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전반에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논란을 촉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작은 정부론의 일환’이라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여권 인사들은 여가부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야권발 여가부 폐지론을 일제히 비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향상 등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성 비위 문제를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것도 여가부가 노력”이라며 “(여가부 폐지) 주장 중에 상당 부분들은 오해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불교방송>(BBS) 인터뷰를 통해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특정 그룹을 나눠 편을 가르거나, 분노를 조장하는 형태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여가부 폐지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에) 놀랐다. 성 평등 사회를 구현하자는 여가부의 설립 목적이 달성되고 있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 문제는 더 큰 범주에서 우리 당이 과거에 얘기했던 작은 정부론과 닿아있다”며 “단순히 젠더 문제의 일환이 아니라 정부조직법 논의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축소의 한 방법으로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것이지 ‘성별 갈라치기’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대선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되도록 냈으면 좋겠다”는 발언 탓에 당론 채택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이날 이 대표는 “제가 언급한 건 각 대선주자별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저희가 훨씬 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야권 대선 주자들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당하게 차별받는다고 느낄 때 젠더 갈등이 격화된다”며 “양성평등과 공정은 우리나라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인데 이 많은 일을 여가부 혼자 무슨 수로 감당하겠나”라고 적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외부에서 공무원들을 자꾸 뽑다 보니까 탈레반 여성 우월주의자들처럼 급진적인 분들이 많이 들어가서 남혐과 젠더 갈등을 많이 부추긴다”며 “여가부는 이제 폐지라기보다는 졸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심우삼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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