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택을 취득해 10년 동안 보유한 뒤 팔았을 때 부담해야 하는 조세(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 등) 부담이 뉴욕에 견줘 현저히 낮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수단으로 취득세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표한 ‘주택 거래 과세의 세 부담 수준과 정책 방향’ 연구보고서를 보면, 1세대 1주택자가 2009년 취득해 2019년 6.9억원에 매도한 서울 아파트의 경우 10년 동안 발생한 거래세,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총 조세비용이 취득가의 2.5%에 불과하며, 17.25억원에 매도한 아파트라도 10년간 총 조세비용이 6.5%에 불과하다. 반면 동일 기간 보유·처분한 뉴욕시 주택의 경우 조세비용이 취득가의 17.1~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율로 따진다면 뉴욕이 한국보다 거래세는 1.6~3.2배, 보유세는 2.3~5.2배, 양도소득세는 7.9~10.3배 높은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발표가 잇따르자 진행됐다. 실제로 총조세·자산·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최상위인 것은 사실로 나타났다.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은 5.36%, 지디피 대비 거래세 비중은 1.02%로, 각각 오이시디 평균 1.88%, 0.45%에 견줘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렇게 거래세가 많은 이유는 주택매매회전율(주택매매건수÷재고주택수)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한국의 주택매매회전율은 2016~2018년 평균 5.6%로 나타났고, 증여 등 무상거래를 포함하면 9.9%로 나타났다. 거래세 부담이 높은 국가들의 주택거래회전율이 2~4%로 그 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25~50년에 한 번 거래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한국은 10년마다 거래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고서는 “개별 주택별로 발생하는 거래세부담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주거이동이 잦은 한국 국민이 생애에 걸쳐 부담하는 거래세 부담은 최고수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이 거래세 부담이 높다고 체감하는 이유는 “주택 관련 세금이 상당 부분 거래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10년 동안 발생한 세금의 약 44%가 거래세에 집중되어 있지만, 뉴욕시 주택의 경우 이 비중이 서울의 절반인 20%에 불과했다.
연구를 맡은 박지현 연구위원은 “주택의 빈번한 거래를 투기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실수요자의 주거이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적절한 거래세율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소득·자산이 불안정한 가구는 거주지 이전이 잦기 때문에, 취득세 누진세율 체계는 세 부담 격차를 확대한다”며 거래가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이 아닌 비례세율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수단으로 취득세를 사용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과 취득세 간 연계는 세수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켜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수단은 국세로 이루어져야 하며, 불가피할 경우 사전적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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