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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적자·서자·맏며느리…핏줄 싸움, 퇴행하는 민주당

등록 2021-07-25 17:58수정 2021-07-27 02:15

더불어민주당 적통논쟁 갈수록 ‘퇴행’
“능력 아니라 핏줄 강조하는 것은 비민주적”
“차별의 기제인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강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적통’ 논란이 뜨겁다. 과거를 소환하며 소모적인 공방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적자’, ‘서자’, ‘맏며느리’ 등의 표현은 정치의 공적인 작동 원리를 ‘핏줄의 권위’로 변질시키는 퇴행적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사회 차별과 억압의 기제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어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적통 논쟁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지사 견제를 위해 “나는 민주당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점화됐다. “혈통으로 따지면 나는 서자”라고 ‘자조’했던 이재명 지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참여 문제로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반격을 시도하면서 공방은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올랐다. “이낙연 후보가 적자라니, 서자도 되기 어렵다”(김두관)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추미애)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적자’ ‘서자’ ‘맏며느리’ 같은 표현의 폐해로 공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을 꼽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지금 종친회 대표 뽑는 자리냐”며 “대통령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과 개인 리더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집 첫째 아들이니 당연히 내게 리더십과 권위가 주어진다’는 주장은 능력이 있든 없든 적자에게 왕위가 계승되는 중세시대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혈연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통계상으로도 보이듯 혈통을 중심으로 한 남성 중심의 가정을 꾸리는 비율이 적어지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진 상황을 정치권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성과 남성의 결합으로 가정을 꾸리고 거기서 낳은 자녀,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만이 혈통을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정상가족’의 신화를 정치권이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서자는 물론, ‘맏며느리’ 역시 퇴행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 대표는 “맏며느리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들을 줄 세우고 위계화시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고, 김은주 소장은 “왜 자신을 딸이라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며느리라는 표현은 가부장의 권위를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이슈 부재’가 소모적 공방의 원인이라는 평가도 잇따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정통성 논란은 후보의 기반이나 정당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로 싸움을 펼쳐야 하는데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싸우지 못 하니 정통성으로 싸우고 있다”고 짚었다.

당내 분위기도 비판적이다.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선시대도 아닌데 적통 논란을 벌이는 건 전근대적이고 민주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낡은 프레임”이라며 “(후보들이) 이러한 논란을 빨리 벗어던지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적통 논란 등 후보들 사이에서 거세지는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 각 캠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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