이슈다. 북핵을 포함해 핵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탈핵으로 가는 길을 지역의 에너지 운동 현장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접근해 보도해보면 좋겠다.

장보형 통상임금 이슈의 경우 그 사회경제적 파급력에 견줘 한겨레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접근 방식도 법률적 측면에 국한됐던 듯하다. 임금체계 전반이나 고용 문제에 미칠 파장 등을 근본적으로 짚어주면 좋겠다. 어떤 기획시리즈를 내보낼 때는 그 연재를 통해 만들어낸 폭발적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갔으면 한다. 지난해 감정노동 기획시리즈의 경우 내용도 좋았고 여러 차례 연재를 통해 사안을 크게 터뜨렸으나, 연재를 끝낼 즈음엔 감정노동자의 산재처리 인정 등 협소한 제도개선 문제로 축소되고 말았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실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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