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국제감각도 고려…공정위원장은 전문성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공석이던 검찰총장 후보자에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내정한 것은 도덕성과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회심의 카드로 내정했던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도덕적 결함으로 낙마하면서 이 대통령과 검찰 조직에 모두 상처를 입힌 만큼 이번 인선에서는 후보군의 도덕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도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일이 생긴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인선은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강조했지만 `능력' 이상으로 `도덕성'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음을 내심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준규 후보자는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다른 후보군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제통'으로 불릴 만큼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도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후보자는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온 분"이라며 "이번엔 검증을 전방위로 철저한 검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능력에 방점을 두고 검찰조직을 선진화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라며 "김 후보자는 검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면서 선진적 법치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검찰 내에서 수사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지 못한 만큼 조직 장악력 등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수사 기관은 권력기관이 아니다"라며 김 후보자가 `검찰 선진화'를 이룰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출신 지역 역시 검찰총장 인선의 주요 키워드였다.
처음에는 영남 출신이 아닌 인사를 내정한다는 원칙이 정해졌으나 이번 주초에 들어서면서 `비영남 비호남'의 인사 기준이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서울 출신인 김준규 후보자는 이 무렵부터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등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실무적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요청할 계획이며, 도덕성 및 자질에 대한 시비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경우 다른 요소보다는 `전문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출신의 학자인 정 내정자에 대해서는 지역 안배 등 다른 요소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이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대로 "일을 잘할 사람"을 뽑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도덕성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검찰총장과 공정위원장 인선에서 보여준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음 달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검찰총장과 공정위원장 인사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인사가 개각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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