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규 2차관 “2014년엔 강제로”…전문가 “월권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발언 이후 행정안전부가 추진해온 행정구역 통합이 각 지방정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자, 행안부 2차관이 “현재는 자율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도록 유도하지만, 2014년에는 강제로 통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발언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넘은 것이며,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병규 행안부 2차관은 14일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현재는 인센티브를 줘서 자율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도록 유도하지만, 행정체제 개편 시한인 2014년에는 인센티브도 없고 강제로 통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것은 지금이나 2014년이나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차관은 “지금처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들만 통합하면 행정체제 개편의 취지에 맞지 않게 되므로, 2014년에는 지자체가 원하지 않더라도 행정구역을 강제로 통합해야 한다”며 “국회 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에서 법률을 만들어 원칙과 기준에 따라 강제적으로 통합하지 않으면 행정체제 개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 차관은 “행정구역 통합을 두고 각 지자체에서 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의 이익을 위해 정도를 넘는 반대운동을 벌여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관권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운현 행안부 차관보도 “행정구역 통합이 유력시되던 청주-청원, 전주-완주 등 지역에서도 지방정부의 장이나 공무원들의 반대로 인해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찬성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법률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이들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형기 충북대 교수(전 지방자치학회장)는 “논리적 타당성도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여수시 등 과거 통합 사례를 보면 행정구역 통합의 효과가 없는데도 분쟁과 혼란·갈등을 일으키면서 통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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