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헌소·이명박 수사 발언 ‘코드 이탈’
‘한나라당 출마설’-‘후임 흘리며 사퇴 압박’
청와대-김 법무 사이 불신 갈 데까지 간듯
‘한나라당 출마설’-‘후임 흘리며 사퇴 압박’
청와대-김 법무 사이 불신 갈 데까지 간듯
언론과 법조계 안팎에서 ‘경질설’이 꾸준히 나돌던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6일 교체로 최종 정리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김성호 장관 사의에 대해 “청와대 압력에 의한 사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청와대와 김 장관 갈등설’이 이번 교체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란 것이다. 김성호 장관도 기자들에게 “지난달 말 언론에 교체 관련 보도가 난 이후 스스로 고민을 해오다 인사권자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김 장관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김 장관 사퇴의 근본적인 배경인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장관은 “분식회계 자진신고 기업은 선처하겠다”는 등 잇따른 친기업적 발언으로 노동계 반발을 사면서 현 정부에 부담을 줬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얘기다. 지난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되자 “부정(父情)이 기특하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사례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장관이 김승연 회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국민정서를 고려해 김 장관을 교체하자’는 건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일을 잘하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며 교체론을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장관은 6월 국회에서 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것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반대로 공직선거법을 해석하는 답변을 했다. 또 최근엔 검찰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수사와 관련해 “(이 후보 쪽이) 고소를 취소하면 수사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를 자극했다.
급기야 최근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선 “김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김 장관이 지난달 한나라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하면서, 한나라당 고위 인사로부터 “좋은 자리를 줄 테니 장관직을 그만두고 나오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청와대 쪽에 “나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다르다.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도의는 지키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청와대가 김 장관 경질을 결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정성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장까지 거론되면서, 청와대와 김 장관은 서로 진의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몇몇 인사들은 “김 장관이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나를 경질해 달라’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장관 쪽 인사들은 “청와대가 후임 인사를 물색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런 불신이 결국 시기 문제였던 김 장관의 사퇴를 재촉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신승근 이춘재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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