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행정·자치

MB 자전거 정책 ‘녹색’ 내세우며 ‘토목 페달’

등록 2009-05-11 08:03수정 2009-05-11 16:24

광주광역시의 자전거 출퇴근족 10여명이 옛 도심지와 첨단과학단지 사이의 비좁은 영산강 제방도로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 갓길조차 없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기 매우 위험한 이곳을 좀더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한 ‘자전거 기차’는 도심에 자전거도로를 놔 달라는 상징적인 시위가 됐다. 지난 3월께부터 오전 8시와 오후 6시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 10여대가 모여 함께 달린다. 빛고을바이크사업단 제공
광주광역시의 자전거 출퇴근족 10여명이 옛 도심지와 첨단과학단지 사이의 비좁은 영산강 제방도로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 갓길조차 없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기 매우 위험한 이곳을 좀더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한 ‘자전거 기차’는 도심에 자전거도로를 놔 달라는 상징적인 시위가 됐다. 지난 3월께부터 오전 8시와 오후 6시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 10여대가 모여 함께 달린다. 빛고을바이크사업단 제공
국토부, 1조2456억 들여 ‘전국일주 자전거길’
바닷가·4대강 주변에 녹지 파헤쳐 녹색사업
도심도로 태부족엔 “지자체가 알아서 할일”





지난 3월 초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2년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고집했던 백정선(51) 전남대 교수가 퇴근길인 3월10일 저녁 6시50분께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앞 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것이다. 자출족의 상징과 같았던 백 교수의 죽음은 자출족들에게 일반도로에서 자전거 타기를 그만두라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백 교수의 동료인 정봉헌 전남대 교수는 “백 교수의 사고는 도심에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며 “정부가 1990년대 중반부터 전국의 자전거도로 건설에 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대개 자전거 전용도로는 인도 한가운데에 선만 그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한달여 만인 지난달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밝힌 ‘자전거 타기 활성화’ 약속은 전국의 자출족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정부의 ‘전국 자전거 네트워크 구상’은 자출족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자출족들이 원하던 도시 안의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계획은 전혀 없고, 바닷가와 강가, 새도시에 5000㎞의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2018년까지 바닷가와 비무장지대를 따라 1조2456억원을 들여 3114㎞의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를 놓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서해안선(행주대교~목포) 548㎞, 남해안선(목포~부산) 1652㎞, 동해안선(부산~강원 고성) 634㎞, 비무장지대 노선(경기 강화~강원 고성) 280㎞ 등이다.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강 주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기로 했다. 한강 311㎞, 금강 255㎞, 영산강 212㎞, 낙동강 519㎞ 등 1297㎞였다. 이 밖에 대표적인 새도시들인 행정도시(347㎞), 혁신도시(161㎞), 기업도시(46㎞), 동탄2새도시(227㎞)에도 781㎞를 놓기로 했다. 전체 5192㎞에 이른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기존 도시의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계획은 전혀 없다. 다만 올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수요를 조사해 2010년 이후 ‘도로 다이어트’를 추진하고, 국도와 지방도의 자전거도로를 연결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추상적 내용만 포함돼 있다.

전국 자전도 전용도로 계획
전국 자전도 전용도로 계획
03
03


4년 된 자출족인 이기훈(30)씨는 “정부의 계획은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내놓을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며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도시 안에서 출퇴근하거나 자신의 동네를 다닐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등록 사이트인 ‘오마이자전거’ 운영자인 이원영씨도 “바닷가나 강가 자전거도로는 주말 레저용일 뿐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기 어렵다”며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자동차나 보행자와 분리된 안전하고 편리한 도심의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도시의 자전거 전용도로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특별시·광역시 등 7대 도시 가운데 자전거도로가 100㎞ 이상인 곳은 서울(122.9㎞)뿐이며, 나머지 6대 광역시는 40㎞ 미만이다. 명목상의 자전거도로 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의 비율도 서울만 16.9%이며, 나머지 모든 도시가 2.4~9.4% 수준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거나 보행로 위에 선만 그어 놓은 자전거도로이며,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가 태부족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바람직한 방식으로 추천하는 차로 축소를 통한 자전거도로도 현재까지는 대전 11.9㎞, 광주 1.5㎞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전거에 대한 언급이나 정부의 자전거도로 계획이 4대강 살리기나 경인운하에 이은 또다른 토목건설 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성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상지대 교수)은 “불필요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토건사업을 벌여 어떻게든 건설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거의 이용되지도 않을 것이고 경제효과도 크지 않을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를 과연 누구를 위해 건설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그나마 자연환경이 남아 있는 바닷가·하천가의 모래밭이나 녹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현정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장은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는 바닷가·하천가에 남아 있는 백사장이나 녹지를 없애고 아스팔트를 깔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도로의 차로를 줄여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방식이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전거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정재근 대변인은 “정부에서는 도시간의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고, 각 도시 안의 자전거도로 건설은 지방정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창원, 상주, 대전 같은 자치단체들이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관옥 김경욱 기자, 허종식 선임기자 okahn@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정부, 민간단체 지원 ‘공익’보다 ‘국정홍보’
▶ MB 자전거 정책 ‘녹색’ 내세우며 ‘토목 페달’
▶ 천신일-박연차 주식거래, 세무조사 앞뒤에 몰려
▶ 박찬욱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텐가
▶ ‘미수다’ 캐서린이 출연 못하는 이유가 뭔가
▶ “친박때문이라니…” 화난 박근혜
▶ 76만볼트 보다 센 ‘천신일의 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