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국세청이 판단할 일’ 떠넘겨…심상정 의원엔 “과세 힘들다”
재경부, 6개월동안 미적미적
국세청이 현대차그룹의 총수일가 편법 지원에 대한 과세 가능 여부를 재정경제부에 문의했으나, 재경부는 6개월 동안 답변을 미루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이 판단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의 과세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해, 참여정부가 편법 상속·증여를 막겠다며 의욕적으로 도입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유명무실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그룹의 총수일가 편법 지원 논란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씨가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계열사들과의 ‘물량 몰아주기’로 급성장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글로비스의 상장으로 정씨는 7천억원대의 이익을 냈지만 증여세를 물지 않았다. 증여세 부과가 가능하다면, 정씨에게 매길 수 있는 세금 규모는 1천억~2천억 규모로 추정된다.
정씨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지적은 1년 전부터 나왔다. 심상정·박영선·고진화 의원 등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여세 포괄주의를 적용해 과세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국세청은 증여세 부과를 망설였지만, 그 사이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시작됐고, 현대차그룹의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결국 국세청은 지난 4월 “물량 몰아주기로 재벌 2세가 정당한 노력 없이 주식가치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이를 상속·증여세법상 ‘기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법률적 판단을 해 달라”며 재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실제 세금을 매기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과세규모 계산법과 적용시기 등도 질문 내용에 포함됐다.
하지만 재경부는 6개월 동안이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심상정 의원 등이 독촉하자 지난 4일에야 1장짜리 공문을 보냈다. “과세 여부는 상속·증여세법 조항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판단해 (국세청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 관계는 이미 다 확인했고, 재경부에는 이를 적용할 때 법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물은 것”이라며 “6개월이나 지나서, 겨우 ‘사실 판단을 해보라’식의 무책임한 대답이 어디 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재경부는 또 과세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심상정 의원을 찾아가서는 ‘과세하기 힘들다’는 별도 설명을 했다. 재경부는 “기업간 정상거래에 따른 재산가치 증가는 ‘기여’로 보기 어렵고, 선례를 남길 경우 비슷한 몰아주기를 하는 중소기업의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경부는 이마저도 책임지기 싫었는지, 부처 의견이 아닌 전문가 견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세청은 현재 이 사안을 조사할지를 검토 중이다. 과세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때 “변칙 상속·증여는 어떻게든 과세를 하는 게 맞지만, 관련 법률 문제가 만만치 않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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