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제살리기엔 동참-교육 등에선 대립각…‘새 피’ 수혈도 추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11일 열린 취임식에서 ‘새로운 진보’라는 당의 좌표를 제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내세웠던 ‘제3의 길’을 본뜬 것이다.
그는 ‘새로운 진보’의 뜻을 “세계화와 선진화의 길에 적극 앞장서서 번영의 길을 열어가면서 동시에 인권과 평화, 인간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며, 발전과 번영 중에도 인간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중도적 가치, 실용적 정신’이 반영되는 진보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그동안의 태도와 지향을 ‘80년대식의 낡은 틀’이자 ‘낡은 시대정신의 옷’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제가 1980년대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 노동당이 어떻게 낡은 좌파의 이념을 가지고 이념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쇠락했는지 잘 봤다”며 “그 이후 제3의 길을 추구하면서 실질적인 국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진보 노선을 추구하는 것도 보았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기든스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블레어가 추진했던 ‘제3의 길’은 세금 인하와 공공지출 축소,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핵심 정책으로 하는 노선이다.
손 대표는 이를 반영하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완화를 곧바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통합신당은 우리 정당사에서 가장 협력적인 야당인 동시에 가장 단호한 야당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손 대표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구호에 동참하면서도, 정부조직 개편과 교육 정책 등 세부적인 정책에서 반대하는 ‘총론 찬성, 각론 반대’ 식의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했던 이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자세다. 문병호·정성호·최재천 등 쇄신파 초선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10년 여당’이 가져온 뿌리 깊은 안일과 타성, 계파정치의 폐해를 과감히 일소하고, 민생개혁의 정체성으로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당 쇄신을 밀고 나가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쇄신파 의원들과 재야파 의원들은 이명박 당선자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을 ‘친재벌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손 대표의 태도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런 ‘리트머스성’ 정책이 앞으로 통합신당의 색깔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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