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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재정부 ‘무늬만 주무부처’ 전락…“명령만 기다려”

등록 2008-09-03 21:11수정 2008-09-03 22:37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세제개편안에 관한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세제개편안에 관한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제정책 오락가락 ‘혼선’
경제부처 의견, 청와대서 자주 제동 걸어

“다시 고도성장 시대 확신”강조…물가불안 심리 자극 우려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이에 시장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입안하고 집행하며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질 사령탑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청와대와 경제부처 사이에 말이 다를 때, 도대체 어느 신호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경제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공식적인 경제정책 사령탑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책사안에 대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는 몇 안되는 장관이라는 게 과천 관가의 평가다. 하지만 강 장관이 경제정책을 실제로 총괄하는 사령탑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강 장관은 취임 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공식적인 정책 설명회를 두 번 했다. 그 중 한번은 지난달 28일 세제개편안에 대한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 전반을 놓고 국민 앞에 나선 것은 지난 4월15일 단 한 차례 뿐이라고 봐야 한다.

강 장관이 이렇게 소극적인 것은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발표한 정책들이 윗선에서 자주 제동이 걸리고, 크게 수정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물가관리’ 방안을 놓고 청와대와 재정부가 빚은 혼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부는 품목별 가격 관리에 난색을 표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직무유기’로 몰아붙였다. 강 장관이 ‘7% 성장이 어렵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일도 있었다.

재정부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시장은 다른 힘있는 곳을 쳐다보기 마련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경우 주무부처는 재정부였지만 초기에는 청와대가 안을 짰고 한나라당도 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재정부는 형식상의 주무부처에 머물렀다. 공공기관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만수 장관이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원칙을 밝힌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재정부가 내세운 구조조정 원칙이 먹힐 리 없었다.

재정부의 정책 논리가 실제 정책 결정에 잘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제개편안 마련을 앞두고 재정부는 ‘세율은 낮추되 세원은 넓힌다’는 기본방침을 일찌감치 밝혔다. 그러나 최근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반쪽만 담은 것이었다. 각종 공제 제도의 축소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일수록 ‘입’이 하나여야 신뢰를 얻는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입이 여럿이다. 경제부처와 청와대가 제각각이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004년 2월 경제 부총리에 취임한 이헌재 장관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책에 대한 부처별 이견이 밖으로 나오면 일관성이 없고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많은 문제가 이미 터져나왔고 앞으로도 불거질 터인데, 전체 상황을 자기 일로 여기고 챙기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정책 혼선만 문제가 아니라, 곳곳에 빈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리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해나가기도 어렵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정책방향이 자꾸 흔들리게 되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위에서 떨어지는 명령을 기다리게 된다”며 “간부들은 장관 입을 쳐다보고, 장관은 대통령의 말씀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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