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지도부 선거 지방유세 쟁점…당원·대의원들 박수소리도 ‘팽팽’
“반한나라 대연합을 해야 한다!” “당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지방순회 연설회에 들어간 열린우리당에서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후보들의 선거 구호도 양쪽으로 확연히 갈린다. 8명의 후보들은 주말인 4일과 5일 광주·전남과 제주, 부산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했다. 후보들이 벌써부터 피로를 호소할 정도의 강행군이지만, 위기감 탓인지 현장 분위기는 진지하다. 5일의 부산 연설회엔 대의원 1500여명보다 더 많은 2천여명이 참석했다. 통합론 논쟁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지지율 경합을 벌이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특히 뜨거웠다. 대의원과 당원들은 통합론과 독자재건론 양쪽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아직 어느 쪽이 옳은지 선택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했다. 김근태 후보는 분명하게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민주당을 포함해 양심세력 대연합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의장에 당선되면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임종석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세웠던 세력이 모두 합쳐서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외쳤다. 빼어난 연설에 청중이 술렁댔다. 조배숙 후보도 “민주개혁세력이 당과 정파를 떠나서 연합군을 만들어야 하고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자재건론, 또는 당 재건 우선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최근 국회 정상화, 전당대회 국면을 계기로 당 지지율이 17~18%에서 23~24%로 올라 한나라당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자신이 새로운 구심점으로 유능한 여당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후보는 “민주당과 합당을 안해서가 아니라 창당정신을 실천하지 못해서 당의 위기가 왔다”며 “1997년과 2002년 대선 결과를 분석하면 민주당과 통합해 반한나라당 연대를 만드는 것은 대선 필패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국민통합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구·경북을 정면 돌파하는 장수가 되겠다”고 외쳤다. 김영춘 후보도 “명분도 절차도 없이 합당을 하자는 것은 우리 당의 정신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규 후보만 통합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통합론에 민감한 것은 후보 개개인의 정치적 입지와도 관련이 있지만, 실제로 당의 사활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전략적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김두관 후보는 임종석 후보가 2년 전 창당 당시 지역언론과 한 인터뷰를 들고나와 “신당은 분열이 아니라 진화와 발전이라고 해 놓고, 왜 지금은 말이 달라졌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임 후보는 “창당 목표 중에서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가려서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가 과연 전국정당으로 성공했는지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판을 다시 짜자는 얘기다. 광주·제주·부산/성한용 선임기자, 이지은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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