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김대중·노무현, 인사적체등 감안 폭·기준 정해
“동반사표 강요는 위법적 행태…시대역행 처사” 비판일어
“동반사표 강요는 위법적 행태…시대역행 처사” 비판일어
이명박 정부가 국무총리실과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국세청 등에서 1급 공무원 일괄사표를 받아낸 것과 관련해, 과거 정권들은 집권 초기에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옛 중앙인사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역대 정부의 공무원 인사개혁’ 자료와 관계 전문가 등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과거 정부들도 필요에 따라 나름의 방법과 폭으로 고위 공무원 솎아내기를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처럼 일괄사표 방식을 동원한 사례는 최소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선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 정부 때는 첫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 때는 첫 여야간 정권교체 개념 때문에 고위 공무원 물갈이 폭이 상당한 수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때에는 대체로 행정고시 후배 기수를 승진시키고, 선임 기수가 자연스럽게 퇴진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퇴진 대상자한테 산하기관을 알선해주는 당근책도 종종 동원됐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하는 성격 때문에 교체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 인사적체가 심한 일부 부처에 대해 고참 1급을 대상으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퇴직시키는 등 ‘인위적 물갈이’가 시도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당시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공직사회의 동요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역대 정부에서 각각 사정과 필요에 따라 전임 정권에서 넘어온 1급 공무원에 대해 나름의 규모와 폭, 기준을 공지해 정리작업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같은 일괄사표 방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에 1급 공무원을 준정무직으로 분류해 일괄사표를 받았다가 재신임하는 방식은 6공화국 때까지 지속됐던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1급 일괄사표와 관련해 굳이 전례를 찾는다면 6공화국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앙인사위 자료에선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7월부터 석달 동안 행정·입법·사법부와 정부산하기관 등에서 ‘공직사회 정화’를 명목으로 모두 8601명을 해직한 ‘공무원 숙정’ 사례도 나타난다. 대규모 물갈이 사례였다. 그러나 이들은 5공 이후 소송 등에서 강제해직의 위법성을 인정받아 대부분 복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최근의 처사를 과거회귀적이라고 지적한다. 고재방 국립순천대 석좌교수는 “현행 공무원법에 1급에 대한 정년 및 신분보장 조항이 버젓이 있는데,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1급 공무원들의 동반 사표를 강요하는 것은 위법적 행태”라며 “이 정부가 다시 5공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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