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 6월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헌정 사상 첫 30대 원내교섭단체 정당 대표라는 역사를 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기존의 ‘의전’ 관행을 깨뜨린 ‘따릉이 출근길’, 취임 첫날 광주 방문 등 파격 행보로 인기를 끌어모았다는 호평이 많다. 하지만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등 논쟁적 사안을 성급하게 제기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 출범 뒤 일어난 당내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껑충 뛰어오른 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3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0월 둘째주 이후 4년9개월 만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경선 일정 연기론 등 첨예한 현안에 매달려 허덕댈 동안 이 대표가 36살 리더다운 발랄하고 친근한 행보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시한 ‘공정경쟁’ 화두가 취임 뒤 ‘토론배틀 흥행’으로 이어진 점도 당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이 대표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나는 국대다) 토론배틀 방식으로 대변인단 4명을 뽑았다. 이 토론배틀에는 총 564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141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결승전이 치러진 지난 5일에는 문자투표 수가 12만건이 넘었다. 이준석 효과는 지지율 상승에 이어 당원 확장까지 ‘쌍끌이’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국민의힘에 새로 가입한 당원수는 3만8330명으로, 지난 5월 신규 당원수(1만3000명)의 2.7배가 넘는 수치다.
‘0선’이라는 한계를 딛고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소외돼 왔던 중진들에게도 공을 들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당 밖 주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4선의 권영세 의원을 대외협력위원장에 앉혀 ‘국민의힘 셰르파’ 역할을 맡겼고,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해결했다. 당 상임고문단과 만나서도 공손한 태도로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이 취소됐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치킨 회동’ 일정을 잡는 등 협치하는 태도도 보여줬다.
하지만 ‘따릉이 출근’과 같은 파격이 실제 정책적·정치적 실천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냐는 데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취임 초기 차별금지법에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가 이내 물러선 점이나, ‘5·18 폄훼 논란’에 휩싸인 한기호 의원을 당의 요직인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최근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논쟁에서 보듯,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고 불쑥 제기해 당 안팎 비판을 자초한 것도 이 대표가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다.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여가부 폐지 주장에 불을 지폈다가 조수진·윤희숙 의원 등이 공개 반박하자 이내 ‘작은 정부론’의 일환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쯤에서 멈췄으면 마무리됐겠지만, 이 대표는 ‘작은 정부론’ 연장선상에서 통일부 폐지론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는 “이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권영세), “통일부를 실질적으로 일하게 함으로써 남북이 평화공존을 다지고 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데 어떻게 활용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조수진)는 등의 당내 역풍에 부닥쳤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설익은 주장이 당 대표의 목소리로 나가고, 당내에서 이견이 뒤따르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에게 놓인 가장 무거운 과제는 당 안팎 대선 주자들을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참여시켜 여야 1 대 1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버스 정시 출발론’을 내세워 당 밖 주자들을 일정 부분 압박하면서도, 윤 전 총장을 직격하는 홍준표 의원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리는 등 나름대로 균형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해지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역량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원만하게 마무리짓는 것도 중요하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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