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장의 의원석에 2010년도 예산안 관련 자료가 잔뜩 놓여 있다. 이날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4대강 사업 예산 등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내년 예산안 논란
정부가 국회에 낸 내년도 예산에는 수조원의 돈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 말고도 논란이 되는 ‘돈뭉치’가 많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의료 지원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구호에 발맞춰 ‘녹색사업’들이 여럿 눈에 띄지만 왜 굳이 ‘녹색’을 붙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업도 많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그런 돈을 ‘민생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며 논란 항목들의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부자감세 충격파
저소득층 의료지원비 104억원 삭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6일 “내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진료비 예산은 3조5002억원으로 올해의 3조5106억원(추가경정예산 포함)보다 104억원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7월 예산안을 짤 때 의료급여 대상자를 173만8000명으로 예상했으나, 10월에 조정된 안에서는 174만5000명으로 대상자가 7000명 늘었는데도 관련 예산은 복지부가 7월에 밝힌 필요 예산 3조7166억원보다 2164억원이 줄어든 3조5002억원으로 삭감됐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의료급여란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하는 급여다. 또 갑작스런 질병, 실업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에 긴급하게 생계, 의료, 주거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에서 의료지원비도 복지부가 제시한 528억원에서 429억원으로 99억원 가량 줄었다. 아울러 복지부가 저소득층 가운데 중한 질병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될 우려가 있는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의료급여 지원을 해주기 위해 새로 요청한 ‘탈빈곤 지원 의료급여 확대’ 예산(323억원)과 ‘의료안전망 구축’ 예산(622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 ‘무늬만’ 녹색예산
화장품산업 100억·토론회비로 25억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 중 실체 없는 녹색 위장 사업으로 20개를 꼽았다. 정부 부처가 사업 이름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녹색’(그린)을 무리하게 끼워넣어 관련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경우 ‘그린코스메틱 육성사업’으로 1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사업설명서를 보면 ‘화장품·뷰티산업을 녹색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40억원) 및 화장품 산업 신소재 개발(60억원)’로 짧게 설명하는 등 녹색성장과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지 모호하다. 금융위원회의 녹색금융리더 양성지원(15억원)과 녹색금융(2억5900만원) 사업 등도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녹색금융’의 개념과 ‘녹색금융’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80억9400만원이 배정된 ‘국무총리실’의 ‘녹색성장사업추진’의 경우 ‘녹색성장 추진 토론회 개최에 따른 회의자료 인쇄비, 회의 참석 수당, 공공요금 등 운영비’로만 25억원이 할당되는 등 예산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 급증
대통령실 35억 증액…특임장관실 11억 정부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이 직원 격려금뿐 아니라 특정한 업무 활동에 쓰도록 하는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눈먼 돈’이라 하기도 한다. 정부가 내년도 특수활동비로 잡은 돈은 대통령실 등 20개 기관에 걸쳐 모두 8647억8800만원이다. 이 중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활동 증가 등의 이유로 특수활동비를 지난해보다 35억원 증가한 255억2300만원을 배정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적자재정 아래에서 국민 부담 감소를 위해 이런 증액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올해 신설된 특임장관실의 특수활동비는 11억원이다. 특수활동비로 1일 평균 301만원을 쓰겠다는 것으로, 정부 부처 중 최소 인원인 정원 41명의 특임장관실이 국무총리실 특수활동비(8억3700만원)보다 많은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박 정책위원장은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해야 정부가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퍼주기’
자유총연맹 등 3곳에 50억 챙겨줘 행정안전부가 내년에 보수단체에 따로 돈을 주는 것도 ‘관변단체 지원’ 논란을 낳고 있다. 행안부는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건설’ 사업을 위해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 10억원, ‘성숙한 자유민주가치 함양’ 사업을 위해 ‘한국자유총연맹’에 10억원을 주기로 했다. 또 ‘새마을운동중앙회’에는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1999년부터 개별 단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공모 사업을 통해 돈을 지원하도록 바뀌었는데도 행안부가 보수단체에 별도의 예산을 주는 것은 군부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을 전부 깎고 다른 단체들처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통해 공모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불린 홍보예산
미 쇠고기 홍보, 6·25기념사업 ‘뭉칫돈’ 민주당은 교육·복지예산 삭감 등으로 민생을 외면한 정부가 홍보성·사업성 예산에는 과다하게 돈을 책정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농림식품수산부가 전국민적 ‘촛불시위’를 불러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 홍보 예산으로 13억원이나 배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또, 내년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 예산으로 국가보훈처 235억원, 국방부 35억원 등 297억원을 책정한 것도 예산 편성이 합리적인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얘기다. 60주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국방부가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에 9억8300만원, ‘낙동강 등 전투기념행사’에 8억3900만원을 배정한 것 등은 과하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송호진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dmzsong@hani.co.kr
저소득층 의료지원비 104억원 삭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6일 “내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진료비 예산은 3조5002억원으로 올해의 3조5106억원(추가경정예산 포함)보다 104억원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7월 예산안을 짤 때 의료급여 대상자를 173만8000명으로 예상했으나, 10월에 조정된 안에서는 174만5000명으로 대상자가 7000명 늘었는데도 관련 예산은 복지부가 7월에 밝힌 필요 예산 3조7166억원보다 2164억원이 줄어든 3조5002억원으로 삭감됐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의료급여란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하는 급여다. 또 갑작스런 질병, 실업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에 긴급하게 생계, 의료, 주거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에서 의료지원비도 복지부가 제시한 528억원에서 429억원으로 99억원 가량 줄었다. 아울러 복지부가 저소득층 가운데 중한 질병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될 우려가 있는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의료급여 지원을 해주기 위해 새로 요청한 ‘탈빈곤 지원 의료급여 확대’ 예산(323억원)과 ‘의료안전망 구축’ 예산(622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 ‘무늬만’ 녹색예산
화장품산업 100억·토론회비로 25억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 중 실체 없는 녹색 위장 사업으로 20개를 꼽았다. 정부 부처가 사업 이름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녹색’(그린)을 무리하게 끼워넣어 관련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경우 ‘그린코스메틱 육성사업’으로 1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사업설명서를 보면 ‘화장품·뷰티산업을 녹색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40억원) 및 화장품 산업 신소재 개발(60억원)’로 짧게 설명하는 등 녹색성장과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지 모호하다. 금융위원회의 녹색금융리더 양성지원(15억원)과 녹색금융(2억5900만원) 사업 등도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녹색금융’의 개념과 ‘녹색금융’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80억9400만원이 배정된 ‘국무총리실’의 ‘녹색성장사업추진’의 경우 ‘녹색성장 추진 토론회 개최에 따른 회의자료 인쇄비, 회의 참석 수당, 공공요금 등 운영비’로만 25억원이 할당되는 등 예산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 급증
대통령실 35억 증액…특임장관실 11억 정부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이 직원 격려금뿐 아니라 특정한 업무 활동에 쓰도록 하는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눈먼 돈’이라 하기도 한다. 정부가 내년도 특수활동비로 잡은 돈은 대통령실 등 20개 기관에 걸쳐 모두 8647억8800만원이다. 이 중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활동 증가 등의 이유로 특수활동비를 지난해보다 35억원 증가한 255억2300만원을 배정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적자재정 아래에서 국민 부담 감소를 위해 이런 증액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올해 신설된 특임장관실의 특수활동비는 11억원이다. 특수활동비로 1일 평균 301만원을 쓰겠다는 것으로, 정부 부처 중 최소 인원인 정원 41명의 특임장관실이 국무총리실 특수활동비(8억3700만원)보다 많은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박 정책위원장은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해야 정부가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퍼주기’
자유총연맹 등 3곳에 50억 챙겨줘 행정안전부가 내년에 보수단체에 따로 돈을 주는 것도 ‘관변단체 지원’ 논란을 낳고 있다. 행안부는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건설’ 사업을 위해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 10억원, ‘성숙한 자유민주가치 함양’ 사업을 위해 ‘한국자유총연맹’에 10억원을 주기로 했다. 또 ‘새마을운동중앙회’에는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1999년부터 개별 단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공모 사업을 통해 돈을 지원하도록 바뀌었는데도 행안부가 보수단체에 별도의 예산을 주는 것은 군부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을 전부 깎고 다른 단체들처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통해 공모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불린 홍보예산
미 쇠고기 홍보, 6·25기념사업 ‘뭉칫돈’ 민주당은 교육·복지예산 삭감 등으로 민생을 외면한 정부가 홍보성·사업성 예산에는 과다하게 돈을 책정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농림식품수산부가 전국민적 ‘촛불시위’를 불러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 홍보 예산으로 13억원이나 배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또, 내년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 예산으로 국가보훈처 235억원, 국방부 35억원 등 297억원을 책정한 것도 예산 편성이 합리적인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얘기다. 60주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국방부가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에 9억8300만원, ‘낙동강 등 전투기념행사’에 8억3900만원을 배정한 것 등은 과하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송호진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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