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2차 회의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조은(윗줄 왼쪽 둘째) 위원장 사회로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6·4 지방선거 보도 어떻게 했나
“진보 교육감들 감시·견제하며 신뢰 쌓을수 있도록 이끌길”
6·4 지방선거 보도 어떻게 했나
“진보 교육감들 감시·견제하며 신뢰 쌓을수 있도록 이끌길”
추구하는 지향과 정책을 달리하는 각 정치세력이 각축하는 선거에서 <한겨레>는 종합 일간지로서 또 진보적 대중지로서 어떤 보도 태도와 방향,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특히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인 지방선거 보도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일까?
이미 제2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2월10일 ‘6·4 지방선거 보도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토론회의를 연 바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중앙정치 ‘삼국지 구도’ 벗어나 지방 현안에 초점 맞추라”면서 중앙정치와 여론조사 위주의 보도에서 탈피해 지역주민의 삶과 고민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면 보도에서 군소정당의 실종도 꼬집었다.(<한겨레> 2월13일치 33면)
9일 열린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에선 ‘6·4 지방선거 보도, 어떻게 했나’를 주제로 다시 한번 집중 논의했다. 3기 열린편집위원들이 밝힌 의견과 평가, 제언은 넉달 전에 2기 위원들이 지적한 대목과 엇비슷했다. 대체로 두 거대 여야 정당의 구도 속에 판세 중심의 보도를 반복했고 진보정당 후보에겐 지면 할애에서 냉담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심판’과 ‘박근혜 지키기’로 선거 판이 짜인 탓에 한겨레가 유권자와 의제, 지역 이슈 중심으로 선거 보도를 끌고 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방선거에서 지역 이슈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의 의미를 진단하면서 ‘숨겨진 교육 욕망’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상적으로 신문을 만들면서 한겨레가 설정한 독자층이 누구인지 기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2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 거대정당 판세 위주 보도 반복…진보정당에 냉담
조은 위원장 이번 토론회의에선 ‘6·4 지방선거 보도’를 중심으로 말씀을 나누면 좋겠다. 관련 보도를 보면서 기자라는 직업은 사건 취재 보도도 잘해야겠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독해력과 해석 능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지방선거 보도에서 <한겨레>가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해주려고 노력했는지 약간 의문이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똑같이 지면을 꼭 배분했어야 하는가? 비전을 가진 후보나 이슈가 되는 지역을 골라 전면적으로 집중해 다루는 보도 방향이 더 좋았을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 프레임에 지나치게 갇히지 않는 게 좋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거나 선거 결과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두지 말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심으로 선거 보도를 해주면 더 좋았겠다.
지지율·유력 후보 중심 보도 속
군소정당 제대로 다루지 않아 김재영 충남대 교수 오늘치 한겨레 1면에 실은 혁신학교 같은 이슈가 선거 기간 중에 논쟁으로 등장했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한겨레가 보도를 잡아갔어야 한다. 유권자 중심, 의제 중심, 공약 중심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현재 구도에서 누가 우세이고 유리한지, 또 현 정부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 관점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내세운 정책이라 해도, 지향하는 가치에서 대체로 바람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옳다는 선입견을 갖고 보도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은 보수 교육감 후보 난립에 따른 측면이 큰 게 현실이다. 한겨레가 세월호 심판이나 입시경쟁 염증이 표로 표현된 것이라고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 건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덧붙여 선거 관련 언론 보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공직선거법이다. 각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기계적 균형을 의식해 좋은 점만 보도하는 위인전 식이 되었다. 또 지지율 및 유력후보 중심의 보도 속에서 군소정당은 양념처럼 끼워 맞추기가 되고 말았다. 의제 중심으로, 예컨대 원자력발전 얘기를 부각시키면 녹색당에 대한 보도 기사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 등 정책 선거였는데 이번 선거에선 ‘세월호 심판’과 ‘박근혜 지키기’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겨레 스스로 보도 지면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선거를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한겨레 역시 별 의미 없는 판세 위주 보도를 예전 선거에서처럼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종이신문이 잘할 수 있는 게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제시인데, 과천시장 녹색당 후보의 경우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는 짤막한 기사 외엔 다루지 않았다. 군소정당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지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군소 진보정당의 세가 부족하고 지리멸렬했다손 치더라도 한겨레는 두 거대정당의 각축만 중계방송했을 뿐 지역 선거와 관련된 미래지향적 상상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진보정당에 매우 냉담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 이후에야 비로소 지면 할애가 늘었으나 혁신학교 이슈 같은 현안을 선거 과정에서 심층보도해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 인권친화적 도시로의 탈바꿈 같은 게 한겨레가 제시할 수 있는 실험적인 선거 어젠다인데 이런 영역을 끌어내 제시하고 우직하게 밀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성 다양했지만 내용은 비슷
‘공공성’ 이슈 투표로 연결못해 김상영 씨제이 부사장 언론이 선거 보도에서 할 수 있는, 또 할 수 없는 선이 있다. 후보자가 어떤 생각과 소신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고 후보자들끼리 비교해주는 보도가 있을 것이다.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역할이다. 그 판단의 근거 제시를 넘어 언론 스스로 후보자와 정당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건 피해야 한다. 물론 후보자의 결정적 하자나 비리, 거짓말이 드러나면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겠지만 언론의 역할은 후보자를 보여주고 비교하는 데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실행에 필요한 예산 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 자료로서는 한겨레의 관련 보도가 부족했다.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기에 앞서 진보냐 보수냐는 진영 논리 잣대가 한겨레의 몇몇 보도에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이슈점검’ 기획물은 안전, 개발공약, 교통공공성 등 주제로 3회에 걸쳐 선보인 데 그쳤다. 주먹구구 식으로 기획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교통 공공성 기사는 선거 며칠 앞두고 5월30일치에 실려 시점상 피부에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후보자 전면 인터뷰는 서울, 경기, 인천만 하고 끝났다. 힘있게 끌고 가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졌다. ■ 여론조사, 비판하면서도 정작 의존…교육감 후보 지면 인색 김재영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선거 보도에선 후보자만 있지 유권자는 안 보인다. 정책도 후보자의 것을 검증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엔지오(NGO)와의 협업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역 이슈가 뭔지 끄집어내 제기해야 한다. 언론이 어떤 지역 이슈를 의제화하면 후보자들이 그에 대해 진술을 안 할 수 없고 대체로 좋은 쪽으로 정책과 약속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언론이 중간에서 매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면서 지역의 이슈를 제기하고 압박하는 게 지방선거에선 특히 필요하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하는 보도 역시 문제다. 여론조사 결과는 지표일 뿐이지만 보도되는 순간 권력화된다고 한겨레가 여론조사 관련 지면에서 밝혔음에도 정작 한겨레 역시 시종일관 여론조사(<한겨레> 5월30일치 4·5면)나 선거공학의 판세 중심 보도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배심원단이 뽑은 지역 민심’ 기획에서 패널 몇명한테서 듣는 내용은 지역 이슈보다는 왜 새누리당을 떠나게 되었느냐 따위에 맞추었다. 한겨레도 누가 이기고 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에 휘둘렸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육감 선거 너무 적게 다뤄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생각해야 부미경 전 은평시민신문 발행인 한겨레가 지방선거 기획 아이템을 여러 개 잡아서 공을 많이 들였다. ‘민심르포’, ‘화제의 승부’ 등 다양하게 꾸몄다. 그러나 구성은 다양한데 실제 내용은 기획물마다 대동소이했다. 내 지역의 민심과 의제를 살펴보는 첫 지역으로 광주를 뽑았는데 흥미로웠다. 그러나 경기, 부산 지역으로 이어질수록 매우 천편일률적인 기사 일색이었고 민심의 저변을 읽기는 어려웠다. ‘민심르포’나 ‘성한용 선임기자와 함께 보는 6·4선거’ 인터뷰는 나열식 후보탐구 기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웠다. 교통 공공성 기사의 경우 신안군 버스공영제 얘기는 정책적으로 들여다볼 만한 것이었지만 무상버스가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촉발된 것인데 정작 경기도는 정면에서 드러내지 못했다. 개발공약 문제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서울과 경기 지역만 다루었는데, 인천 지역의 핵심 문제로 이슈화해 짚었다면 좀더 실질적인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울산과 인천 남동구에서 진보정당이 구청장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는 대목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살려 다루지 않고 양대 거대정당과 주요 단체장 중심으로 지면을 할애했다. 세월호 기획 ‘공공성 무너진 나라’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선거참여 보도와 이 어젠다를 연관지어 녹여내지 못했다. 판세와 구도 아래 정당과 후보자가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 전달에만 그쳤다. 공공성 같은 우리 사회의 지향과 새로운 가치를 이번 투표와 연결하지 못해 공허하고 답답했다. 이지은 대학원생 이슈점검이나 후보탐구 코너에서 독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정리해 짚었다. 그러나 공정 보도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그런지 분석에 그쳤고 투표 행위와 연결해 말해주는 대목은 부족했다. 후보 및 접전 지역 탐구 지면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쏠렸다. 여론조사 결과 기사에선 민심동향을 해설하는 전문가 코멘트를 흔히 실었는데 실제로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입을 빌려 동향을 전달해줄 필요도 있다. 한지혜 작가 후보 인물탐구 기사들은 촘촘하게 잘 비교해 쓰여졌다. 평소에 정치 인물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 처음 보는 후보가 대부분이었는데 비교해놓은 기사를 보면 접전지의 몇몇 새누리당 후보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겨레가 중립적·객관적 보도를 지향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인지 헷갈렸을 정도다. 기사 스타일에서 보면 이름과 약력 등 기본 데이터만 주면 누구나 똑같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위인전 식으로 단조롭게 후보 비교 기사가 작성됐다. 각 후보에 대한 평가, 비전, 특이한 점에 대한 소개가 매우 부족했다. 선거일 전 주말에 터진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 기사는 종이신문과 인터넷한겨레의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인터넷판 기사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신문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게 기사가 작성돼 불편했다. 나아가 서울시교육감이 아버지를 뽑는 선거가 아닌데도 아버지 논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 대목을 짚어주기보다는 오히려 그쪽으로 몰아가는 느낌도 있었다. 이른바 ‘앵그리맘’ 상당수는 이번에 단체장 뽑으러 간 것이라기보다는 교육감 선거 때문에 투표장에 갔다. 한겨레 지면에선 교육감 선거를 집중적으로 다룬 보도가 막판에 나왔고 너무 적게 다뤘다. ‘배심원단이 뽑은 내 지역 민심과 의제’ 기획을 보면 여러 패널들의 직업과 나이만 제시돼 있다. 패널 중에 박근혜를 지지했다가 이번에 돌아섰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여당을 왜 지지했고 그 정도가 어땠는지 따위의 이력과 정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배경과 맥락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패널이 밝힌 그의 민심 변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가 이미 타협하고 바뀔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김상영 나도 배심원단 기사를 보면서 패널들이 좌담회에서 한 발언의 맥락이 뭔지 의아했고 신뢰도가 떨어졌다. 조은 이번 선거는 아주 불친절한 선거였다. (선관위가) 시·군·구의원은 같은 정당에서 가나다 식으로 여러 명의 여러 후보를 냈는데 반드시 한명만 찍어야 한다는 투표 방법 설명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것 같다. 한겨레 역시 선거 전날에서야 이를 안내했다.(<한겨레> 6월3일치 4면). 총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되는 복잡한 투표 방식과 교육감 투표용지에 정당 표기가 없다는 설명을 더 많이 친절하게 지면에서 안내해주었다면 좋았겠다. 지식인 독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반 독자에 대한 더 친절한 기사와 보도 태도를 보여주고 그 위에서 비판적인 기사도 써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산층이 취약해지고 있는데 중산층 독자를 한겨레가 실제로 기사를 작성하고 비전을 담아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 지역 이슈 잘 안 보여…진보당 후보사퇴 의미 짚었어야 조계완 심의위원 진보 군소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공약과 정책으로 주창하고 있는지가 지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진보정당 기사는 6월6일치 10면 ‘기초장단체장 0…생존 갈림길에 선 진보정당’, 5월30일치 9면 ‘진보정당들의 도전’, 5월16일치 16면 ‘녹색당 서형원 과천시장 후보 단일화’ 정도였다. 6일치 분석기사엔 녹색당은 한마디도 언급이 없고, 진보정당의 이번 선거 총득표수나 광역비례 득표율 등도 제시되지 않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해온 진보정당의 입장이 이번 선거에서 득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부산·경기 등지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의 막판 사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분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표가 1~4%라고 해서 한겨레도 그 정도만 지면에 할애하면 되는지 의문이다. 한겨레 독자층을 고려해서라도 진보정당 기사를 더 늘려야 한다. 언제부턴가 진보정당은 <경향신문><오마이뉴스>등이 주로 다루고, 한겨레는 현실의 정치적 힘의 구도와 논리 중심으로 지면을 만들고, 한두차례 의례적으로 진보정당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은 여론에서 진보정당 표가 4%로 나왔다면 어떤 의미에선 이 수치도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겨레가 현실 추수적으로 이만큼만 지면에 배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면 지지표도 더 많아졌을 것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한겨레는 자칫 한겨레까지 좌빨로 보일까봐 (미리 선 긋고) 손 털고 가는 보도 태도를 보였는데 매우 유감이다. 한겨레가 더욱 용감해야 한다. 객관적 보도를 하지 않으면 정체성에 시달리게 된다고 우려하는 듯한데 중립을 지킨다고 해서 한겨레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이번 통합진보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선거 직전 사퇴했는데 한겨레가 크게 다뤄 이 사퇴의 의미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기자의 독해력이 취약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진보당 후보 사퇴에 중립을 지키면 표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 패착이다. 이런 점을 한겨레가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정치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언론이 앞장서 고도의 전략적인 보도를 통해 현실을 바꾸고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 오창익 선거에서 새누리가 이기면 안 되고 새정치연합이 이겨야 한다거나 박원순이 돼야 하고 정몽준은 안 된다는 구도나, 이런 구도에 따른 보도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 광역·기초단체장 중에서 여야 어느 후보가 더 보수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역도 꽤 있었다. 선거에서 안철수의 당내 기반이 어떻고 또 대통령을 지키느냐 심판하느냐는 따위의 분석을 보면 유권자로서 좀 갑갑하다. 200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지역에서 과연 어떤 변화가 실제로 있었는지 신문이 짚어 보여줘야 한다. 편집국이 지역전문가들과 팀을 꾸려 자문도 하면서 지역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진주의료원, 지역 핵발전소, 지역축제, 경마장 장외발매소 등 지역 이슈를 한겨레가 꾸준히 다뤄왔는데 이런 얘기라도 되짚어서 지역 주민들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시해주었어야 한다. 권태호 정치부장 귀담아들어야 할 비판적인 지적을 여러 위원님들이 해주셨다.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지적한 내용과 관련해 편집국 내부의 판단과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방선거 이슈점검’ 기획물은 보육 문제 등도 포함해 좀더 많이 지면에 실으려 했다. 그러나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세월호 이슈가 지속된 탓에 선거 보도는 5월 중순 후보등록 이후에 집중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후보탐구’ 시리즈는 17개 광역 후보를 양자대결로 다루기만 해도 34명에 이른다. 애초에 수도권은 한 후보당 2개 면에 걸쳐 인물 검증 형태로 다뤄보려 했으나 지면 압박이 커 1개 면으로 축소했고, 그래서 후보 소개 정도에서 머물게 됐다. 진보정당의 과천시장,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 관련 기사는 보도했으나, 위원들께서 본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면에 썼다’고 말하는 건 좋지 않은 변명이다. 독자들이 못 보았다고 하면 안 쓴 거나 마찬가지다. 양당 구도 속에서 진보정당의 설 자리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 한겨레가 진보정당 선거 기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선거 막판에 진보정당 기사를 1개 면으로 실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교육감 선거 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는데 내부적으로는 다른 부서에서 맡았기에 정치부가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 부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잘못도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선거가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중앙 정당정치 구도에 맞춰 보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늘 있다. 그러나 미국 같은 중간평가가 없는 한국 선거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제외하고 지방선거를 보도하는 건 현실과 좀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심판론’ 젊은층엔 관심 적어…교육감 당선에 숨겨진 욕망 짚어야 이지은 젊은층의 시각에서 보면 박근혜 심판이냐 지키기냐는 구도는 어른들에게 통용되는 구호로 보인다. 우리들에겐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한겨레가 ‘박근혜 눈물’, ‘박근혜 지키기’라는 선거의 한 측면을 과도하게 부각해 보도한 것 같다. 한지혜 진보 교육감 당선과 전교조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별개이다. 보수언론에서 진보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전교조를 지지했다는 건 한 면만 강조하는 피상적인 분석이다. 한겨레 역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겨레는 진보 교육감 시대의 의미를 입시경쟁에 염증난 부모들의 지지로 분석(<한겨레> 6월6일치 3면)했으나 자식 입시교육을 둘러싼 욕망은 변함없다고 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도 일반고에서도 일류대를 더 쉽고 더 많이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진보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숨겨진 욕망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예상을 벗어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에 대한 ‘다른 시각’의 분석을 한겨레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겨레는 세월호 이슈가 교육 분야의 표로 이어졌다는 쪽으로 분석했으나 아버지 논란이 미친 영향이 더 커 보이고, 사회는 달라지지 않아도 학교만 바뀌면 세월호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독자들이 갖게 한 것 같다. 한겨레 교육 지면을 보면 아이 키우는 기자가 없나 하는 생각이 간혹 든다. 단순히 취재를 더 많이 폭넓게 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일선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현안을 생각하고 고민해 지면을 만들어야 한다. 오창익 취재 일선에 나가는 사회부 교육담당 기자는 흔히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아이가 어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살벌한 상황을 잘 모르기 일쑤다. 신문이 일제 때와 똑같은 시스템으로 기자를 양성·훈련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기자들이 우리 사회의 다른 면을 잘 못 보기도 한다. 취재현장에 선후배도 섞고, 언론계 경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자를 뽑을 필요가 있다. 기존 취재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야 좋은 기사도 나온다. 부미경 35%의 새누리당 지지층은 이 세월호 틈에서도 여전히 강고했다. 진보 교육감 당선 현상엔 보수 후보 분열과 서울에서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로 일어난 극적 반전이 작용했다. 한겨레가 앞으로 진보 교육감들의 구체적인 정책을 감시·견제하면서 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박원순 후보가 농약급식 논란에 휘말렸음에도 40~50대 아줌마들이 지지를 보낸 건 지난 몇년간 그가 보여준 신뢰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은 ‘고교생, 세월호를 말하다’ 기사(<한겨레> 5월22일치 1·4·5면)를 보면 좌담에 참여한 고교생 6명 중에서 일반고 학생은 한두명뿐이다. 나머지는 대안학교 등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다. 한겨레가 어떤 의미에서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겨레가 설정한 독자층은 누구인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은 빼더라도 보수층까지 움직이면서 한겨레 독자를 확장해보려는 고민과 시도를 일상적인 신문 제작 과정에서 해야 한다. 보수층까지 움직이면서
독자 확장하려는 고민과 시도 필요 한지혜 5월 말에 세차례 실린 ‘사람이 중심이다’ 기획의 한홍구 교수 기고 글은 1개 면을 통틀어 실은 장문의 글인데 너무 빡빡해 숨이 차 도저히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글 도중에 중간중간 제목을 넣어주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좀더 있어야겠다. 김종철 에디터부문장 선거 때마다 경마식 흥미 위주가 아니라 공약과 정책 의제 중심으로 선거 보도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자기비판도 하고 외부 비판도 받곤 하는데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솔직히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독자와 유권자들이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조희연 후보 아들과 고승덕 후보 딸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이런 면이 후보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는데 독자가 관심있어 하는 부문을 신문은 외면하기 어렵다. 선거 보도의 딜레마다. 누가 앞서고 있는지를 독자들도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판세 보도를 외면할 수 없다. 정책 기사는 신문사 내부 구성원들도 잘 안 본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보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시 성찰한다. 진보정당의 경우 꼭 진보라서가 아니라 소수정당이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미있는 가치를 지향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좀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관심을 기울이겠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김상영 씨제이(CJ)그룹 부사장(홍보 담당) ,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지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한지혜 작가(소설가)
<사내 위원>
김종철 편집국 에디터부문장, 권태호 편집국 정치부장,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김상영 씨제이(CJ)그룹 부사장(홍보 담당) ,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지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한지혜 작가(소설가)
<사내 위원>
김종철 편집국 에디터부문장, 권태호 편집국 정치부장,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군소정당 제대로 다루지 않아 김재영 충남대 교수 오늘치 한겨레 1면에 실은 혁신학교 같은 이슈가 선거 기간 중에 논쟁으로 등장했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한겨레가 보도를 잡아갔어야 한다. 유권자 중심, 의제 중심, 공약 중심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현재 구도에서 누가 우세이고 유리한지, 또 현 정부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 관점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내세운 정책이라 해도, 지향하는 가치에서 대체로 바람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옳다는 선입견을 갖고 보도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은 보수 교육감 후보 난립에 따른 측면이 큰 게 현실이다. 한겨레가 세월호 심판이나 입시경쟁 염증이 표로 표현된 것이라고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 건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덧붙여 선거 관련 언론 보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공직선거법이다. 각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기계적 균형을 의식해 좋은 점만 보도하는 위인전 식이 되었다. 또 지지율 및 유력후보 중심의 보도 속에서 군소정당은 양념처럼 끼워 맞추기가 되고 말았다. 의제 중심으로, 예컨대 원자력발전 얘기를 부각시키면 녹색당에 대한 보도 기사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 등 정책 선거였는데 이번 선거에선 ‘세월호 심판’과 ‘박근혜 지키기’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겨레 스스로 보도 지면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선거를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한겨레 역시 별 의미 없는 판세 위주 보도를 예전 선거에서처럼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종이신문이 잘할 수 있는 게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제시인데, 과천시장 녹색당 후보의 경우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는 짤막한 기사 외엔 다루지 않았다. 군소정당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지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군소 진보정당의 세가 부족하고 지리멸렬했다손 치더라도 한겨레는 두 거대정당의 각축만 중계방송했을 뿐 지역 선거와 관련된 미래지향적 상상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진보정당에 매우 냉담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 이후에야 비로소 지면 할애가 늘었으나 혁신학교 이슈 같은 현안을 선거 과정에서 심층보도해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 인권친화적 도시로의 탈바꿈 같은 게 한겨레가 제시할 수 있는 실험적인 선거 어젠다인데 이런 영역을 끌어내 제시하고 우직하게 밀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성 다양했지만 내용은 비슷
‘공공성’ 이슈 투표로 연결못해 김상영 씨제이 부사장 언론이 선거 보도에서 할 수 있는, 또 할 수 없는 선이 있다. 후보자가 어떤 생각과 소신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고 후보자들끼리 비교해주는 보도가 있을 것이다.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역할이다. 그 판단의 근거 제시를 넘어 언론 스스로 후보자와 정당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건 피해야 한다. 물론 후보자의 결정적 하자나 비리, 거짓말이 드러나면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겠지만 언론의 역할은 후보자를 보여주고 비교하는 데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실행에 필요한 예산 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 자료로서는 한겨레의 관련 보도가 부족했다.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기에 앞서 진보냐 보수냐는 진영 논리 잣대가 한겨레의 몇몇 보도에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이슈점검’ 기획물은 안전, 개발공약, 교통공공성 등 주제로 3회에 걸쳐 선보인 데 그쳤다. 주먹구구 식으로 기획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교통 공공성 기사는 선거 며칠 앞두고 5월30일치에 실려 시점상 피부에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후보자 전면 인터뷰는 서울, 경기, 인천만 하고 끝났다. 힘있게 끌고 가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졌다. ■ 여론조사, 비판하면서도 정작 의존…교육감 후보 지면 인색 김재영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선거 보도에선 후보자만 있지 유권자는 안 보인다. 정책도 후보자의 것을 검증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엔지오(NGO)와의 협업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역 이슈가 뭔지 끄집어내 제기해야 한다. 언론이 어떤 지역 이슈를 의제화하면 후보자들이 그에 대해 진술을 안 할 수 없고 대체로 좋은 쪽으로 정책과 약속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언론이 중간에서 매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면서 지역의 이슈를 제기하고 압박하는 게 지방선거에선 특히 필요하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하는 보도 역시 문제다. 여론조사 결과는 지표일 뿐이지만 보도되는 순간 권력화된다고 한겨레가 여론조사 관련 지면에서 밝혔음에도 정작 한겨레 역시 시종일관 여론조사(<한겨레> 5월30일치 4·5면)나 선거공학의 판세 중심 보도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배심원단이 뽑은 지역 민심’ 기획에서 패널 몇명한테서 듣는 내용은 지역 이슈보다는 왜 새누리당을 떠나게 되었느냐 따위에 맞추었다. 한겨레도 누가 이기고 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에 휘둘렸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육감 선거 너무 적게 다뤄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생각해야 부미경 전 은평시민신문 발행인 한겨레가 지방선거 기획 아이템을 여러 개 잡아서 공을 많이 들였다. ‘민심르포’, ‘화제의 승부’ 등 다양하게 꾸몄다. 그러나 구성은 다양한데 실제 내용은 기획물마다 대동소이했다. 내 지역의 민심과 의제를 살펴보는 첫 지역으로 광주를 뽑았는데 흥미로웠다. 그러나 경기, 부산 지역으로 이어질수록 매우 천편일률적인 기사 일색이었고 민심의 저변을 읽기는 어려웠다. ‘민심르포’나 ‘성한용 선임기자와 함께 보는 6·4선거’ 인터뷰는 나열식 후보탐구 기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웠다. 교통 공공성 기사의 경우 신안군 버스공영제 얘기는 정책적으로 들여다볼 만한 것이었지만 무상버스가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촉발된 것인데 정작 경기도는 정면에서 드러내지 못했다. 개발공약 문제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서울과 경기 지역만 다루었는데, 인천 지역의 핵심 문제로 이슈화해 짚었다면 좀더 실질적인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울산과 인천 남동구에서 진보정당이 구청장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는 대목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살려 다루지 않고 양대 거대정당과 주요 단체장 중심으로 지면을 할애했다. 세월호 기획 ‘공공성 무너진 나라’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선거참여 보도와 이 어젠다를 연관지어 녹여내지 못했다. 판세와 구도 아래 정당과 후보자가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 전달에만 그쳤다. 공공성 같은 우리 사회의 지향과 새로운 가치를 이번 투표와 연결하지 못해 공허하고 답답했다. 이지은 대학원생 이슈점검이나 후보탐구 코너에서 독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정리해 짚었다. 그러나 공정 보도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그런지 분석에 그쳤고 투표 행위와 연결해 말해주는 대목은 부족했다. 후보 및 접전 지역 탐구 지면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쏠렸다. 여론조사 결과 기사에선 민심동향을 해설하는 전문가 코멘트를 흔히 실었는데 실제로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입을 빌려 동향을 전달해줄 필요도 있다. 한지혜 작가 후보 인물탐구 기사들은 촘촘하게 잘 비교해 쓰여졌다. 평소에 정치 인물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 처음 보는 후보가 대부분이었는데 비교해놓은 기사를 보면 접전지의 몇몇 새누리당 후보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겨레가 중립적·객관적 보도를 지향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인지 헷갈렸을 정도다. 기사 스타일에서 보면 이름과 약력 등 기본 데이터만 주면 누구나 똑같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위인전 식으로 단조롭게 후보 비교 기사가 작성됐다. 각 후보에 대한 평가, 비전, 특이한 점에 대한 소개가 매우 부족했다. 선거일 전 주말에 터진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 기사는 종이신문과 인터넷한겨레의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인터넷판 기사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신문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게 기사가 작성돼 불편했다. 나아가 서울시교육감이 아버지를 뽑는 선거가 아닌데도 아버지 논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 대목을 짚어주기보다는 오히려 그쪽으로 몰아가는 느낌도 있었다. 이른바 ‘앵그리맘’ 상당수는 이번에 단체장 뽑으러 간 것이라기보다는 교육감 선거 때문에 투표장에 갔다. 한겨레 지면에선 교육감 선거를 집중적으로 다룬 보도가 막판에 나왔고 너무 적게 다뤘다. ‘배심원단이 뽑은 내 지역 민심과 의제’ 기획을 보면 여러 패널들의 직업과 나이만 제시돼 있다. 패널 중에 박근혜를 지지했다가 이번에 돌아섰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여당을 왜 지지했고 그 정도가 어땠는지 따위의 이력과 정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배경과 맥락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패널이 밝힌 그의 민심 변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가 이미 타협하고 바뀔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김상영 나도 배심원단 기사를 보면서 패널들이 좌담회에서 한 발언의 맥락이 뭔지 의아했고 신뢰도가 떨어졌다. 조은 이번 선거는 아주 불친절한 선거였다. (선관위가) 시·군·구의원은 같은 정당에서 가나다 식으로 여러 명의 여러 후보를 냈는데 반드시 한명만 찍어야 한다는 투표 방법 설명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것 같다. 한겨레 역시 선거 전날에서야 이를 안내했다.(<한겨레> 6월3일치 4면). 총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되는 복잡한 투표 방식과 교육감 투표용지에 정당 표기가 없다는 설명을 더 많이 친절하게 지면에서 안내해주었다면 좋았겠다. 지식인 독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반 독자에 대한 더 친절한 기사와 보도 태도를 보여주고 그 위에서 비판적인 기사도 써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산층이 취약해지고 있는데 중산층 독자를 한겨레가 실제로 기사를 작성하고 비전을 담아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 지역 이슈 잘 안 보여…진보당 후보사퇴 의미 짚었어야 조계완 심의위원 진보 군소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공약과 정책으로 주창하고 있는지가 지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진보정당 기사는 6월6일치 10면 ‘기초장단체장 0…생존 갈림길에 선 진보정당’, 5월30일치 9면 ‘진보정당들의 도전’, 5월16일치 16면 ‘녹색당 서형원 과천시장 후보 단일화’ 정도였다. 6일치 분석기사엔 녹색당은 한마디도 언급이 없고, 진보정당의 이번 선거 총득표수나 광역비례 득표율 등도 제시되지 않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해온 진보정당의 입장이 이번 선거에서 득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부산·경기 등지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의 막판 사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분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표가 1~4%라고 해서 한겨레도 그 정도만 지면에 할애하면 되는지 의문이다. 한겨레 독자층을 고려해서라도 진보정당 기사를 더 늘려야 한다. 언제부턴가 진보정당은 <경향신문><오마이뉴스>등이 주로 다루고, 한겨레는 현실의 정치적 힘의 구도와 논리 중심으로 지면을 만들고, 한두차례 의례적으로 진보정당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은 여론에서 진보정당 표가 4%로 나왔다면 어떤 의미에선 이 수치도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겨레가 현실 추수적으로 이만큼만 지면에 배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면 지지표도 더 많아졌을 것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한겨레는 자칫 한겨레까지 좌빨로 보일까봐 (미리 선 긋고) 손 털고 가는 보도 태도를 보였는데 매우 유감이다. 한겨레가 더욱 용감해야 한다. 객관적 보도를 하지 않으면 정체성에 시달리게 된다고 우려하는 듯한데 중립을 지킨다고 해서 한겨레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이번 통합진보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선거 직전 사퇴했는데 한겨레가 크게 다뤄 이 사퇴의 의미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기자의 독해력이 취약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진보당 후보 사퇴에 중립을 지키면 표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 패착이다. 이런 점을 한겨레가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정치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언론이 앞장서 고도의 전략적인 보도를 통해 현실을 바꾸고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 오창익 선거에서 새누리가 이기면 안 되고 새정치연합이 이겨야 한다거나 박원순이 돼야 하고 정몽준은 안 된다는 구도나, 이런 구도에 따른 보도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 광역·기초단체장 중에서 여야 어느 후보가 더 보수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역도 꽤 있었다. 선거에서 안철수의 당내 기반이 어떻고 또 대통령을 지키느냐 심판하느냐는 따위의 분석을 보면 유권자로서 좀 갑갑하다. 200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지역에서 과연 어떤 변화가 실제로 있었는지 신문이 짚어 보여줘야 한다. 편집국이 지역전문가들과 팀을 꾸려 자문도 하면서 지역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진주의료원, 지역 핵발전소, 지역축제, 경마장 장외발매소 등 지역 이슈를 한겨레가 꾸준히 다뤄왔는데 이런 얘기라도 되짚어서 지역 주민들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시해주었어야 한다. 권태호 정치부장 귀담아들어야 할 비판적인 지적을 여러 위원님들이 해주셨다.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지적한 내용과 관련해 편집국 내부의 판단과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방선거 이슈점검’ 기획물은 보육 문제 등도 포함해 좀더 많이 지면에 실으려 했다. 그러나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세월호 이슈가 지속된 탓에 선거 보도는 5월 중순 후보등록 이후에 집중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후보탐구’ 시리즈는 17개 광역 후보를 양자대결로 다루기만 해도 34명에 이른다. 애초에 수도권은 한 후보당 2개 면에 걸쳐 인물 검증 형태로 다뤄보려 했으나 지면 압박이 커 1개 면으로 축소했고, 그래서 후보 소개 정도에서 머물게 됐다. 진보정당의 과천시장,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 관련 기사는 보도했으나, 위원들께서 본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면에 썼다’고 말하는 건 좋지 않은 변명이다. 독자들이 못 보았다고 하면 안 쓴 거나 마찬가지다. 양당 구도 속에서 진보정당의 설 자리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 한겨레가 진보정당 선거 기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선거 막판에 진보정당 기사를 1개 면으로 실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교육감 선거 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는데 내부적으로는 다른 부서에서 맡았기에 정치부가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 부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잘못도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선거가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중앙 정당정치 구도에 맞춰 보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늘 있다. 그러나 미국 같은 중간평가가 없는 한국 선거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제외하고 지방선거를 보도하는 건 현실과 좀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심판론’ 젊은층엔 관심 적어…교육감 당선에 숨겨진 욕망 짚어야 이지은 젊은층의 시각에서 보면 박근혜 심판이냐 지키기냐는 구도는 어른들에게 통용되는 구호로 보인다. 우리들에겐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한겨레가 ‘박근혜 눈물’, ‘박근혜 지키기’라는 선거의 한 측면을 과도하게 부각해 보도한 것 같다. 한지혜 진보 교육감 당선과 전교조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별개이다. 보수언론에서 진보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전교조를 지지했다는 건 한 면만 강조하는 피상적인 분석이다. 한겨레 역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겨레는 진보 교육감 시대의 의미를 입시경쟁에 염증난 부모들의 지지로 분석(<한겨레> 6월6일치 3면)했으나 자식 입시교육을 둘러싼 욕망은 변함없다고 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도 일반고에서도 일류대를 더 쉽고 더 많이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진보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숨겨진 욕망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예상을 벗어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에 대한 ‘다른 시각’의 분석을 한겨레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겨레는 세월호 이슈가 교육 분야의 표로 이어졌다는 쪽으로 분석했으나 아버지 논란이 미친 영향이 더 커 보이고, 사회는 달라지지 않아도 학교만 바뀌면 세월호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독자들이 갖게 한 것 같다. 한겨레 교육 지면을 보면 아이 키우는 기자가 없나 하는 생각이 간혹 든다. 단순히 취재를 더 많이 폭넓게 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일선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현안을 생각하고 고민해 지면을 만들어야 한다. 오창익 취재 일선에 나가는 사회부 교육담당 기자는 흔히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아이가 어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살벌한 상황을 잘 모르기 일쑤다. 신문이 일제 때와 똑같은 시스템으로 기자를 양성·훈련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기자들이 우리 사회의 다른 면을 잘 못 보기도 한다. 취재현장에 선후배도 섞고, 언론계 경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자를 뽑을 필요가 있다. 기존 취재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야 좋은 기사도 나온다. 부미경 35%의 새누리당 지지층은 이 세월호 틈에서도 여전히 강고했다. 진보 교육감 당선 현상엔 보수 후보 분열과 서울에서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로 일어난 극적 반전이 작용했다. 한겨레가 앞으로 진보 교육감들의 구체적인 정책을 감시·견제하면서 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박원순 후보가 농약급식 논란에 휘말렸음에도 40~50대 아줌마들이 지지를 보낸 건 지난 몇년간 그가 보여준 신뢰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은 ‘고교생, 세월호를 말하다’ 기사(<한겨레> 5월22일치 1·4·5면)를 보면 좌담에 참여한 고교생 6명 중에서 일반고 학생은 한두명뿐이다. 나머지는 대안학교 등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다. 한겨레가 어떤 의미에서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겨레가 설정한 독자층은 누구인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은 빼더라도 보수층까지 움직이면서 한겨레 독자를 확장해보려는 고민과 시도를 일상적인 신문 제작 과정에서 해야 한다. 보수층까지 움직이면서
독자 확장하려는 고민과 시도 필요 한지혜 5월 말에 세차례 실린 ‘사람이 중심이다’ 기획의 한홍구 교수 기고 글은 1개 면을 통틀어 실은 장문의 글인데 너무 빡빡해 숨이 차 도저히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글 도중에 중간중간 제목을 넣어주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좀더 있어야겠다. 김종철 에디터부문장 선거 때마다 경마식 흥미 위주가 아니라 공약과 정책 의제 중심으로 선거 보도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자기비판도 하고 외부 비판도 받곤 하는데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솔직히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독자와 유권자들이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조희연 후보 아들과 고승덕 후보 딸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이런 면이 후보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는데 독자가 관심있어 하는 부문을 신문은 외면하기 어렵다. 선거 보도의 딜레마다. 누가 앞서고 있는지를 독자들도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판세 보도를 외면할 수 없다. 정책 기사는 신문사 내부 구성원들도 잘 안 본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보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시 성찰한다. 진보정당의 경우 꼭 진보라서가 아니라 소수정당이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미있는 가치를 지향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좀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관심을 기울이겠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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