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진 철거’ 요청…사제단은 반발
서울시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과 텐트를 일제 철거했지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이 서울광장에 새로 천막을 설치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시는 1일 서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에 천막 철거를 요청했다.
사제단 소속 신부 10여명은 지난달 30일 밤 시국미사와 거리행진을 마친 뒤 서울광장 동편에 천막을 설치,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서울시 이상철 정무부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단식농성 중인 사제단을 찾아가 천막 자진 철거를 당부했다.
이 부시장은 "서울광장은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이니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시위를 하더라도 이 공간만은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도록 사제단이 앞장서 달라"고 완곡하게 천막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사제단 10여명은 "협의를 해 보겠다"며 답했으나 대부분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공동묘지에서와 같은 평화를 바라느냐"며 강경하게 반발했다.
시 관계자들은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 페트병 한 박스를 단식농성 중인 사제단에 전달하기도 했으나 양측의 대화는 10분을 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제단이 설치한 천막의 강제 철거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자진 철거를 계속 요청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며 "상황 전개에 따라 추후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달 28일 서울광장내 천막을 강제 철거하면서 "단체들이 다시 천막과 텐트를 설치한다면 또 철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날 밤 서울광장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2일 오전 일괄 철거 또는 사제단 천막을 제외한 다른 단체들에 대한 선별 철거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광장에는 이날 낮 서울시의 대대적인 잔디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제단의 텐트 옆에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 단체가 천막 1채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광장에는 지난달 5일 `72시간 릴레이 집회' 이후 천막과 텐트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26일 서울시의 강제철거 때까지 집회.시위의 수위에 따라 20∼40여개씩 설치됐었다.
문성규 기자 moons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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