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산악인 고 김홍빈씨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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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3수 끝에 아슬아슬한 득표 차로 당선을 확정 지은 송영길 대표가 두 손을 꼭 모았다. 오는 10일이면 송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당 안팎에선 송 대표가 민주당의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이었던 강성 지지층 문제에 정면돌파를 시도한 점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협치를 시도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당을 쇄신하는 리더십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종 툭툭 튀어나오는 실언으로 애써 쌓아놓은 점수를 깎아 먹었다는 지적도 있다.
송 대표의 돌파력이 처음 평가를 받은 것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조국 사태’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비위 사건 등에 대해 공식 사과한 일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속죄해도 부족하다”는 강도 높은 사과를 통해 당내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위태로운 고비를 넘었다.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에 쓴소리를 전달하며 인사 논란을 매듭짓도록 했다.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친문 강성층을 ‘대깨문’이라고 표현하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누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고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제대로 성공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휘둘리는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놓은 폭탄 발언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정당이라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게 정상”이라며 “조국 사태, 강성 지지층 문제 등 당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한 시도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이런 태도는 민주당이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을 추스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가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혼선을 키웠다는 당 안팎 비판도 적지 않다. 송 대표는 취임 이후 경제 관료 출신인 김진표 의원에게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겨 세제개편안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송 대표는 ‘무주택자·서민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종부세 부과 대상자를 축소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양도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당론으로 통과시키고, “폭탄급 공급정책”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값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고, 이는 내년 대선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에 ‘기강’을 세우려고 했던 시도도 되려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받는 12명 의원에게 탈당 권유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다수 의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칼을 빼 들었으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어떤 문제든지 버티면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 일도 여러 번이었다. “남편은 술 먹다가 혼자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외국) 가서 바라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며 ‘기러기 부부’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한 국민의힘을 두고는 “불임 정당”이라고 말해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가 가는 현장에 ‘현장 대변인’을 둬서 말실수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몇 번 논란이 일자 송 대표 본인도 굉장히 의식을 많이 한다. 발언 전에 ‘이런 말을 해도 적절하냐’며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상의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송 대표에게 놓인 과제는 정권 재창출이다. 대선 경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민주당 정부 4년 동안 분명한 공과가 있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객관화해서 평가하고 잘못한 것은 고쳐나가겠다고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조국 사태 사과, 대깨문 비판 등이 일회성 발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을 혁신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후속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간 경쟁뿐 아니라 민주당이 치열한 쇄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