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빚’ 아니라 ‘지하철 빚’ 줄인 것
전문가들, 박 후보쪽 ‘SH공사 빚 제외 분식회계’ 주장은 무리
전문가들, 박 후보쪽 ‘SH공사 빚 제외 분식회계’ 주장은 무리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경선후보 진영이 벌이고 있는 서울시 부채 절감 공방 등 각종 쟁점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9일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서울시 부채 3조원 절감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운하 추진 △이 후보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등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 서울시 부채 절감 공방=박 후보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시 부채 3조원을 줄였다는 주장에 대해 “분식회계”라고 공격했다. 지하철의 운영부채 1조원과 에스에이치공사(SH공사)의 부채 6조5천억원이 오히려 늘었는데 이를 시 회계에서 누락시켜 부채를 줄인 것처럼 호도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하철 부채의 경우 이 후보는 시장 시절 만기가 도래한 7년짜리 지하철 공채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시 예산을 들여 4년 동안 지하철 건설 부채 중 2조7837억원을 갚았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 본청의 부채는 계속 1조1천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서울시 김영성 재정분석담당관은 “회계상으론 이 전 시장은 ‘서울시 부채를 줄였다’기 보다는, ‘예산을 절감해 지하철 건설부채를 갚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그동안 “서울시 부채 3조원을 갚았다”고 말한 것은 이를 뭉뚱그린, 부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에스에이치공사의 2006년말 부채 6조5770억원을 서울시 부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분식회계’라는 박 후보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영태 회계사는 “서울시 예산 통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명확히 ‘분식회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박정희 운하 추진 논란=‘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운하를 검토하다 폐기했다’는 박 후보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주장 모두 각각 사실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이 후보 쪽이 제시한 1971년 건설부와 미국 내무부의 한강유역보고서 등을 보면, 박 전 대통령 시절 운하를 검토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 후보 쪽은 “박 전 대통령은 운하에 집념이 강했으나, 1979년 서거하는 바람에 끝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 김재원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때 추진하다가 한번은 타당성이 없어서 없던 일이 됐고, 또 한번은 추진하다가 서거해서 못했다”고 말했다.
■ 건강보험료 문제=이 후보의 건강보험료 문제도 논쟁이 됐다. 이 후보가 2000~2002년 지역보험으로 가입했으면 월 100만원 이상을 냈어야 할 보험료를, 임대관리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장보험으로 가입해, 월 2만원 정도만 낸 것이 고의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 후보 쪽도 2002년 잘못을 시인했다. 이 후보 쪽은 “건강보험체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빚어진 일이며, 불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가 9일 토론에서 “지역보험에 모순점이 있어서 그 후 법개정이 됐다”고 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황준범 이유주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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