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부양’ 효과 의문] 왜 토목공사 집착하나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토목공사를 발주하고 전 국토를 파헤치고 있는 모습은 이전 정부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전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고려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공사를 활용한 경우는 있었지만, 현 정부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를 군사작전하듯 한꺼번에 몰아붙인 경우는 없었다.
정부가 공공사업 중에서도 특히 토목공사에 이토록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에 재정을 투입해 이른 시일 안에 경기 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완공 때까지 7~8년씩 걸리는 택지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 다른 공공 개발사업과 달리 토목공사는 사업기간을 얼마든지 단축시키고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는 건축공사보다 작지만 예산을 빨리 집행하고 건설업을 부양하는 데는 토목공사만한 게 없다.
대표적인 토목공사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도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고 전체 공구를 27개로 잘게 쪼개 4대 강 유역에서 한꺼번에 공사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공기를 단축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올 10월 착공해 불과 3년 뒤인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업체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점도 ‘토목’에 집착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 여러가지 평가받을 일이 많겠지만 4대강(사업)을 잘해 놓으면 임기 뒤에도 평가받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토목공사 추진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정부가 4대강 공사에 가격 경쟁 제도인 최저가 낙찰제 대신 건설사에 유리한 턴키(설계, 시공 일괄발주) 발주를 적용한 것은 건설업자들에게 사업비 걱정은 하지 말고 공사만 빨리 끝내라는 요구”라며 “이런 조급증은 환경 파괴와 부실공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