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눈시울이 붉어진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광재 당선자 항소심 집유
직무정지 부른 지방자치법 ‘도마’
직무정지 부른 지방자치법 ‘도마’
형 확정까지 직무 수행하는 국회의원과 형평성 위배
2005년 헌법소원때 재판관 4명이 위헌의견
이광재 “억울”…도민들 ‘당혹’
11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다음달 1일 취임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이 당선자 쪽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상고는 물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 절차를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혀 직무정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다음달 1일 이후 단체장으로서 지위를 갖게 되고, 취임식도 열 수 있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업무보고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사의 지위만 유지될 뿐 모든 결재는 부단체장이 대행하게 된다. 보수는 직무정지 초반 3개월 동안은 70%, 이후에는 40%만 지급되며 수당도 깎인다. 업무추진비와 출장비는 물론 집무실이나 관사, 관용차의 사용마저도 금지된다. 사실상 ‘식물지사’의 상태에 놓에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적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나 민주당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그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하게 하는 현행 지방자치법 제111조 1항3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당선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지방자치단체장이 2005년에 제기한 다른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서 헌재는 해당 조항을 합헌 결정했지만, 9명 가운데 4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위헌 쪽에 선 재판관들은 “직접선거로 선출되고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을 범죄의 유형이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며,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를 전제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이 그 이후 상당수의 헌법 재판관이 교체돼, 이 당선자나 민주당이 실제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과거와는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상고와 함께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더라도 대법원이나 헌재가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항소심 선고 내용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을 잃고,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헌법소원이 제기되더라도 위헌심판 제청 사건과 달리 법원에서 진행중인 재판을 중지시키도록 하는 단서 규정이 없어 대법원의 심리는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강원도민들은 유례없는 도지사 공백 사태를 앞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청의 한 간부는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민선 5기를 맞게 돼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시민단체 인사도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당혹스럽다”며 “선거를 통해 드러난 강원도민들의 변화 바람을 재판부가 수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송경화 김남일, 춘천/오윤주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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