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조국 사태로 진보가 몰락했다”며 20대가 보수화된 이유로 ‘조국 사태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586세대’를 지목했다. 진 전 교수는 야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586세대에 실망한 청년층이 제기하는 ‘불공정’ 문제와 맞물린 “포퓰리즘 정치”라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행사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2014~2016년 고 노회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했던 정의당원이었다. 그러나 정의당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찬성에 반발해 지난해 1월 탈당했다. 1년 반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옛 동지들을 대면한 그는 이날도 ‘조국 사태’를 소재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조국 사태로 진보가 몰락했다. 남은 건 이권 집단으로서의 진영뿐”이라며 “운동권의 한계가 드러났고 피해가 극명해졌다”고 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언론·검찰 등을 탓하며 ‘이슈 덮기’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조 전 장관을 엄호하던 이들의 “조국이 노무현이다”라는 구호에 “진보의 상징을 팔아먹었다. 노무현의 죽음을 더럽힌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20대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현상도 이른바 민주개혁 진영 586세대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586에 대해 ‘당신들의 말이 위선적이고 독선적이다. 본인들도 (정의를) 안 지켜놓고 왜 우리한테 지키라고 하느냐’라고 한다”며 “어느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공정하게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게 젊은층의 현실적 요구”라고 했다. “엄빠(엄마·아빠) 빽 써서 하는 거 적당히 하고 내가 가난하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경쟁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게 그들의 최저 요구”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가정환경이나 학벌 등 불평등한 출발은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결과의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을 ‘불공정’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진 전 교수는 “경쟁의 결과는 내가 받아들이겠다는 거고 루저가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쟁의 결과를 수정하려 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진 전 교수는 “(20대) 이들은 저쪽 (보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기 너무 쉽다. (이들의 인식이) 신자유주의, 진짜 제대로 된 자본주의”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등 야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결과적인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일부 젊은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짚었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 성평등 지수가 꼴찌인 상황에서 (야권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들고 나왔다”며 “끔찍한 것은 이것이 더 진보적이고 참신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불어올 반동의 역풍이 두렵다”고 말했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의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가부의 존재를 ‘불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 일부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의당이 남들보다 앞서서 사회적인 의제를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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