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31곳 중 16곳, 업무 연관성 없지만 홍보
신학용 의원 “문화부가 홍보기사 지시설도”
신학용 의원 “문화부가 홍보기사 지시설도”
“4대강 살리기로 병사들이 삽질작업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국방부가 지난 6월25일 홍보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에 올린 ‘만화 게시물’의 제목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군인들이 더 이상 홍수 때문에 ‘구호의 삽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군생활의 추억을 나누고 국방 정책을 홍보한다며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국방 정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4대강 홍보물들이 곳곳에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애꿎은 군인들, 이제는 정책 홍보 도우미로까지 전락하겠네” 등의 비판 댓글이 여럿 달려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정부 부처가 운영하는 블로그 31개 가운데 경찰청,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가나다순) 16개 부처의 블로그가 해당부처와 업무 연관선이 없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방위사업청은 홍보블로그(blog.naver.com/dapapr)에 ‘정책기획전’-‘4대강 살리기’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관련 글을 스크랩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올라온 ‘4대강 살리기, 꼭 필요한 이유와 네가지 원칙’이라는 글에는, 정부 홍보 논리가 설명돼 있다. 기획재정부와 병무청도 각각 팀블로그에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4대강 홍보글’을 퍼다 올려놓았다.
교과부 홍보 블로그 ‘아이디어 뱅크’(if-blog.tistory.com)의 스크랩북이라는 폴더에는 이날 현재 떠 있는 글 24개 중 11개가 ‘4대강 살리기’라는 머릿말을 달고 있다. 교과부는 “교육·과학기술 정책을 흥미롭고 유익하게 전달하며 생활밀접형 교육, 과학기술 정보를 취재해 알린다”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통일부, 법무부, 산림청 등의 누리집에도 해당 부처 사업과 관련성이 거의 없는 학자금 대출사업 홍보글들이 퍼올려져 있다.
신학용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여름 정부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을 차례로 울산 태화강으로 데려가 4대강 홍보기사를 쓰도록 지시하는 등 일괄적으로 4대강 홍보 기사를 쓰도록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국민과의 쌍방향 정책 소통이라는 블로그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정권의 나팔수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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