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엑스(X)파일’ 대응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당하지 않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과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만큼 당 차원에서 보호해줘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야권의 1위 주자가 제1야당 밖에 있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국민의힘 내홍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2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내에서 윤 전 총장 사태에 대응하는 결이 다르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전 총장과 관련해 개인 차원에서의 지도부 내 행보가 있을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은) 당내 인사로 분류되는 분이 아니기에 최근 논란이 된 엑스파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문건이나 자료가 입수된다고 하더라도 이첩해서 처리할만한 공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 밖 주자에게 불거진 의혹에 대해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반면 김재원 최고위원은 공격적 방어를 주장하며 이 대표의 소극적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인터뷰에서 “문제는 우리 당에서는 ‘아직 입당도 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팔짱 끼고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플랫폼 정당을 지향하고 있으니까 궤도가 맞으면 화물차도 들어오고 케이티엑스(KTX)도 들어오고 무궁화호도 들어오는 것”이라며 “결국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려면 다 같이 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보호를 해야 하는데 거꾸로 돼버렸다. 내부 인사(장성철 정치평론가)는 공격하고 당은 팔짱 끼고 있는 그런 꼴이 됐으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이번 ‘엑스 파일’ 논란을 계기로 당 차원의 야권 후보 보호 대책도 강구해 나가겠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의 의혹 소명을 요구하며 견제에 나섰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이제 대선에 나오겠다고 하니까 검증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라며 “당당하게 원칙대로, 잘못이 없다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면서 큰 길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 전 대표가 엑스파일 출처로 거론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도 없는 얘기다. 공안통이라고 특수통을 미워하지 않는다. 서로 돕는 관계”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복당을 코앞에 둔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직무로 사찰을 늘 지휘했던 분이 불법사찰 운운으로 검증을 피해가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정면 돌파해 본인과 가족들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당 밖 주자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대선주자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당내 ‘윤석열 옹호파’와 ‘견제파’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에 “윤 전 총장의 엑스 파일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데 당이 먼저 나서 엄호할 필요가 있나. 치명적인 게 나오면 당도 난처해진다”며 “윤 전 총장을 돕는 사람들이 대놓고 엄호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건 윤 전 총장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불법사찰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당이 없어 방패막이도 없는 야권 주자들이 타격받도록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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