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돌 회견
“강정구 교수 사건 관련 김종빈 전 총장에 미안”
“강정구 교수 사건 관련 김종빈 전 총장에 미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또다시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하고 나섰다.
29일 취임 한돌을 맞는 천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현재 시스템은 탈세를 하다가 적발되면 세금만 내면 되고, 적발되지 않으면 막대한 이익을 보게 돼 탈세가 양산돼 왔다”며 “앞으로는 탈세범을 엄하게 처벌하고 확실히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를 1·2부로 나누고 1부에 탈세사범 수사를 전담시킬 계획이다. 또 재경부·국세청 등과 협의해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령 개정 작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05년 전체 형사사건의 불기소율은 48%였지만 탈세사범의 불기소율은 72%였다. 2003~2004년 탈세사범의 집행유예 선고비율도 전체 형사사건 평균(37%)에 비해 높은 52%였다.
천 장관은 “우리나라는 탈세와 관련해 사후 추징을 통해 국고 손실분을 채워넣기만 하면 형사적으로 크게 문제삼지 않는 ‘국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대다수 선진국들은 세금 추징 여부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형사 책임을 묻는 ‘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탈세는 반 사회적인 중대 범죄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제 ‘책임주의’ 쪽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천 장관은 이와 함께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고 뒤 제정된 ‘인권보호수사준칙’을 전면 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준칙은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적·모욕적 말투 추방 △사건 관계인의 불필요한 반복 소환 금지 △자백 강요를 위한 체포남용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천 장관은 “법에 진술거부권이 보장돼 있는데도 10차례 이상 반복 소환하는 등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때 과하다 싶으면 진상조사를 거쳐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 사건 과정에서의 수사지휘권 파동에 대해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검찰이 개입하기 전에 교정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느라 대응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 장관은 정치권으로 복귀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존임명’이라는 사자성어로 대답을 갈무리했다. 천 장관은 “현재 있는 자리에서 목숨을 걸라는 뜻의 현대판 사자성어”라며 “언젠가는 (정치인으로) 돌아가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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