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보훈처가 살인·강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22명의 범죄 경력을 경찰청에서 통보받고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27억여원의 보훈급여금을 지급한 사실이 21일 뒤늦게 드러났다. 보훈처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국가유공자 자격이 유지되고 있는 중대범죄경력자는 모두 183명이며 이들한테 118억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보훈처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수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한 정기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부당하게 등록된 보훈대상자를 상대로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국가유공자의 범죄경력 조회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의 요구”를 했다.
보고서를 보면 보훈처는 지난 2016년 관할 경찰서로부터 ㄱ씨가 살인죄로 징역 10년 확정 판결을 받은 사실을 통보받고도 판결문을 확보·검토하지 않고 ㄱ씨를 보훈대상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ㄱ씨가 받은 보훈급여는 4653만여원이다. ㄱ씨처럼 보훈처가 중대범죄 사실을 통보받고도 판결문을 확인하지 않고 보훈대상자로 등록한 15명한테 지급한 21억원이다다. 법원 판결문을 통해 중대범죄 확정 사실이 확인된 7명에 대해서도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로 등록 처리해 6억2300여만원을 부당지급했다.
국가유공자법은 국가보안법 또는 형법의 살인·강도죄 등 중대범죄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보훈 관계 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상자 본인과 유가족에 대한 모든 보상을 중단(법 적용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등록관리예규에는 신규 등록 신청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하고 법원 판결문을 확인해 법 적용 배제 대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미 등록된 보훈대상자를 상대로도 해마다 4차례씩 경찰청에 범죄경력조회를 의뢰해 중대범죄 확정 사실이 확인되면 법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 결과 보훈처는 2012~2019년 등록된 보훈대상자에 대해서는 최근 1년 이내 범죄경력만 조회하는 등 범죄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말까지 중대범죄 확정 뒤에도 등록 처리된 신청자가 145명, 등록 뒤 중대범죄가 확정된 16명 등 모두 161명의 중대범죄 확정자가 보훈대상자로 등록돼 91억여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