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기자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을 지켜보며, 한나라당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 실망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감사원 발표 뒤 대뜸 “5·31 지방선거를 노린 표적감사”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요청 및 주의조처를 받은 자치단체장의 60%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 악재라는 정치적 직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꼼꼼히 따지면 한나라당의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1명(69%), 23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40명(60%)을 당선시켰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한나라당 단체장의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이번에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자치단체장도 3명씩 주의조처를 받았는데, 이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어찌보면 이번 감사는 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 비율에 맞춰 결과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도 사과와 반성을 앞세우지 않는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4년 전 선거에서 장악한 ‘지방정부’에 관한 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무거웠다는 균형감각이 빠져 있다. 한나라당은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투명한 인사, 효율적 예산운용 등의 미덕을 이들 지방정부에서부터 착실히 실천해야 했다.
지방정부의 실패에 이처럼 무감각한 자세로, “5·31 지방선거 압승”만 외치는 한나라당이 선거 승리 뒤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방예산이 99조원에 이르는 시대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