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비공개·부실공개해도
처벌규정 미약 보완책 필요
처벌규정 미약 보완책 필요
광역지자체들이 서로 짜고 단체장 업무추진비 내역을 법 규정까지 어겨가며 ‘부실 공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악의적인 비공개와 부실 공개에 대한 처벌은 미약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8일 <한겨레>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이 공동으로 확인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업무추진비 담당 공무원들은 2년 연속 대책회의를 열어 정보공개 수위와 방식을 사실상 ‘합의’했고, 실제 합의 내용은 정보공개 때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경기도가 공개한 2006년 사용내역을 보면, 지출 항목 대부분이 ‘수행 경비’, ‘도정 홍보’ 등의 모호한 명목으로 지출 총액만 기재돼 있다. 구체적인 사용내역과 거래처, 증빙 자료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일례로 경기도가 2006년 9월22일 ‘수행 경비’ 명목으로 ‘20만8천원’을 지출한 항목의 구체 내역은 ‘해외 방문 인사 기념품 구입’을 위해 넥타이 한 개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전라북도의 경우, ‘도정현안사업추진 업무추진비’, ‘도정현안사업추진 격려품 구입’ 등 대부분의 지출내역을 ‘도정현안사업추진’이란 항목으로 기재했다. 전라남도는 5~6개의 집행내역을 하나의 항목에 ‘등’으로 묶는 방식으로 한 달에 2∼3건만 공개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공개한 내역만으로는 구체적인 지출 용처와 목적을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또 서울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돈이 사용된 장소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수령 공무원의 실명을 밝힌 지자체는 거의 없었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공무원은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 직급도 개인정보니까 비공개하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또다른 담당자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 소속은 물론 돈이 사용된 장소의 구체적 상호도 밝혀왔는데, 회의에서 ‘너무 앞서 가지 말라’고 해 보조를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악의적 비공개’와 ‘부실 공개’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개 청구자가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소송 등을 할 수 있지만, 관련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감춘 게 드러나도 부패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는 한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한 시민단체가 선거를 위한 위장전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 ‘충남 당진군 주요 관공서에 주소를 둔 세대수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등록된 주민이 없다’고 거짓으로 정보공개한 담당 공무원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7년 9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악의적으로 비공개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그에 대해 진척된 논의 사항은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지문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는 “정보공개법과 대법원 판례에 규정된 근거에 따라 공개하면 될 내용을 실무자들이 모여 협의했다는 것은 정보공개법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고의적으로 비공개하거나 부실공개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처벌 조항이 정보공개 관련법에 꼭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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