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개 부처 등 전용액 절반이상 연말 사용
예산삭감 최소화 꼼수…용도 외 집행하기도
예산삭감 최소화 꼼수…용도 외 집행하기도
정부 각 부처들이 배정된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가, 연말에 다른 사업비로 돌려쓰는 ‘몰아쓰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6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아 공개한 ‘2008년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1개 정부 부처·청 등이 예산을 애초 배정된 사업에 쓰지 않고 다른 사업비로 돌려쓴 전용액은 모두 8431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62억원이 연말인 11~12월에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연말에 집중되는 ‘예산 몰아쓰기’는 쓰지 않고 남는 예산을 가능한 줄여 예산 삭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예산 전용액이 가장 많은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로, 전용액이 1542억원에 이르렀고 87%인 1346억원을 연말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용액이 1359억원에 이른 방위사업청 역시 전용액의 73%인 995억원을 연말에 집행했다. 이어 국방부(867억원)와 보건복지가족부(825억원) 등이 전용액이 많은 부처로 꼽혔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세를 교부받은 뒤 이를 교부조건이나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사용하는 ‘용도외 집행’ 사례도 지적됐다. 전북 전주시는 ‘지방행정 혁신 연관사업’ 명목으로 받은 특별교부세 2억5천만원을 콘도 회원권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교부세는 교부 용도에 활용되지 않을 경우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와 함께 ‘비상금’인 예비비를 본예산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국무총리실의 경우 조직 신설 등에 따른 소요 경비로 2006년 3373억원, 2007년 1320억원, 지난해 4143억원을 사용했다. 심의가 까다로운 본예산 신청 절차를 피해, 사용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예비비를 활용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매년 동일한 사업을 시행한다면 이는 예비비가 아닌 별도 예산을 신청해 집행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지난해 결산을 검토해보니 연말에 사업예산을 전용해 집행하는 행정부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용 예산이 많은 부처의 경우 예산이 과다편성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엄격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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