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추가투입 ‘고정식 다리 건설’ 설계변경안 제출
국토관리청 “부유물 쌓이면 붕괴위험” 넉달째 불허
국토관리청 “부유물 쌓이면 붕괴위험” 넉달째 불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의 상징이자 대표적 전시성 토건사업으로 꼽히던 세빛둥둥섬의 개장이 4월 이후로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5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세빛둥둥섬 사업의 시행사인 ㈜플로섬은 지난해 8월말 3개의 인공섬과 반포대교 남단 시민공원 둔치를 연결하는 5개 다리의 설계 변경안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했다.
변경안의 뼈대는 곡선인 다리를 직선으로 바꾸고, 둔치와 연결하는 2개의 다리를 고정식 잠수교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공사에만 추가로 60억원이 든다.
시행사인 플로섬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 10년 동안 한강 수위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운영일수를 확보하기 위해 다리의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빛둥둥섬의 다리는 모두 고정식이 아닌 부유식으로, 한강 상류 팔당댐의 방류량이 3000t을 넘게 되면 안전을 위해 제거해야 한다. 세빛둥둥섬은 지난해 5월21일 전망대와 산책로 등 일부 시설을 먼저 개장했지만, 지난해 7·8월 장마와 집중호우 때 47일이나 휴장해야 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설계변경안을 4개월째 허가하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변경안이 하천법 위반까지는 아니지만, 하천에 고정된 구조물이 있으면 부유물이 떠내려와 쌓이게 돼 붕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동의를 안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섬은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부유물이 쌓일 수 있는 교각의 수를 줄이는 등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설계변경이 이뤄져도 공사에만 최소 3개월이 걸려, 4월로 예정된 대형 컨벤션홀과 공연장, 레스토랑 등 영업공간 개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빛둥둥섬은 영업공간 운영자 선정 문제로 지난해 9·12월 두 차례 개장이 연기된 바 있다.
세빛둥둥섬이 개장하면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오 전 시장 때 계획대로 활용할지 여부에 대해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세빛둥둥섬 개발은 이미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간 사업”이라며 “오 전 시장 시절의 계획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변경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세빛둥둥섬 개발에는 지금까지 총 964억원이 들어갔고 시행사인 플로섬이 비용을 모두 냈다. 하지만 플로섬 지분을 효성이 47%, 서울시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가 29.9%, 진흥기업이 11.5%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에스에이치공사 몫은 결국 서울시민이 부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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