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폐쇄까지 `순탄'.핵불능화서 난제 `산적'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공식 초청하면서 2.13합의 이행 전망이 밝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7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는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숱한 과제들에 비하면 별게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궁극적인 목표인 핵폐기로 가는 길은 '산 넘어 산'이라는 얘기다.
우선 시간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있는 것은 러시아 은행까지 도달한 BDA 북한자금이 마지막 순간에 북한의 수중으로 넘어가지 않을 경우 북한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다. 당국자들은 그러나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하고 있다.
BDA 문제를 최종해결할 경우 북한과 IAEA는 핵시설 폐쇄를 위해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폐쇄 전 단계에 해당되는 핵시설 가동중단의 경우 북한이 IAEA와의 협의 과정 중에 언제든 단행할 수 있다.
일단 폐쇄 대상으로는 ▲영변 5MW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생산 시설 ▲영변 50MW 원자로 ▲태천 200MW 원자로 등 5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들은 과거 제네바 합의 당시 폐쇄 대상으로 북한과 IAEA가 합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5㎿ 원자로의 폐쇄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북한이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지적한다.
2.13 합의에는 북한이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중유 5만t을 받기로 했다. 따라서 중유 5만t을 손에 쥘 때까지 북한이 핵시설 폐쇄 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핵 프로그램 신고와 2단계 핵폐기에 해당되는 핵 불능화 조치로 넘어가면 상황이 다소 복잡해진다.
특히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논의과정에서 최대쟁점은 고농축우랴늄(HEU)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현재의 핵 위기를 초래한 HEU 존재를 놓고 북한은 '실체가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서 미국은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를 파키스탄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이를 얼마나 `솔직하게' 해명하고 넘어갈 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이에 따라 "핵시설 폐기의 1단계 조치에 해당되는 폐쇄까지는 2.13합의 이행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HEU문제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핵 불능화 조치의 개념과 방법을 놓고 북한과 미국은 첨예한 신경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가장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핵시설을 불능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를 북한에 제시해도 북측이 이를 수용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불능화의 대가로 북측에 제공해야 할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경제지원의 내용과 시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복잡한 문제에 해당된다.
여기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 신고 과정에서 미국의 대북 테러지정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민감한 주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지정국 해제 등은 핵 불능화가 마무리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북한이 큰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경수로다. 북한이 불능화 논의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버티면 비핵화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6자회담 전체 국면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하기 전에는 경수로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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