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포함 7명 중폭 개각…‘화합·개혁’ 화두
정운찬 총리 내정…차기 대권구도 영향 주목
정치인 3명기용 ‘여의도 소통’…개각 후폭풍 예상
정운찬 총리 내정…차기 대권구도 영향 주목
정치인 3명기용 ‘여의도 소통’…개각 후폭풍 예상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임 국무총리에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하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해 7.7개각과 올해 1.19개각에 이어 세번째이나, 지난 두차례 개각이 부처 장관을 각각 3명만 교체하는 소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개각으로 사실상 이명박정부의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 `친(親)서민' `중도.실용' `화합.통합' 등의 화두를 던지며 지지도를 높이고 있는 이 대통령은 이번 중폭 개각을 계기로 집권중반기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정운찬 전 총장을 `국정 2인자'로 지명함에 따라 향후 정치권 지형은 물론 차기 대권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디어 관련법 처리 이후 민주당이 현 정부를 상대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자유선진당도 `심대평 총리카드 무산'을 놓고 청와대에 날을 세우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등 `개각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합.통합-개혁.변화 = 이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정운찬 총리 카드'는 여러가지 정치적 함의가 있다.
무엇보다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은 이 대통령이 최근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화합.통합'의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특히 정 내정자가 한때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진보이미지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이 대통령이 내건 `중도.실용' 기치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유력하게 거론됐던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총리기용설이 무산되면서 `호남총리'를 심각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화합.통합'이라는 이번 개각의 화두와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개각으로 총리를 포함해 영남권 5명, 수도권과 호남권 각 4명, 충청권 3명, 제주 1명 등 내각 진용의 지역안배가 이뤄진 것도 같은 의미다.
이와 함께 한승수 현 총리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60대 초반의 총리를 기용하고, 새로 입각한 장관 6명 가운데 5명이 50대와 40대라는 점은 개혁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감없이 보여준 것으로 이해된다.
또 그동안 정치인 내각 기용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이 대통령이 여당의 현역 의원 3명을 전격 기용한 것은 `여의도와의 소통'을 통한 정치권 화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좀처럼 사람바꾸는 것을 꺼리는 이 대통령이 중폭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그 자체로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그러나 정 내정자가 개혁성향이 강하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정드라이브 `가속' =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으로 집권중반기 내각 진용을 완비하면서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승수 초대 총리가 자원외교에 주안점을 둔 `조용한 총리'였다면 정 내정자는 경제전문가로서 `정책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번 개각은 지난 7월 미디어 관련법 국회 처리에서 보여준 여권의 추진력을 토대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구현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달 31일 발표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홍보, 정책, 정무의 3대 기능을 대폭 강화한데 이어 정치인 기용을 포함한 중폭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집권 2기의 `효율적 국정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밝힌 정치개혁도 이번 개각을 계기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선진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하에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에 나서는 것은 물론 생산적 개헌 논의를 통해 `근원적 처방'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정치일정상 올해가 대통령으로서 힘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개각을 계기로 국정운영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격동' 예고 = 그러나 이날 개각으로 정치권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을 경고하고 있어 국회 청문회부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정 전 총장이 총리에 내정됨에 따라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정국 반전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태세여서 청와대는 `방어벽' 구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운찬 총리 카드'는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구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장의 총리 기용은 현재 뚜렷한 차기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 다른 주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견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
아울러 박희태 대표의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로 또다른 대권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여당 대표직 승계론이 유력한 가운데 이번 개각으로 인해 여권내 권력구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밖에 `심대평 총리카드 무산'과 `세종시 논란' 등을 놓고 자유선진당과 갈등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 총리'를 내정한 것은 가깝게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멀게는 차기 대선도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돼 향후 `정치권 격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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