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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정부조직개편] 학계·연구기관 통일부 폐지안에 ‘경악’

등록 2008-01-16 17:53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통일부를 외교부에 통폐합시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16일 주최한 토론회에선 "반통일적 처사", "기상천외한 발상", "통일철학 부재" 등의 말이 쏟아졌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현 시점이 북핵 폐기 협상의 기로로,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중대한 국면에서 안정관리를 위해 통일부의 존재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화협 상임의장은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통일정책이 외교정책에 포함되면 대북정책이라는 단어가 사전에서 사라져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도 통일문제를 외무성이 아닌 내독성에 다뤘고 중국도 외교부가 아닌 국무원 직속의 대만공작소에서 대만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나오고 있다"며 "국회에 가면 (통일부 폐지안이) 좋은 방향으로 정리되겠지만 한때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화협 공동의장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배기선 의원도 인사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통일을 포기한 정부인지, 통일을 반대하는 정부인지, 통일을 두려워하는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도 "이명박 당선인에게는 통일철학이 없다"며 통일부 폐지안을 성토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통일부를 '산소'에 비유하며 "10년간 남북관계가 잘 관리돼 왔기 때문에 통일부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를 역으로 보면 통일부가 일을 잘 해 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북핵 10.3합의가 진행중으로, 비핵화 실현을 위한 3단계 협상을 서둘러야 할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면서 "중대위기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부처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차기 정부는 현 시점을 중대국면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통일부를 폐지하는 이유를 명확히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냥 싫은 것이다"라고,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통일부 폐지안은 차기 정부가 공약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각각 말했다.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의 조동호 교수는 "제가 10년 전에 통일부 폐지를 얘기했었지만 그때 생각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개별사업은 각 부처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을 거꾸로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문수 교수도 "종래도 통일부 위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는 개별 사업을 각 부처에 넘기자는 것이지 결코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김연철 연구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통일부 폐지는 재고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에는 특수성이 있는데 당장 통일부를 없애면 당분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데, 새 정부가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를 안이하게 보는 게 아니냐"며 "현 시점에서 담당부서가 폐지되면 대북정책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 공백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통일부의 폐지는 "한국의 대외 외교적 지위도 함께 낮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을 담당하는 인력과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한미관계에서도 중요한 변수인데, '한국에 그런 능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대북협상은 물론 대미협상에서도 우리의 대화파트너로서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의 양무진 교수도 전화통화에서 "통일부 폐지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오점이 될 수 있다"며 "하나는 인수위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폐지를 결정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신당측과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더라도 통일관련 정책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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