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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지방재정 곪아만 간다

등록 2010-03-02 08:15수정 2010-03-02 08:26

호화청사·국제대회에 예산 쏟아부어
지방정부 재정난을 불러온 또다른 요인으로 일부 지방정부의 방만한 예산집행이 지적되고 있다.

강원도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강원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100% 출자한 회사다. 이 공사는 겨울올림픽 유치를 내세우며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을 벌였다. 최첨단 스키점프대와 최고급 콘도, 골프장까지 갖춘 초호화 시설을 짓는 것으로, 비용이 무려 1조6836억원에 이르는 사업이다. 공사는 이를 위해 673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했다. 이 막대한 부채는 강원도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몫이다. 지난해 강원도의 지방채는 모두 1조4215억원으로 2008년에 견줘 47%나 늘었다. 공사는 그동안 사업 추진과 관련해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도의회 의원,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수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지방정부 주요 재정사업 감사 결과에서, 이 사업에 대한 투자재원 조달 방안 및 사업 추진의 부적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건립하고 있는 ‘호화청사’는 방만한 예산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성남시는 3222억원을 들여 지난해 새 청사를 건립했고, 용인시는 1974억원을 청사 신축에 투입했다. 전북, 광주, 서울 성동구, 전남 등 6개 지방정부도 각각 1000억원 이상의 돈을 새 청사 건립에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2014년까지 광교새도시에 새 청사를 세울 예정인 경기도도 이를 위해 4983억원이라는 예산을 책정해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켰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국제대회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새로 진 5000억원가량의 부채 가운데 3000억원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비로 사용할 예정이며, 전남도도 올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대회 경주장 건설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는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파산한 지방정부가 없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360억엔(약 2880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2005년 파산했다. 이곳은 탄광도시였으나 관광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했다가 은행빚을 지고 파산을 면치 못했다. 유바리시는 2025년까지 매년 18억엔씩 빚을 갚아야 할 처지다. 지금 이곳에서는 400엔 하던 버스요금이 1200엔으로 올랐고, 시립병원은 야간진료를 하지 않은 지 오래다. 공중화장실과 공공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공무원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의 감세도 문제지만, 지방정부의 방만한 예산집행도 이런 재정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성남/김기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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