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곤 장관 밝혀…‘무응답’ 뺀 찬·반 계산 ‘꼼수’
전문가 “주민 의견 무시하고 강행하겠다는 뜻”
전문가 “주민 의견 무시하고 강행하겠다는 뜻”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이 건의된 지역에 대해 ‘주민의견조사’를 하면서 찬성률이 50%를 넘지 않더라도 통합 절차를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데도 행정구역 통합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설명회를 열어 “원칙적으로 주민의견조사 결과 찬성률이 50% 이상인 지역을 대상으로 통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찬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반대율보다 상당히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통합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무응답 비율 등을 고려해 찬성률이 높은 지역도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찬성률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행안부는 찬성, 반대, 무응답 가운데 무응답자를 제외하고 찬성·반대 응답자만을 모집단으로 놓고 찬성률을 계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찬성률 50%를 넘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박재연 행안부 자치제도과 사무관은 “무응답자를 빼겠다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외부 교수들로 구성된 자율통합지원위원회의 의견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안성호 대전대 교수(행정학)는 “찬성률이 50%가 안 되더라도 통합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주민 의견과 관계없이 통합을 강행하겠다는 말”이라며 “기권이나 무효 응답자를 빼고 찬반만 놓고 찬성률을 계산하겠다는 것도 모집단의 대표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욱 공공자치연구원장도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무조건 통합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 셈”이라며 “이렇게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 뒤에 주민들이 반발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자율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계획을 다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달곤 장관은 상대적으로 통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청주·청원에 농산물산지 유통센터와 도서관을, 전주·완주에 종합스포츠타운을 짓도록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법학)는 “주민 의견을 공정하게 물어야 할 정부가 ‘주민의견조사’ 기간에 구체적 지역까지 들어가며 지원책을 강조하는 것은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며 “찬성 의견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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