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검찰을 이끌 새 수장으로 김준규(54) 전 대전고검장이 내정된 것은 조직 안정과 지역색 배제라는 두 가지 필요의 조합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장기간 수뇌부 공백 사태로 흔들리는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도덕성 시비로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대신할 적임자로 지역색이 거의 없는 인물을 발탁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채진 총장 사퇴 후 어수선하던 검찰 조직이 천 후보자의 사퇴까지 겹쳐 초유의 지휘부 부재 사태에 직면하면서 조직 안정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과 협의해 인사를 하는 관행을 깨고 총장석을 비워둔 채로 대검 차장을 임명하는 고육지책까지 썼던 터라 누가 검찰 조직의 혼란을 잠재울 구원투수로 등장할지를 두고 관심이 높았다.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의 깜짝 등용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한 달 넘게 사실상 손을 놓고 인사 시점을 기다렸던 검찰 조직의 조기 장악을 위해서는 그간의 사정을 속속들이 지켜봐 온 내부 인사가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가 성실성과 추진력으로 인정받은 데다 직언을 아끼지 않는 성품을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도 조직안정 요구와 맥이 닿아있다.
청와대가 내정 이유로 "소통을 중시하고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데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 역시 이번 총장 내정의 조건으로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김 내정자가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어 향후 국제적 안목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내정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내정자가 서울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변수 못지않게 검찰 수장의 조건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가 낙마하고서 어느 때보다 신중한 인선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역 편중 인사 논란을 피하고자 영남권이나 호남권이 아닌 김 내정자를 선택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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