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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고교 줄세우는 ‘무책임 교과부’

등록 2009-10-12 19:20수정 2009-10-12 22:15

[고교별 수능순위 공개 파장]
특정학교 기피 부작용…“평준화 해체 완결판”
“교과부, 파장 뻔한데 협의도 토론도 없었다”
전국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순위가 12일 처음으로 공개되자,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만큼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가 교육현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고교별 수능성적 공개는 무엇보다 고교등급제 실시 등 대학 입시의 파행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학교간 성적 차이를 ‘입증’하는 면밀한 자료를 구하지 못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우대하는 입학전형을 ‘노골적으로’ 실시하지 못했던 대학들이 이 자료를 어떤 식으로든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명신 ‘함께하는교육 시민모임’ 대표는 “그동안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해온 대학들이 이 자료를 입학사정관 전형 등에 악용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서울지역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고교선택제와 맞물려 특정 학교 쏠림이나 기피 현상과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날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성적 우수 학생을 골라 뽑는 특목고 등과 비교해 입학생의 수준이 현격하게 처지는 학교에서는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양성광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입학사정관 제도가 잘 정착되면 수능성적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교과부가 수능성적 원자료를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고교 평준화 해체 작업의 완결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성적 공개를 계기로 고교 평준화의 근간이 되는 고교등급제 금지 정책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과부가 그동안 지켜온 ‘수능 성적 제한적 공개’의 원칙을 뚜렷한 대책도 없이 안병만 장관의 국회 답변 한마디에 바꾼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안 장관은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수능 원자료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하자 마지못해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에 따른 파장이 불 보듯 뻔한데도 교과부는 어떤 협의나 토론도 요청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교육 분야 정책의 ‘실세’로 통하는 이주호 교과부 차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시절부터 대표적인 ‘수능성적 공개론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조처가 예고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차관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나라당 교과위 의원으로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수능성적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 차관이 교과부에 입성한 뒤 수능성적 전면 공개에 반대하는 교과부 관료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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