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마산어시장 상인회에서 열린 상인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휴가 중 개인택시 자격증을 따겠다며 8일 경북으로 떠난 이준석 대표의 머리꼭지가 뜨끈해지게 됐다.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도부 패싱’ 논란부터 국민의당과의 합당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마음 편한 휴가를 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두 달째 합당 협상을 논의해왔으나, 최근 격한 말싸움으로 양쪽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휴가가 시작되는 9일 전까지 안 대표에게 합당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안 대표가 이 대표의 휴가 기간 동안 결단을 예고한 것이다. 안 대표의 ‘중대결심’으로 인해 합당이 최종 무산될 경우 그동안 안 대표를 거칠게 압박해 온 이 대표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경북 안동을 비공개로 찾은 이 대표는 9일부터 닷새 동안 상주에서 머무르면서 개인택시 양수·양도 교육을 받을 계획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당 지도부 패싱’ 논란은 ‘당 행사 보이콧 사주’ 의혹으로 이어지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봉사활동·간담회 행사에 잇따라 빠진 윤 전 총장이 다른 후보 캠프에도 보이콧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인데, 윤석열 캠프에서 보이콧을 받은 후보로 지목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자 “그게 중요한가.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고만 했다. 애매모호한 태도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윤 전 총장 쪽이 “타 캠프에 어떤 보이콧 동참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이 대표는 “봉사활동 불참 종용을 받은 캠프는 있는데 연락을 한 캠프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가 몇시간 뒤 다시 “해당 캠프 추가 반박이 없으면 이쯤에서 불문에 부치겠다”며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하지만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유상범 의원은 8일 오후 “당 대표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 부디 당내 주자들을 보듬고 대여 투쟁에 보다 힘써달라”며 다시 한번 이 대표를 ‘도발’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기존 당내 대선 후보들과 ‘신참 주자’ 간의 대립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나머지 후보들을 멸치·고등어 등에 빗대자, 홍준표 의원은 “돌고래와 멸치라는 비유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뚜렷한 내 소신을 갖고 내 인생을 살아가는 물고기가 아닌 사람”이라고 맞섰다. 또 다른 대선후보인 윤희숙 의원도 “이제 멸치, 고등어, 고래까지! 가락시장도 아닌데 도무지 끝이 없다”며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바탕 위에서 싸우자”고 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만약 대선후보가 되면 당 의사결정의 정점이 된다. 그때까지는 당 지도부와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당원과 국민이 안심하고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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