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부쩍 ‘위기’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정작 경제정책의 총괄 책임을 맡은 강만수(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선 별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대통령과 재정부 장관 사이에 ‘거리’가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재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6%대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 입에서 위기란 단어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도 그럴싸한 낙관론만 늘어놓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업무보고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충분히 6%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그 근거로 민간 및 공공투자 확대로 0.7%포인트, 서민생활 안정으로 0.5%포인트, 감세로 0.2%포인트 등 모두 1%~1.5%포인트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대외 경제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는데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의 청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대통령은 이날 이후부터 현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상황에 대해 연일 우려스럽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시장이 대요동을 치는 데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하루 사이에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뒤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하고, 주가는 장중 한때 60포인트 폭락했는데도 재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일 들어 이 대통령이 최근의 환율 동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강 장관은 청와대에서 긴급 금융시장 대책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이 계속 불안하면 조처에 나설 것”이라며 뒤늦게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섰다.
강 장관은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물가 관리에도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을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인 탓이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이 올해 물가가 3%대 후반 또는 4%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의 가파른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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