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느 쪽이든 힘든 선택을 해야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외교통상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당초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에 관한 협상이라는 특성상 농림수산식품부가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서 양국 간 합의를 도출했으나 이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야기됐고 '재협상 수용 여부'가 최종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외교부가 '최종주자'로 나서게 됐다.
외교부 내의 기류는 여전히 양갈래다. 정무 파트와 통상 파트가 결합된 조직인만큼 '국민정서를 감안해 재협상 선언을 하자'(정무)는 쪽과 '국가의 격(格)을 지켜야 하며 선례를 남길 수 없다'(통상)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있는 것.
정무쪽 분위기를 대변하는 한 고위 당국자는 "현재 우리측이 추진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불가' 내용이 사실상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바꾸는 것으로, 재협상이나 다름없다"면서 "물론 통상마찰 등 우려되는 일이 없지 않지만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재협상 선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상 담당 당국자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미국측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고 앞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11일 오후부터 심야까지 정무쪽의 유명환 장관과 통상 파트의 수장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정무와 통상측 고위 당국자들이 수시로 분야별로, 또는 공동 회의를 하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본부장이 12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부는 현재 미국을 방문중인 정부 대표단이 미측과 협의한 내용을 '진솔하게' 공개하고 내용적으로 재협상에 준하는 정부의 입장을 국민들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이제 외교부는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들에게 진정성있는 내용을 알리려 한다"면서 "국민의 정서를 만족시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애초 합의된 한.미 쇠고기 협상내용을 생각한다면 현재 외교부가 추진하는 내용은 재협상에 다름없는 실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담보된 것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 장관은 당초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13일 출국하려던 일정을 변경, 14일 출발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 현안 등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최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중국과 일본과의 협의가 매우 중요하지만 국내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만큼 외교장관도 이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탁 이정진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부는 현재 미국을 방문중인 정부 대표단이 미측과 협의한 내용을 '진솔하게' 공개하고 내용적으로 재협상에 준하는 정부의 입장을 국민들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이제 외교부는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들에게 진정성있는 내용을 알리려 한다"면서 "국민의 정서를 만족시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애초 합의된 한.미 쇠고기 협상내용을 생각한다면 현재 외교부가 추진하는 내용은 재협상에 다름없는 실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담보된 것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 장관은 당초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13일 출국하려던 일정을 변경, 14일 출발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 현안 등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최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중국과 일본과의 협의가 매우 중요하지만 국내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만큼 외교장관도 이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탁 이정진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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