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건물 산뒤 18개월 방치…차량없는 미군도로 확장 20억…
시민들 지난해 예산낭비신고 2배로 늘어 160억원짜리 건물을 산 뒤 1년6개월 동안이나 방치한 노동부, 사용하지도 않는 미군부대 도로 확장에 20억원을 투입한 지방자치단체, 상습 침수 지역에 테니스장을 지은 한강시민공원사업소 등등. 지난해 시민들이 중앙부처나 지자체에 설치된 ‘예산 낭비 신고센터’에 신고한 사례들이다. 기획예산처는 8일 지난해 3분기 중 예산 낭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가운데 신고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해당 기관에 재발 방지 등을 통보한 대표적 사례 17가지를 공개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전국 309개 기관에 예산 낭비 신고센터를 설치해 신고를 받는데, 지난해 월 평균 신고 건수가 163건으로 2005년의 81건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한 시민은 ○○동 사거리에 있는 8층짜리 건물을 노동부가 2004년 12월에 매입한 뒤 1년6개월 동안 방치하고 있는 것을 신고했다. 기획처 조사 결과, 노동부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할인 의류매장을 만들려고 157억원을 들여 건물을 샀다가 사용도 못한 채 관리비만으로 3억4800만원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이다. 성일홍 기획처 예산낭비대응팀장은 “이 건물은 다시 매각하기로 결정됐다”며 “사업을 추진할 때 사전 검토를 면밀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군용 차량이 전혀 다니지 않는 ○○시 미군부대 후문 쪽 도로를 관할 지자체가 군 작전 위험도로 개선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20억원 이상을 들여 확장하고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기획처는 군용 차량들은 부대 정문 도로만 이용해도 충분한데다 부대가 2008년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예산 낭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기획처는 해당 지자체에 도로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한 시청은 옥상의 전광판을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가동하다가 에너지 낭비로 신고됐다. 기획처는 “전광판 내용이 시정 홍보가 많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만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등록 말소자에게 지방세·과태료 고지서가 계속 발송되고 있어 인적·물적 낭비라는 신고도 있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상습 침수 지역인 한강시민공원 광나루 지구에 2억1천만원을 들여 테니스장을 설치했다가 지난해 7월 수해를 입었다. 때문에 장소 선정을 잘못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