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 막던 인근거주 70대 화상
분진·소음에 주민 “못살겠다” 호소
분진·소음에 주민 “못살겠다” 호소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내놓고 실태조사와 지정 해제 등을 하고 있지만, 이미 사업이 진행중인 곳에서 후유증이 크다. 인근 재개발 지역의 철거와 공사차량 소음에 항의하다 70대 시민이 분신을 기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구 청룡동(옛 봉천8동)의 봉천12-2 재개발구역 주민 ㄱ(70)씨는 재개발 추진에 반대해오던 중 지난 5일 새벽 5시40분께 집 옆을 지나는 25t 트럭을 막으려고 나갔다가, 이를 제지하는 노동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시너를 손에 든 채 불을 붙였다.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ㄱ씨는 오른팔과 가슴에 3도, 왼팔과 배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곳은 지난 6월 재개발조합 쪽이 강제 철거를 통보하면서 ‘제2의 용산참사’ 우려가 일었던 봉천12-1 구역을 둘러싼 곳이다. 지난 9월 철거가 완료된 12-1 구역은 주로 저소득층이 살던 시유지이고, 12-2구역은 사유지로서 전형적인 서울의 주택가다.
ㄱ씨 등 봉천12-2 구역 주민들은 동네 한복판에 있는 12-1구역이 철거된 뒤 건물 폐자재를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출입으로 분진·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진·출입로를 확보하지 못한 트럭들이 비좁은 골목을 지나며 전봇대들이 긁히고 지반에 균열이 가거나 내려앉았다. 12-1 구역의 건물 폐자재는 25t 트럭 2000대 분량으로 이를 치우는 데 앞으로도 두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까지로 예정된 아파트 건축공사가 착수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주민 곽태호(58)씨는 “하루에도 10여차례 드나드는 덤프트럭 때문에 길을 다닐 수도 없고 집 옆에서 경적을 울리는 통에 잠을 잘 수도 없다. 초등학생들의 통학로이기도 한데 위험해서 다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관악구와 서울시에 민원을 냈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듣지 못했다. 조합 쪽은 주민들이 무리한 주장을 한다는 태도다.
12-2 구역은 지난해 5월 조합원 총회에서 기존 사업계획을 바꾸기로 하는 등 재개발이 지지부진하다. 한가운데 있는 12-1 구역이 먼저 철거돼 분위기가 흉흉한데다, 세입자들도 떠나고 사업성도 떨어지면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주민 최재월(51)씨는 “집 감정가가 새로 지어질 아파트 분양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이들이 태반이다. 더구나 조합 쪽이 ‘어차피 같이 재개발될 지역’이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반감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한계 때문에 조합이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지 않은 구역만을 대상으로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봉천12-2 구역처럼 조합이 결성돼 있고 그동안 쏟은 ‘매몰 비용’ 문제가 있는 구역은 진퇴양난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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